입동이 지나고..

2008. 11. 9. 오후 6:19:33

글자
 
 
서울은 늦가을도 지나고 겨울에 들어서기 시작하나봅니다.
제법 날씨는 쌀쌀해지고 동해안에는 비가 눈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래도 하늘은 맑고 높아서 아침 일찍 출근할때는
코끝에 닿는 공기가 쨍하고 시립니다.
 
이 계절을 참 좋아합니다.
겨울처럼 춥지도 않고 두둑한 옷을 입어서 따스하고 
두툼한 옷으로 뚱뚱한 몸매를 가릴 수도 있으니 멋을 내보기도 합니다.
바지에서 치마로 옷차림을 바꾸기 시작한 올해부터
학생들과 여기저기서 이 소리 저 소리 인사를 듣습니다.
 
사실 이 굵은 다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을 하면
나도 스스로 어색해하기도 했었지만..이젠 편안합니다.
무릎이 나오는 치마이니 엄밀히 말해서 미니스커트이지요..ㅎㅎ
자신에게 곱게 옷차림을 하고 스스로를 예뻐해주라고 말해줍니다.
그렇게 여학생들과 그런 이야기까지 어울려보면 재미있습니다.
 
취업들이 결정이 되어가는 시간들..이렇게 빠져 나가서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나면 허탈해서 학과 사무실에가서 조교선생이랑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 합니다..딸 시집보내고 돌아온 기분이랄지..
학생들은 매년 빠져나가지만 마지막 학기의 수업을 마무리하고나면
정말로 또 떠나보내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학교를 지키는 몫은 선생의 것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가정을 지켜주듯이 남아있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떠나는 학생들은 희망으로 새출발로 흥분도 하고 들떠서 시작하겠지만
남아있는 맘은 걱정도 되고 허전하고 허탈하기만 합니다.
 
매년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학생들이지만 그 기분은 매년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익숙해져서 그 감정이 둔감해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채로 조금씩 아파하기도 합니다.
다시 나를 찾아줄까..그런 조그마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겠지요. 난방은 따스한 편입니다.
몇년 전에는 전기난로라도 있어야 발을 데웠었지만 새로 시설을 고쳐서 좋아졌습니다.
낙후된 시설이었지만 요즘 한국의 대학에서는 산아제한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여
고3학생들의 숫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으니 입학생 유치를 위하여
시설을 갖추고 나름의 대학체제를 업그레이드하려는 몸부림이 한창입니다.
그대로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들은 도태되곤 합니다. 그게 현실이랍니다.
 
국가자격시험의 야간자율학습 당직을 서면서 탕수육을 시켜주고 학생들과 먹던 기억
감자 샌드위치를 학생들과 나눠먹던 기억..종강파티 한다고 콩나물싸다 밥 비벼먹던 기억
성적 떨어졌다고 궁뎅이 때려주던 기억..ㅋㅋ 학생들과 장난기 어린 기억들이 많아
이번 학년이 졸업을 하면 맘이 더 허전할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더 따스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나 보낼 사람들은 보내주어야 한단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야 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댓글 9

  • 2008년 11월 9일 오후 8:04

    강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흘러야 그 자리를 또 다른 세대가 채우죠.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했었고, 그들도 언제간 그 생각이 들겠죠. 사는 맛은 그 흐름을 내가 즐길 수 있게 될 때 더 쏠쏠하지 않을까 싶네요.

  • 2008년 11월 9일 오후 8:33

    옛날 학생시절 생각이 절로나네요. 젊은 학생들과 늘 함께 생활하시는 자매님이 부럽네요.

  • 2008년 11월 10일 오전 8:30

    저는 5-6학년을 가르치는데요...되게 구여워요. 내년에 반은 진급하고 반은 남아 있게 되죠. 대학얘기 들려 주시니까 12월에 서울가면 다녔던 대학에 아들이랑 가보고 싶어지네요.

  • 2008년 11월 10일 오전 8:53

    젊은 시절 전문대에서 시간강사하던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5년 불어 가르치던 그때가 생각나네요.징글징글한 남학생들 틈에서 보낸 3년도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 2008년 11월 10일 오전 9:48

    신아도 까까머리 고등학생을 가르쳤던 시절이 있지 않아? 친구야..ㅎㅎ

  • 2008년 11월 10일 오후 2:00

    오호라~ 울 성가대 누님 중에 선생님이 많으시네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고 있었네.갑자기 으시시해지네

  • 2008년 11월 10일 오후 7:01

    그 학생들이 보고 싶네요, 그 철없던 나를 그래도 많이 따라주었는데, 딱 강찬씨 나이네, 의젓했던 홍서,짜장면사달라던 장묵이,우리 집에 전화해서 질문하던 길정이,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은 가물가물한 악동(?)들. 홍서는 꼭 한번 만나고 싶은데! 아 그리운 나의 전성시대여,

  • 2008년 11월 10일 오후 7:12

    성가대 단체로 파업하고 악동들 만나러 갈까여? 언니들~~내 고향 남쪽나라 그파아란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

  • 2008년 11월 10일 오후 8:06

    잘 ~ 헌다. 뭐? 단체 파업? 이런 이런 그냥 확 ...... 같이 가버려??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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