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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다.
미사시간이 다가오자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우산을 받고 모여든다. 비가 내려 지난 월요일처럼 가톨릭회관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온 신부님들은 바람이 불고 비가 들이쳐도 앉아 있다. 비가 내려도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음과 열정은 막을 수 없다.
오후 세시 나승구 신부님의 주례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가 시작되었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신자들이 모였다. 나신부님은 "내리는 비만큼이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많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명들, 그 모든 슬픔들이 내리는 비에 씻겨나갔으면 좋겠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미사가 끝난 후 모두들 모여 빨간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이는지 모두들 추워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다. 단식한지 8일째가 되어서 인지 힘들어 하는 기색들이 보인다. 특히 대표신부님이 많이 힘들어하는 게 걱정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5월 하순인데 날씨가 이렇게 추운 걸 보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며 한숨을 짓는다. 강을 파헤치니 당연히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라고 생명들이 놀라서 날씨가 이상하게 되는 것이다. "명박이는 천운을 타고 났나? 촛불이 타오를 때 주말에 비가 와서 꺼버리더니 우리가 뭘 좀하려면 바람 불고 비가 와서 사람들 모이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잘못한 게 뭐있지? 우리가 잘못한데 많은가 봐! 그래서 우리가 단식하고 간절히 기도해야 해. 우리가 너무 편하게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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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기도를 드리는 사제들 |
저녁기도를 마치자 비가 더 내리고 날씨가 더 추워졌다. 빨간 담요를 뒤 집어 쓰고 빙 둘러 앉아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핫팩을 손에 대고 문지르기도 하고 몸에 붙이기도 한다. 그래도 춥다. 오늘 밤은 무척이나 추울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누구 하나 쓰러지고 죽어도 명박이는 눈 하나 꿈쩍 않을 것이고, 아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 열 받고 오기가 생긴다. 더 처절해 지자. 끝까지 해보자.
저녁 7시 30분 촛불기도회. 오늘부터는 기도회를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문화공연을 하기로 했다. 비가 와서 모두가 서서 예수 고난회 전진 신부님의 선창으로 묵주기도를 바친다.
기도 후 유영훈(팔당 유기농 단지 대책위원회 대표)님은 이렇게 발언했다.
"팔당 유기농지 농지보전 투쟁 1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지금처럼 농사만 짓고 살게 해달라는 소박한 요구에서 시작했다. 이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이렇게 오래가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4대강 주변에서 주민들이 공사를 막고 있는 곳은 작은 팔당지역 뿐이다. 열악한 농민들이 어쩌다가 1년을 버티며 4대강 사업 저지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팔당 농민들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유로 안게 되는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서 유기농지 보전을 통해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그래서 한강 1공구 사업이 지연되고 막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중에도 야간에도 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6월 장마철이 오기 전에 기반조성을 마치기 위해서다. 팔당지역도 6월 2일 지자제 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를 자제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감정평가를 하는 등 장마가 오기 전에 기반 공사 마치려 서두르고 있어 팔당지역은 긴장 상태에 있다. 현실적으로 이 사업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은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을 당선시키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가 하는 사업에 대해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사업을 지연시키고 막아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래서 6월 2일 지방선거에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어서 김영식 신부님이 천안함 사건을 생각하며 '심장에 남는 사람'을 노래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광현, 김정은 부부의 공연. 모두가 힘차게 '광야에서'를 부르고 "4대강 사업이 멈출 때까지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고향이 영산강 쪽이라는 손택수 시인은 어린 시절 강물에 딱지 앉은 무릎을 안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덧나지 않게 야금야금 뜯어 먹으며 상처가 말끔하게 나은 기억을 되살리며 '물고기 입술을 기다림'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물고기 입술을 기다림
-손택수
깨어진 무르팍에 앉은 딱지
냇물에 담그면 철렁 -
놀라 달아났던 물고기들이 모여들어
입을 맞추었다
맛난 돌이끼라도 뜯어먹듯
헌 딱지 가져가고
흉터 없이 연한
새살이 돋아나곤 하였다
상처에 앉은 딱지를 뜯을
용기는 나지 않고,
딱지 아래 아무는 속살들은 영 가렵기만 하고,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몰라
깨어진 무르팍에 붙은 흙을 살살
혀로 골라낸 뒤
약쑥을 부쳐주던 할머니처럼
물고기는 오래된 나의 의원
4대강 순례길, 먼길 퉁퉁 부은 발을 어루만져주는 물속
물고기 주사바늘을 기다려본다
환하게 따끔거리던 기억이
강물 소리를 내며 내 안을 흘러 다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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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윤 신부 |
인천교구 장세윤 신부는 올해 1월에 신부가 되었고 왜 머리를 깎았냐는 질문에 "생태계의 의미를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말씀의 선포자로서 살아야하는데, 그것이 강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선배신부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가르침을 어떻게 삶으로 실천할 수 있는가 생각하다가 5월 10일 명동 생명평화미사가 나에게 다가온 첫 번째 삶의 실천이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일이 사제로서 첫 순간이었기에 그날 새벽미사가 끝난 후 목욕재계를 하고 이발소에 가서 삭발을 했다. 이발소에서 아저씨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자 '삭발요'라고 했더니 '왜요?' 했다. 그래서 '4대강 사업 반대 때문에요!'라고 했더니 '아!'하며 그냥 깎아 주었다. 지금은 거울을 볼 때마다 삭발한 머리를 보면서 '삶으로 실천하는 말씀의 선포자, 처음 마음을 잊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머리를 기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모든 사람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오늘밤은 우리가 단식기도를 시작한 후 가장 추운 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추운 밤은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이 외치는 비명소리에 비하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만과 독선의 이 정권 아래에서 사람들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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