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성야미사는 모든 미사의 중심이며 모든 전례의 원천입니다. 이 밤은 “주님을 기다리는 전야”로 주님께서 부활하신 그 거룩한 밤을 기념하며, 동시에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히브리인들을 해방시켜 주신 주님의 파스카를 기념합니다. 이날 예식은 크게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예식(세례 갱신식), 성찬 전례등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빛의 예식으로 죽음에서 빛과 생명을 주신 그리스도의 부활과 사랑을 드러냅니다. 먼저 성당 밖에서 불을 축복하게 되는데 활활 타오르는 불은 하느님의 현현(顯顯)(탈출3,1-6)을 뜻하며 영원하신 성삼위의 거룩함을 의미합니다.
그다음 부활초에 여러 가지 표상을 새기는데 먼저 위에서 아래로,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십자가를 긋고 그 십자가 위와 아랫부분에 그리스어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인 알파와 오메가를 표시합니다. 이는 요한묵시록 1장 8절에 나오는 ‘영원’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두 글자 사이에 그 해의 연수를 표시하는데, 이 뜻은 하느님의 영원한 섭리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해가 세기의 주인공이신 주님께 속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개의 향 덩이를 부활초에 새겨진 십자가에 꽂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입으신 다섯 상처를 드러내 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하느님이시고 인간이심이 십자가의 다섯 상처로써 상징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주와 시간의 구원이 여기에 달렸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해서 부활초는 완성되고, 사제는 하느님 출현의 표지인 활활 타오르는 새 불에서 붙인 불로 부활초를 켭니다. 이는 신성과 인성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초에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본성과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기쁨을 체험해야 합니다. 이어서 행렬을 하는데 부활초를 높이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 하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합니다. 이것은 마치 이스라엘 후손들이 밤에 불기둥의 인도를 받은 것처럼 그리스도 신자 역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부활 찬송을 노래합니다. 부활 찬송에는 죽음과 죄, 지옥의 힘을 이기신 그리스도 왕의 승리를 표현합니다. 그리스도는 죽음을 이기신 생명의 빛, 진리의 빛, 구원의 빛이십니다. 사실 파스카 축제의 모든 의미들이 부활 찬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정의철 참조)
부활은 죽음을 전제한 것인 만큼 일상 안에서 이웃을 위해 나 자신을 죽임으로써 부활의 기쁨을 더욱 키우시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은 부활이 기쁜 이유가 사순절이 끝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순 시작부터 결심한 많은 것들에 대해 자유를 얻기 때문에 기쁜 것이지요. 그러나 진정한 부활은 어둠을 벗어버리고 빛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을 오늘 미리 누리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그리스도의 부활>, 판넬에 유화, 1475-9, Staatliche Museen 소장, 베를린,독일
조반니 벨리니는 서늘한 아침나절의 풍경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표현하였다. 무엇보다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뒷배경인 하늘을 극적으로 밝게 그림으로써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잘 드러나게 하였다. 무덤을 지키는 파수꾼 둘은 잠에서 깨지 않았고 나머지 둘은 하늘로 떠오르는 예수님을 올려다보며 놀란 표정이다. 예수 그리스도 오른손은 축복의 자세로 들었다. 왼손에는 수의 자락과 승리의 깃발을 들었다. 무덤을 찾은 세 여인이 보이고 무덤 지붕에는 토끼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간다. 이 그림은 인간적인 정서와 깊이 있는 종교적인 감성을, 특유의 장엄함과 엄격함으로 잘 융합시켜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