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008. 11. 7. 오후 3:00:04

글자
 
 
벚꽃이 휘날리던 봄날
수업을 잘라먹고 학생들을 꼬드겨 꽃구경을 나갔었습니다.
꽃잎은 휘날리고 마음은 들뜨고 사진을 찍어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궂이 한 글자를 가르치는 것보다도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내 흩날리는 감정들이 학생들에게 받는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외로움을 탔을까 싶습니다.
작은 애교와 우겨대는 나의 억설에도 재미있어하면서 신선해하는 아이들이 나는 고마울때도 있습니다.
저렇게 뽀뽀를 해대는 아이도 있답니다..대학생인데..ㅋㅋ
 
학생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때는 저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 있나..싶을때도 있습니다.
지난 나의 방황과 우스꽝스럽던 젊음이 그대로 파편처럼 조각조각 한조각씩 묻어있기도 하니
그 학생들이 남같이 여겨지지가 않고 그대로 나의 어떤 분신으로 느껴져 소중하기도 합니다.
데면데면한 나의 어설픔에도 살갑게 굴어주는 학생들이 정말 예쁩니다.
 
짖꿎은 남학생들의 농담에도 이제는 번들거리면서 머물러줍니다.
툭툭 내뱉어가면서 대꾸도 해주고 품어주기도 하는 것이 나이들어가면서 느는 넉살입니다.
정말로 선생이라는 직업은 먼저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어의 그대로의 입장일런지도 모릅니다.
나란히 걸어가는 인생이라는 곳에서 점수때문에 군림하는 선생을 난 잘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것이 성실한 노력의 결과라 인정은 하지만 그것 말고도 좋은 점들을 너무나 많이 발견합니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았는지..이제사 알겠습니다.
 
대학..열아홉살에 대학에 입학한 후로 학생으로 또는 직장으로
한번도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철안나는 아이같은 구석을 가진 자신에게 순수하다는 이름을 붙여주기엔 한심해합니다.
깊이는 있노라고 우기길때도 있지만 이 나이 되도록 그것도 못하면 사람도 아니라고
꾸짖어 주기도 합니다..스스로에게..
 
조금 더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싶습니다.
다람쥐 쳇바퀴도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게 이탈을 하기보다는 그 쳇바퀴의 틀을 이해하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이해해나가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아파도..

댓글 2

  • 2008년 11월 7일 오후 4:57

    나를 위에서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이겠죠. 철없음에서 철듦으로 전환은 그렇게 봄날이 가야만 알 수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네요.

  • 2008년 11월 11일 오후 7:05

    영화의 한 장면같아요, '일마레'분위기? 벚꽃과 가로등 그리고 빨간 전화부스배경으로 사제간의 끈끈한 정까지 송교수는 행~복한 사람!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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