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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마치고 성당 마당으로 나오며
받는 기분은 한 해의 가장 큰 선물과도 같습니다.
사랑 가득한 주님의 영께서 이렇게 보잘것없는
저를 감싸고 계시다는 느낌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뺨에 와 닿는 차가운 밤공기도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습니다.
순수의 세계 안에 머무는 이 특별한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은 마음입니다. 눈과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은 잔잔한 기쁨과 뭉클한 감동으로 따뜻합니다.
이러한 밤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언제나 새롭습니다.
그래도 유난히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밤 미사 뒤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몇 년 전 혼자서 한적한 산 밑의 수도원에서 피정하며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수사님들과 신자분 몇몇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뒤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았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밤, 별빛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한한 은총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던 체험이 잊히지 않습니다.
또 어느 해에는 미사가 끝나자 곧바로 눈이 내렸습니다.
그 순백의 눈을 맞으며 느낀 순수한 즐거움과 포근함,
그리고 마음의 가벼움이 다시 떠오릅니다.
마종기 시인이 노래한 ‘눈 오는 날의 미사’에는
눈 내리는 아침의 미사에 대한 감동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늘에 사는 흰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중략)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방에 에워싸는 하느님의 체온,/
땅에까지 내려오는 겸손한 무너짐./
눈 내리는 아침은 희고 따뜻하다.”
눈이 내리든 내리지 않든 예수 성탄 대축일의 밤은
우리의 마음을 새롭고 순수하게 만드는 거룩한 밤입니다.
이 복된 밤에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에 그저 머물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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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Silent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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