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속 계란후라이

2008. 10. 25. 오전 8:36:30

글자
+ 주님의 평화가 형님, 누님 그리고 동상들 품에 가득히 하시길..
 
토요일 한적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바람도 장단을 잘 맞춰주고 있고요. 여유로움이란 이런 공간 속에 아무 생각없이 나를 풀어놓는 것이겠지요. 일만 아니라면 어디론가 훌쩍 길이 있는 그대로 떠나고 싶네요. 지난 4일 동안 캠프를 다녀온 아들놈이 더욱 커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이를 조금씩 먹고 있는 것인지...
 
3명이 사는 집에 한사람이 빠져 있는 그 시간 동안 큰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적막함이 흘렀다고 해야 정확한 것인지 하여간 무척 반가웠고 무사생환이 기뻤는지 아들넘도 찐한 포옹으로 반겨주더군요. 살다보면 언제인지 모르지만 생소한 일이라도 언제 겪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걸 데자뷰라고 하던가요?
 
경험하지 못했지만 마치 이전에 보았고 들었고 느낀 것 같은 데자뷰 현상도 신기한 것이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 어떤 계기가 되어 추억 속 여행을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도시락에 관한 것인데요. 고등학교 때까지 말고는 도시락이란 것을 가지고 다닌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은 지금 도시락이란게 어쩌다 쓰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학교마다 급식을 하니깐 도시락에 얽힌 추억도 없어졌습니다.
 
도시락 하면 시골 학교 난로 위에 쌓아 놓고 시간마다 뒤집어 누룽지 만들어 먹던 기억,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한 경쟁, 친구 도시락에 장난치기, 김칫국물 흘러 책귀퉁이가 빨갛게 된 것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렇지만 어제 집사람이 싸준 도시락을 열면서 잔잔하면서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밥 위에 올려진 계란 후라이 때문이었습니다. 어제는 어쩌다 혼자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래서 더욱 추억 여행을 열심히 했는지 모르죠.
 
언제쯤 도시락에 계란후라이가 올려졌었던가? 알미늄 사각 도시락에 꾹 눌려진 계란후라이에 대한 기억. 계란후라이를 하던 어머님과 형수님의 뒷모습에 대한 기억. 그리고 어제 아침 도시락 준비를 하면서 계란 후라이를 했을 마누라의 모습. 모든 상황이 오버랩 되면서 제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모든 분들의 정으로 더욱 튼튼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락은 정(情)입니다.  정을 많이 나누는 주말 되셔용~~~

댓글 6

  • 2008년 10월 25일 오전 10:07

    강찬형제님 가정에 늘 주님이 평화가 깃들길...잘 읽고 가요.

  • 2008년 10월 25일 오전 11:49

    아들 셋있다가 하나 며칠 빠져도 집이 설렁한 기분인데, 하나뿐인 강찬씨야 오죽혔겄어? 도시락 추억은 학창생활과 함께 남아있지요? 근데 멜번사는 아줌마들은 아침마다 도시락사느라 고생인디 한국있는 줌마들은 모르시겄지?

  • 2008년 10월 25일 오후 1:46

    저도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한답니다..ㅎㅎ

  • 2008년 10월 25일 오후 3:30

    계란 후라이 하나로 많은 감상에 젖어들 정도인 강찬 시인의 감성이 참으로 대단하네요.

  • 2008년 10월 25일 오후 3:31

    맨날 은하철도 999 타고 노래 부를것 같은 영재네 화이팅~

  • 2008년 10월 30일 오후 2:10

    나는 아침마다 계란 후라이가 언제부턴가 기본 메뉴가 돼어 버렸어 누군가 그랬대 치매에 좋다고(?) 죽으면 입에서 닭똥 냄새 날꺼 같아 ㅎㅎㅎㅎㅎ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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