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베 신부 이야기

2005. 7. 25. 오후 8:19:36

글자

그러나 전혀 다른 예도 있습니다. 콜베 신부를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모여있는 사람들, 참혹한 사람들, 굶어 죽어가는 절망적인 사람들. 그러나 살아있는 한 인간은 언제나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는 그들.

그런데 어느 날 그곳 책임자가 그들을 모아놓고 말하기를, 그들 중 열 명을, 마구잡이로 열 명을 뽑아서 아사형(餓死刑)을 받게 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순간, 각 사람은 바로 자기가 그렇게 죽도록 뽑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처자식도 만날 수 없게 되리라고. 수용소장이 오랜 시간을 끌면서 마침내 열 명을 뽑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부끄럽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자기들이 안 뽑혔기에,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한편 뽑힌 열 명은 이제부터는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때 느닷없이, 콜베 신부가 대열에서 빠져 나와 앞으로 걸어 나옵니다. 수용소장은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도대체 이 폴란드 돼지가 뭘 원하는 거냐? 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대신하여 죽고 싶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기대조차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이 순간부터 장교는 압도되었습니다. 그는 이처럼 위대한 영혼 앞에 서 있다고 느껴 본 것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비열한 성품을 지녔던 그 장교는 이 위대함 앞에서 압도당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 위대한 인격 앞에서 저항할 수 없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 도대체 누구 대신 죽고 싶은가? 저기 있는 하사관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고 울고 있는 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위해서요.

이렇게 해서 콜베 신부는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그는 동료들이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성체 축일 행사에나 나가는 듯이 노래를 부르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자 수용소 전체가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 여기서는 망설일 수가 없습니다. 너무도 위대하고, 너무도 투명하고, 너무도 신성한 그 무엇 앞에 서 있게 되자, 처형자들 마저도 우리는 이런 일을 여태 본 적이 없다!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말에서 무언가 동요되는 것을 느끼지 않습니까? 이 야수들이, 어떤 짓이고 선뜻 해치우는 사람들이, 문제의식 조차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들이, 양심을 히틀러 손에 맡겨버린 사람들이, 이 야수들까지도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들은 어떤 경이감을, 뭔가 다른 세계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한 것입니다.

콜베 신부는 죽음을 더 원했고, 죽음을 선택했으니, 죽음을 초월한 것입니다. 자신의 생명을 내주고 있으니, 생명을 초월한 것입니다. 다른 이를 위해 생명을 내주었으니, 그는 생명을 영광스럽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더 위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고요한 모습으로 죽음 속으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는 자기 안에서 자기 자신이 사라져 버렸기에 이미 죽음을 넘어서 있었고, 생명을 넘어서 있었습니다. 그의 안에는 그를 점령한 다른 어떤 분이 계십니다. 그의 안에 있는 다른 어떤 분, 우리 안에 계시고, 그리고 가족에게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가진, 자기들의 조국의 부활을 고대하고 있는 저 비참한 죄수들 안에 계신 다른 어떤 분이 계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콜베 신부의 마음 속에서 그의 자리를 차지한 바로 이 현존이 저 나치당원들 마음 속에도 계십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뭔가 신비스러운 것을 눈치챘고, 그 앞에서 탄복하며 외쳤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인간 안에 있는 신비 한가운데서, 어떤 만남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뭔가 무한히 현실적인 것이 있음을 느낍니다. 한 사람 안에 더 이상 하느님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사람은 온전히 변화되고, 어떤 현존이 그를 통해 보이게 합니다. 그로 하여금 어떤 삶의 원천이 되게 하고, 창조적인 인간이, 위대한 인간이, 해방자가 되게 하는 어떤 현존을 보게 해줍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도 빛을 받아 깨우치게 되고, 해방되는 것을 느낍니다.

 

('나날의 삶을 하느님과 함께'에서, 모리스 젱델 지음, 부산 가르멜 여자수도원 옮김)

 

 

사랑은 실천입니다... 

콜베 신부님의 첫 발걸음을 생각하며...

댓글 1

  • 2005년 7월 26일 오전 7:52

    정말 감동적이네요~~저는 그분들처럼 훌륭한 분들의 사랑을 입었습니다..주님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