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축일. 이사야 42,1-4.6-7;사도행전 10,34-38; 마르코 1,7-11
찬미 예수님. 일주일 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세상을 보면 자격증 시대요, 국가고시생들로 가득 메우는 시대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예전에 고시생 출신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굉장히 어려웠는데요. 바로 ‘자동차 운전 면허증’ 을 따기 위한 고시생이었습니다. 원래 2종 보통이었는데 차도 없이 장롱면허로 묵혀서 10년이 지나니 1종으로 격상시켜 주더군요...이처럼 세상은 자동차라도 몰려면 무언가 자격증이 있어야 그것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세상이 마치 시험 공화국처럼 보입니다. 지하철, 버스를 막론하고 오늘도 이른바 스펙 (specification)을 쌓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부르심을 처음 받게 된 신학교 입학생은 처음에 신학교에 들어가면 까만 양복을 입습니다. 이른 바 장례식 상복과 똑같은 색으로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이제껏 누려왔던 세상에서의 삶은 죽은 삶이라고 생각해야만 진정한 하느님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하느님이 주시는 것을 이해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그러다가 4학년이 되면 착의식이라 하여 수단을 입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껏 까만 양복의 인생이 새롭게 교회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이때 많은 신학생들은 잠 못 이루며 이렇게 걱정을 합니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을까? 입을 만한 그런 사람일까?” 하며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허락해 주시는 당신의 면을 깨닫고는 우린 감사의 생활을 영위하게 됩니다.
오늘 2독서에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 받아주십니다.” 라고요. 내가 무언가 자격이 있어야만 나를 불러주시고 받아주시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그대로를 선택을 해주시는 그분의 사랑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기보다는 무언가 케잌 장식처럼 데코레이션을 원합니다. 할 줄 아는 것을 하나라도 선보이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뭔가 보여줘 봐~~그러면 널 채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게’... 사람을 사람답게 보지 않는 처사 아니겠습니까?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 라는 말씀처럼 무언가 부족함마저 감싸 안으려 하는 모습이 아닌, 그저 사람을 재능, 자격증으로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요 근래에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구속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실제 신분 상태를 보고 많은 이들이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른바 잘 나가는 엘리트도 아니요, 증권가에 있었던 사람도 아닌 그저 경제를 독학으로 익힌 30대 무직자였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그 사람이 실제 미네르바다. 아니다. 설왕설래가 되고 있지만 여기서 또 하나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실제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또 한편 우리 안에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껏 자격증을 얻기 위해, 전문가라는 직함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들을 해왔습니까? 하지만 그의 신분이 정말 그렇다면, 우린 사람들을 보는 눈을 새롭게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린 주님 세례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세례 받음도 바라보게 됩니다. 수단을 입는 신학생들이 ‘과연 내가 그 옷을 입을 자격이 있나?’ 라고 고민한 것처럼 ‘내가 세례받을 자격이 있나?’ 라고 자격론으로만 따져 당신께 물어본다면 여기 있는 우리들 아무도 세례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허락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복음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고요. 그리고 독서에서 주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잡아 주었다.” 라고요.
과연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받아주고 있습니까? 주님의 방식대로 그렇게 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