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느 분 병문안을 갔다.
한참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내가 부엌에 남비을 올려놨는 데, 그 불을 끄고왔는지 긴가민가한거다.
어쩐지 끄고 온 것 같았는데,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갑자기 불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게 찝찝했다.
방학이라 딸이 자고있기는 했는데 ,자다말고 남비가 타고있는지 확인할 확률은 0% 였다.
사람들과 한 차로 움직이는 중이라 확실치 않은일로 모두를 "우리집에가서 남비가 혹시 타고있는지 보고오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10%의 가능성은 점점 내 심장을 압박했고 , 나는 계속 전화를 돌려댔다.
드디어 선잠을 깬 딸아이를 채근해 확인을 했는데, 헤르트는 이미 껐고, 남비는 당연히 타지않았다.
룰루랄라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집에 돌아와서 딸하고 저녁먹고,
세상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90%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통계가 있다는둥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TV보고, 멜도 확인하고, ...
밤 늦게 내일 입을 옷을 다린다고 지하실에 내려가보니 (우리 지하실은 내 다리미방이다.)
다리미가 최고 온도로 하루종일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등에 식은 땀이 나는 듯했다. 뜨거운 다리미 옆에는 게으른 내가 밀어 논,
아직 다리지않은 엄청난 양의 옷들이 놓여있었다.
내 불안감의 근거는 부엌이 아니라 아침에 후다닥 남방을 다리고 전화가 와서 그냥 놔 둔 다리미였던 것이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정말 내가 싫어지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