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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다 못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늦가을 밤에 본당 신부로서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어느 하루를 떠올립니다.
그날 아침 일찍, 저는 한 교우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마음이 안타깝고 착잡하지만 오열하는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날 정오에는 한 부부가 탄생되는 젊은 남녀의 혼인 미사를 거행하였습니다.
미사 중에 그들은 조금 긴장한 모습이나 행복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떠나는 이를 애도하고 그 가족을 안타까워하던 장례 미사의
그늘이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지만,
젊은이들의 구김살 없는 행복에 함께 물들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날 오후에는 아기들에 대한 유아 세례가 있었습니다.
아기들은 생명이, 탄생이 무엇인지를 존재로 보여 주었습니다.
세례수를 부으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순수한 기쁨이 번졌습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은 영적 생명력과 육신의 생명력이
모순 없이 일치하는 기적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순간에도 그날 아침 제 마음을 헤집은,
죽음과 이별이라는 인간 조건의 그림자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하루는 참으로 슬픔과 기쁨, 경이로움과 허무감이 그 경계를 알 수 없이
제 가슴속을 드나들면서 보람과 함께 버거움도 느끼게 하였습니다.
사제로 사는 가장 큰 매력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만나고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한 선배 사제의 말이 기억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일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느끼며
늘 기도해야 함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그날 장례 미사 때 읽었던
영국의 뉴먼 추기경의 기도 시 ‘이끄소서, 온유한 빛’의 첫 구절을
오늘 밤 저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끄소서, 온유한 빛이여.
사방은 어두움에 잠기오니, 그대 나를 인도하소서.
밤은 깊고 집까지는 길이 멉니다. 나를 인도하소서. 내 발을 지켜 주소서.
먼 경치를 보려고 구하는 것이 아니오니, 한 발치만 밝혀 주시면 족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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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Dans nos obscurit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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