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목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다시 만난다.
최근 DVD와 비디오로 출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미국 CBS 뉴스 프로덕션 제작)는 영화배우를 꿈꾸던 한 젊은이가 가톨릭교회 최고 수장이 되어 인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생 여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여타 교황 관련 영상물과 달리 숨소리까지 담아낸 밀착 취재와 고뇌하는 모습도 거르지 않은 입체적 구성이 돋보인다.
CBS 사회자 제리 보헨은 "변화는 78년 교황 즉위식 당일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즉위식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간 교황은 축하 부케를 들고 달려오는 소년을 막으려는 경호원을 저지한다. 교황은 그날 낮 발코니에 다시 나타나 젊은이들에게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젊은이들의 열광적 환호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마디 했다. "교황도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그의 영향으로 폴란드에서 시작해 동유럽 공산주의가 붕괴되는 과정은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다. 공산정권 아래서 신음하던 폴란드 국민은 고국 땅을 밟은 교황을 향해 일제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사실 공산주의 붕괴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소련 미하일 고르바쵸프는 "공산주의의 가장 큰 실수는 교황을 폴란드에 들여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1980년대 초반 남미에서 부는 해방신학 열풍 때문에 고민이 컸다. 결국 "해방신학은 교회정신에 어긋난다"며 신학자들에게 침묵을 명령했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1983년에 방문한 니카라과. 혁명적 이미지가 역력한 미사 제단이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제단에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 장내는 좌파정권 지지 구호와 교황에 대한 야유로 소란스러웠다. 교황은 몇번씩이나 침묵하라고 종용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침내 교황이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일침을 가했다.
"평화가 시급한 곳은 교회이다."
재위 26년 동안 129개국을 방문한 초인적 순례길.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화해와 용서, 평화와 단결이었다. 그리고 이슬람국가, 정교회국가, 영국 성공회, 로마 유다교회 등을 먼저 찾아가 화해와 용서를 청하는 모범을 보였다. CBS는 그를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다리의 건설자'(Builder of Bridges)"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순례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첫 방문때 공개 석상에서 여성사제서품의 당위성을 언급하는 한 수녀의 연설을 들어야 했다. 교황은 그 수녀를 불러 "성모 마리아는 성직자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교황은 대중을 휘어잡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와 시선은 흡인력이 크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에는 냉정과 엄격함이 번뜩인다. CBS가 바티칸 내부를 48시간 밀착 취재한 영상이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전국 가톨릭계 서원과 본당 성물방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원철 기자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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