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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조국이 일본에게서 독립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
최서희의 심경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문득 이 구절이 떠오른 것은, 가는 해에 모든 아쉬움을
다 담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한 해의 마지막에 우리는 모든 것이 제대로 해결된
깨끗한 마무리를 보게 되기보다는,
고민과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일본 미쓰하라 유리의
‘하얀 길’이라는 짧은 시 한 편이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오랫동안 헤매다/ 마침내 바른길 찾아오면/ 길은 아무 말 하지 않아/
칭찬도 나무람도// 짐 될까/ ‘돌아왔니’ 한마디조차// (중략)
걸어온 길보단/ 지금부터 걸어갈 길이/ 늘 중요하니까.”
한 해의 짐을 다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 마음먹습니다.
새해에는 많이 들었으되 새기지는 못했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모든 존재자는 참되다.”
(Omne ens est verum)라는 명제를 ‘살아 보고자’ 합니다.
이는 세상과 사람들 안에서 참된 것과 선한 것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대단한 결심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흥미진진하게 본 미국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정파나 거대 자본에 봉사하거나 대중의 선정적 관심에 영합해
상업적 성공을 얻는 뉴스가 아니라 사회를 깨어 있게 하는
보도를 하려는, ‘불가능한’ 과업에 전하는 한 방송국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의 첫 회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우리는 막 (진실한 보도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가 진심으로 결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실천의 출발점일 것입니다.
복음 안에서 참되고 선한 삶의 기쁨을 마음껏 체험하는 새해가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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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Dona nobis pac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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