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를 그려놓고 자신을 '바보' 라고 부르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스스로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 잘났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셨다. 늘 인자하신 표정으로 사셨던 그분은 끝까지 '고맙습니다.' 라는 말씀을 잊지 않고 떠나셨다. 또한 스승 예수님의 가르침을 마지막까지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주셨다. '서로 사랑하라.' 고
언론이 연일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해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했던 2월 16일, 그분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그런데 그분의 선종은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슬픔을 넘어서는 희망과 위로의 등불이 되었다.
주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셨듯이 추기경님도 마지막까지 사랑하기 위하여 장기기증을 통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셨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이 그분의 눈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분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분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착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세계전체가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힘겨워진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에는 장기기증 신청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도 바보가 되려고 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바보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 세상은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에 의해 발전했지만 사회가 바르게 서고, 밝고 맑아지는 것은 이 사회 속에 바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던 장기려 박사는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제자에게 "바보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보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냐?" 고 했다. 바보가 되어 사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할 수 있고, 일생을 걸고 실천해야 할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쫒아가야 할 목표가 결코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랑하는 것임을 알고 사는 사람이 진정한 바보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바보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누구에게나 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련하다 싶을 만큼 고집스럽게 사는 사람이다. 스승 예수님을 따르고 순교자와 성인들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황님께서 앞으로 한 해 동안을 "사제의 해" 로 선포하셨다. 사제직의 소중한 가치를 교회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올바로 깨닫고 지킬 수 있게 되길 바라신다는 취지다.
*원주교구 배 은하 (타대오) 신부님 글을 옮긴 것입니다*
" 말씀안에 기쁨을 느끼는 따뜻한 공동체 안에서" 라는 교회의 표어처럼 우리 모두 아끼고 사랑하는 한 형제 자매가 되어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따뜻한 노원 공동체가 되기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