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마태 13, 1-9)
그 날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 앉으시고 군중은 물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자,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해설] 예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당신의 가르침의 결실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어떤 씨앗은 길바닥에, 다시 말해 일구어지지 않아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길에 떨어졌다. 이 대목을 오늘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대도시의 도로 위에 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콘크리트 위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여기에서 콘크리트라 하면, 허구적인 의식요소들에 의한 맹목적인 가치관, 그리고 편견으로 일그러진 세계관—인종주의와 여성차별, 편애, 온갖 종류의 선입견으로 채워진 세계—을 표상한다. 이 비유는 우리의 선입견과 미리 포장된 가치를 밑바닥으로부터 뒤흔들어 균열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 틈새로 씨앗을 떨어뜨려 자라게 한다. 선입견을 뒤집어엎는 것은 재앙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한 것으로서, 주입된 가치관을 뒤집어엎는 시련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훌륭한 선물이다.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 라는 간결한 문장은 하느님의 말씀을 그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우리 앞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것들은 … 돌밭에 떨어졌다.” 에서 가리키는 우리 내면의 돌들은 필경 우리 안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충동적인 행동 또는 습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 어떤 씨앗은 기름진 땅에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곳에는 다른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바 가시덤불, 그리고 엉겅퀴와 같은 잡초가 자리잡고 있었다. 즉 하느님의 말씀이 자라기는 했지만 돈과 권력과 쾌락 추구라는 올가미에 걸려 질식했다는 말이다.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졌다.” 끝으로 어떤 씨앗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잡초나 가시덤불에 방해받지 않고 부드러운 흙속에서 뿌리를 낼 수 있었다. 그것은 갖가지 형태의 저항요소 때문에 말씀이 뜻을 이룰 수 없었던 척박한 땅과는 달리 이 땅은 수용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비유는 도덕적인 훈계가 아니라 땅을 뒤흔드는 지진이다. 그리고 미리 포장된 가치관과 선입견을 깨뜨림으로써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이후에 하느님께서 하신 “너, 어디 있느냐?”라는 물음을 상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