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 권 제 사 장
내 하느님이시여, 그럼 당신은 뉘시오니까? 주 하느님 아니시고 무엇이오니까? 주님말고 또 주님이 누구이며 우리 하느님 아닌 하느님이 또 누구 있사옵니까? 지극히 높으시고 지극히 좋으시고, 지극히 능하시고 지극히 전능하시고, 지극히 자비로우시고도 지극히 의로우시고, 지극히 그윽하시며, 또 지극히 현재하시고 (역주: 볼 수 없는 천주성으론 그윽하시나 삼라만상 안에서 그 섭리의 손길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현재하심이다), 지극히 아름다우시고도 지극히 강하신 분이여, 늘 계시되 헤아릴 길 없으시고, 온갖 것을 바꾸시되 바뀌지 않으시며, 새로움도 묵음도 없으신 채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나이다.
거만한 자들을 낡음으로 이끄시되 저들은 이를 모르옵고, 항상 일하시면서 항상 고요하시면서 아쉰 것 없으시되 항상 거두시며, 받쳐들고 채우시고 감싸주시고, 만드시고 기르시고 다 크게 하시고, 없는 것 없으시면서도 당신은 찾으시나이다. 사랑하시며 닳지 않으시고, 시새우시며 안온하시고, 뉘우치시되 아프지 않으시고, 성내시되 평안하시며, 일을 바꾸시되 뜻은 바꿈이 없으시고, 잃으신 바 없으시되 있는 대로 받으시고, 아쉰 적 없으시되 이(利)를 좋아하시고, 인색할 리 없으시되 변리를 요구하시나이다 (역주: 루가 10,33의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사람이 자기 본분 이상의 좋은 일 하는 것을 하느님이 원하심.)
당신께 빚지우려 더 바치는 것이 무엇이 있다더이까? (역주: 인간이 지닌 것이 하나도 당신것 아님이 없으므로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섬겨드린다 해도 채무자가 되실 수는 없음. “누구도 제것이라곤 죄밖에 지니지 않는다”<요한복음주석 5.1>) 당신 것 아닌 것을 누가 지녔길래 누구에게도 당치 않은 빚을 당신은 갚으시고, 갚으시며 그 무엇도 잃지 않으시나이까?
내 생명, 거룩한 내 감미 내 하느님이시여, 무엇을 우리 아뢰었나이까?
당신을 들어 말하는 이 있다면 어떻다 말해야 옳답니까? 그러나 슬픈지고, 당신을 두고 침묵을 지키는 자들이여, 저들이야말로 종알대는 벙어리들인지고 (역주: 아구스띤에게 여러 말을 많이 하면서도 하느님께 대해서는 침묵하던 마니교도들. 그들에 대하여 제7권 제2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 말씀이 울려나오지 못하는 저들이기에 벙어리된 말쟁이들을 나는 넉넉히 반박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