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성인은 어디 있는 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성인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기도를 많이 하고 단식하며 극기와 절제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많은 헌금을 내며 정의롭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가장 훌륭한 성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고 하느님께 언제나 감사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성인이며 그는 바로 내 삶의 자리 안에 있습니다. ‘성인은 어디에 있는 가’ 라며 밖에서 찾지 말고 스스로 성인이 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루카복음 17장 11-19절에는 열 명의 나병환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열 명의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병의 치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감사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아홉은 “진짜 나았는지 확인해 봐야지.…” “나았지만 앞으로 재발하지 않을까?” “감사의 인사는 천천히 드려도 괜찮겠지.…” “이제 보니 내 병은 나병이 아니었던 것 같아.…” “다 나은 것이 아닐 거야.…” “사실 주님께서는 특별히 애쓰신 것도 없잖아. 나는 이미 회복되고 있었다구.…” 하며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은혜를 입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더욱 일상 안에서, 시련과 고통 안에서 감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남들이 은혜를 잊어버리면 쉽게 서운해 하면서도 내가 받은 은혜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어떤 왕이 신하들이 식사 때마다 감사기도를 드리지 않자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거지 한 사람을 자기 식탁에 초청하였습니다. 그런데 거지는 분수에 넘치는 식사를 마음껏 하고서도 임금의 친절과 너그러움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갔습니다. 이를 본 신하들이 거지는 역시 거지라며 은혜를 모르는 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왕이 신하들에게 엄숙히 말하였습니다. “그대들도 거지와 똑같소. 그대들도 모든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고 있지 않소!”
여러분은 식사 전후 기도를 정성껏 바치십니까? 영적 양식인 성체를 모시면서 감사를 드립니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감사하며 사는 나는 이미 성인입니다. 사랑합니다.
팔마 일 죠바네(Palma il Giovane, 1544-1628)의 '<병자들을 치유하는 그리스도>, 1592년, 유화, 개인 소장, 마라노 디 카스테나소,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죠바네는 화려한 색채를 통하여 주제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석조 건물로 웅장하게 장식된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길가에는 나병환자들과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간절히 자비를 청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는 이미 치유가 되어 이불을 짊어지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병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예수님은 오른 손을 들어 하느님의 권능으로 병자들을 치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