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공현 후 화요일. 요한 1서 4,7-10; 마르코 6,34-44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전 정말 그 사람을 용서 못할 것 같아요.” “제게 왜 그런 사람이 나타나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 지 모르겠어요.” 라고요. 듣고만 있어도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자기 홀로 이겨나가야 한다고 여기니 그 고통은 더 힘들게 여겨지는데요. 그런데 말이죠? 사랑이나 용서, 이런 것들을 하려면 그 힘이 그저 나 개인적인 힘에서 비롯된다고 여기십니까? 말로는 그저 ‘하느님이 도와 주셔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해놓고, 정작 그 처지에 처하게 되면 정작 찾아야 할 그분은 찾지 않고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가 참 많아 보입니다.
오늘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 사랑은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라는 구절처럼 우리는 원래 그런 힘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분께서 가르쳐주셨기에 가능한 힘을 보이게 되었는데요. 그런데도 우린 그저 ‘나 혼자 어떻게 해야 한다.’ 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열 두 제자는 예수님께 황당한 제안을 받습니다. 빵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른데서 사와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십니다. 가까운데 마트도 슈퍼도 없는 이 형국에 줄게 뭐가 있다고 여기시는지 ‘주어라.’ 하십니다. 우리는 여기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보기엔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분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고 배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주님은 그것을 ‘한번 시행해봐라, 배운 것 한번 실전에 도입해봐라.’ 말씀하신 것이었는데 그저 제자들은 오늘도 어제처럼 그렇게 겁을 먹고 ‘이를 어째~’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이를 어째~’ 하며 두려워한 모습의 나만 보지 말고 그동안 가르쳐주신 당신의 모습을 상기시켜 보십시오. 분명 그 힘은 솟아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