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가자

2005. 5. 14. 오전 9:30:50

글자

 

 

진회숙의 국악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청아출판사

 

한 여자가 있었다. 국악의 `국`자도 모르는 이 여자가 어느 날 감히 판소리를 배우겠다고 나섰다. 판소리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국 사람이니 판소리 한 대목쯤은 할 줄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생각에서 판소리를 배우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 네 명과 함께 팀을 짜서 판소리 선생을 소개받았다. 광화문에 잇는 덕수제과에서 처음 만난 판소리 선생은 그녀와 나이가 동갑인 자연과학도였다. 그를 소개한 사람은 그가 비록 전공은 판소리가 아니지만 대학교 때 전공공부는 작파하고 오로지 탈춤과 판소리에만 매달린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선생의 실력이 적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그가 판소리와 탈춤에 미쳐 학과공부를 게을리 한 탓에 계열별로 들어간 대학에서 2학년이 되어 과배정을 받을 때, 소위 출세가 보장된 인기학과에 들어가지 못햇다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미혼여성들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목적으로 젊은 남자를 만나든 항상 자기와의 연결 가능성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법이다. 그녀 역시 그랬다. 첫 인사를 나눈 후 몇 초 동안 그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각시탈과 눈꿈쩍이를 연상시키는 얼굴이 아무래도 아니올시다 였다. 그래서 사심을 버리고 소리공부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 그녀와 그 남자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 자리에서 그 남자가 펄펄 날으며 강령탈춤을 추는 것을 본 것이다. 그 남자의 춤에 그녀는 그만 완전히 넋이 빠지고 말았다. 그 순간부터 그 남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공작에 들어갔다. ........ 사실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전혀 정서에 맞지 않았다. 서양문화에 완전히 경도되어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를 신앙처럼 안고 살아온 그녀가 판소리와 탈춤을 목숨처럼 여기던 남자와 서로 정서적으로 통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두 사람 사이는 다소 불안했다. 이런 불안은 특히 남자 쪽이 심했는데, 어느 날 이런 남자의 불안을 일시에 해소시켜준 사건이 일어났다.

 우이동 골짜기에서 소위 문화패들이 모여 풍물을 쳐가며 노는 자리에 그녀를 데려간 것이다. ........... 한 자리에 빙 둘러 앉아 술을 마시다가 한 사람씩 돌아가며 노래부르는 시간이 되었다. 놀던 가락이 있는지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민요 한 가락씩을 뽑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녀의 차례가 되었다. 모두들 그녀가 과연 무슨 노래를 부를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어나서 소프라노로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제키는 것이 아닌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녀가 정말 상황 파악을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그녀의 행동이 지극히 탈춤적이었다는 것인데, 그의 표현을 빌리면 탈춤적이라는 것은 곧 생긴 대로 노는 것이라는 것이다.

  .............. 여자는 드디어 대학원 국악이론과에 합격했으며, 진도 들노래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그녀는 서양음악과 국악의 틈새시장에서 밥을 벌어 먹고 살고 있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만난 지 2년 만에 결혼해서 현재 19년째 함께 살고 있다. 만만치 않은 개성을 가진 세 딸과 함께 하는 그들의 결혼생활은 때로 평화적이었고, 때로는 전투적이었으니 그 뒤를 뉘 알소냐. 더질 더질.

 

ㅎㅎㅎ. 에필로그가 너무 재밌어서 좀 옮겨 보았어요.

도대체 진회숙이라는 분은 어떤 배경을 가졌기에 <클래식 오딧세이>뿐 아니라 <국악 오딧세이>까지 써낼 수 있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음~ 그랬군요.

 책 첫 머리에서  '국악에 대해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나를 온갖 감언이설(?)로 부추겨 이 책을 쓰게 한 정연도씨`가 에필로그의 `그 남자`였군요.

 

  이 책은 우리의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어요.

 나이의 나이테 동그라미가 늘어가면서 우리 음악이 점점 좋아지네요. 그건 이유 따위를 설명할 필요도, 설명할 수도 없는 그냥 `속에서부터의 끌림`같은 거예요. 우리 음식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처럼이요...

 

 그래서 이것저것 자꾸 들었죠.

 넘넘 좋아서 혼자만 즐기기에는 안타까워서 함께 즐기자고 이 책을 소개드립니다.

 

 판소리들은 들으면 들을 수록 가사의 내용들이 어찌나 재밌고 눈물나고 야하기도 하고. 애잔하고 찐득찐득하기도 하고...  우리네 삶의 모든 정서가 다 들어 있더라구요.

 이 책에는 판소리 <춘향가 > 중 <사랑가>, <심청가> 중 <추월만정>, <흥보가> 중 <제비 노정기>에 대해 얘기해 줍니다.

(이건 제 체험인데요, 판소리를 자꾸 잘 들으면요, 렉시오에도 크게 도움이 된답니다. 신기하게도 소리에 귀열리듯, 말씀에도 그렇게 되어 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산조들ㅡ가야금, 해금, 거문고 산조들ㅡ은  악기 각각의 특성으로 하여 가슴 속 다른 곳들을 후벼파고, 간질이고, 어루만지고 한답니다.

 두 줄을 가지고 특유의 기기묘묘한 묘사음을 내어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해금이요, 그 악기가 현악기가 아니라 관악기라네요. 왜냐구요?  ㅎㅎ 읽어 보심 알아요~

 

  그밖에도 전라도 민요 <육자배기>, 대동강가의 <수심가>, 경기민요 <창부타령>과 <노랫가락> 또 ,<문묘제례악>, <대취타>, 거문고 독주 <도드리>, 세종의 이상 <여민락>, <청성곡>, <가곡>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어요. 곡에 대한 설명,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그들의 삶의 내력이나 특징 등을 재미나고 알기 쉽게 해설해 줍니다.

 

  명인, 명창 들의 사진도 있구요, 악기 연주 모습이 들어있는 사진도, 우리의 옛 그림도 볼수 있구요,

 그냥 보고 읽기만 하면 뭔 재미냐구요?

 아~ 그럼요, 들어 봐야만 하죠.

 들을 수 있어요.  www.jinodyssey.co.kr 로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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