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게 다시 시작...

2020. 8. 28. 오후 3:34:07

글자

며칠 후면 새로운 본당으로 발령을 떠난다

6개월 전에는 이번에 잠시 쉬면 편안해질 줄 알았건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 복 많은 내 인생이 그렇지 뭐...


한편으로 다행스럽다

참된 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알게되었다

다른 모든 활동은 금지하고 취소하되 

미사만은 일관되게 거행하면서 

여기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누가 얼마나 열심한 교우인지 드러났다

성당 입장부터 명단을 적고 공개되고 있으니

활동이 중지되자 성당에 발을 끊은 분부터

어려움을 무릅쓰고 매일 미사를 드리는 분까지

정체가 확연해졌다

그동안 다들 어디에 관심을 쓰고 살았는지 알려졌다

교회를 이용했는지,

하느님에게 자신의 삶을 걸었는지..

두려워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대기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푸느라 다녔던 시간은 무어라 해명할까?

다만... 점차 본인과 하느님과 잘 화해하길 빌 뿐이다


그러면 이제 난 무엇을 해야할까?

일선 사목에서 떨어져 멀리서나마 응시하며 바라보았다


고물상이 누구 눈에는 그저 하찮은 물건더미로 보이겠지만

그것을 재화를 바꾸는 재주꾼들이 있듯이

식당 장사를 잘 하려, 범인을 잡으려.. 남의 집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초짜 사장님들, 형사들이 정보를 찾아내듯이

고맙게도 우리에겐 교우들이 직접 적어준 명단이 있다

누구는 그저 출입명부로만 보면서 버릴지 모르나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가?


사무실이 건네줄 교우들의 이름을 고이 기다리며

만나게 될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련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에게 매달렸던 이를 

측은하고 사랑스럽게 보셨던 마음을 체감하며

나도 예수님처럼 다가갈 구체적인 방도를 찾아본다

이들이 바로 교회의 보화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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