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파스카 삼일

2011. 3. 30. 오후 8: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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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파스카 삼일

 

 
68성 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때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 저녁 기도 때까지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분의 성삼일”이라고 하며 전례주년에서 가장 거룩하고 뜻 깊은 기간입니다. 성주간 목요일 저녁에 주님 만찬 미사로 파스카 삼일이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시고 제자들에게 영적인 양식으로 주십니다. 성체성사를 세워주신 것입니다. 이때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겨 주심으로서 그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사랑과 봉사, 나눔의 정신이 만찬 미사 안에 충만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날 미사의 마침 예식을 생략하고 성체를 다른 장소에 모시는 예식을 합니다. 다른 장소에 모시고 성체조배를 하게 되는 데 이때 성체를 보관하는 장소를 ‘수난 감실’이라고 부릅니다. 수난 감실을 마련하는 것은 주님의 묻히심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사가 거행되지 않는 성 금요일 영성체 예식 때 분배될 성체의 보관을 위해서 마련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성체성사의 의미를 강조하여 수난 감실을 호화롭게 꾸미기도 했지만 성삼일의 의미를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에 도움이 되도록 소박하게 꾸미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난 감실 앞에서 밤샘 성체조배를 하게 되는데 성체 성사 안에 나타나는 주님의 사랑과 수난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난을 예고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셨는데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하고 말씀하신 후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서 기도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돌아와 보니 그들이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하시고 다시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잠겨 잠자고 있었고 다시 그들을 두고 기도하시고 오셨는데 여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이때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태26,45)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늘 가져야 하지만 이 날만큼은 한 시간을 채워드리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성 금요일은 미사가 봉헌 되지 않습니다. 미사의 주체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돌아가셔서 무덤에 계신다는 뜻에서입니다. 이날은 오후 3시경에 주님 수난예식을 거행하는데 이 예식은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으로 구성됩니다. 특별히 십자가 경배를 통하여 십자가에 담긴 주님의 수난과 죽음, 사랑의 의미에 대해 감사하고 우리의 잘못을 뉘우쳐 새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날 영성체를 하게 되는데 “교우들이 이 날 모든 이를 위하여 자신을 바치신 주님의 몸을 모심으로써 그 구원 효력을 더욱 풍부히 누리게 한다.”(교황비오12세)는 의미에서 입니다.

 

성 토요일은 부활성야로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그 거룩한 밤을 기념하며 동시에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히브리인들을 해방 시켜주신 주님의 ‘파스카(거르고 지나가다)’를 기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통하여 구원과 해방을 얻었듯이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온 인류가 죄악의 어두움, 죽음에서 구원됨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 밤은 죽음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밤이요 참된 해방을 알리는 밤입니다. 성주간 전례에 적극 참여하여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고 또 구원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최후의 만찬>, 1909, 캔버스에 유채, 86×107cm, 코펜하겐, 국립미술관.

 

 

 

20세기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는 영성체를 통한 구원의 약속을 형상화하였다.  놀데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성배를 두 손에 꼭 쥐고 당신의 몸과 피를 통한 구원을 약속하고 계신다. 비스듬하게 감은 눈과 우수에 찬 듯한 얼굴 표정은 그 분의 비장하고 굳건한 결의를 가시화하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 의해 원형으로 둘러싸여 화면의 중심에 있고, 제자들은 누가 스승을 배반할 것인지 서로 의심하며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주는 몸과 피를 받아먹을 동지로서 서로서로 어깨에 손을 얹고 유대감과 동료애를 끈끈하게 교환하고 있다.  화면의 중심은 예수님이라기보다 성배를 감싸 안고 있는 크고 투박한 손이다. 거칠고 투박한 예수님의 손, 예수님뿐 아니라 제자들의 허름한 옷차림, 서로 부대끼며 앉아있는 듯한 매우 협소한 장소 등은 가난과 초라함을 극적인 긴장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식탁 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풍요로운 음식 대신에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실 것이다. 놀데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붓 터치, 섬광 같이 빛나는 강렬한 빨강과 노랑 등의 원색으로 가난하고 미천한 곳에 내리는 그리스도의 은총과 희망, 구원의 약속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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