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천국과 지옥 밖에 없었다면

2011. 3. 20. 오전 8:16:34

글자
 
 
 

50. 천국과 지옥 밖에 없었다면

  유다 마카베오는 이방인들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유다인들의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옷 속에 유다인들에게 금지된 ‘얌니아 우상들의 패’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거룩한 전쟁에 참여하여 죽은 사실은 의로우나 우상을 섬기는 일은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다는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죽은 자들의 범한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전사자들이 부활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면,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쓸모없고 어리석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건하게 잠든 이들에게는 훌륭한 상이 마련되어 있다고 내다보았으니, 참으로 거룩하고 경건한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그가 죽은 이들을 위하여 속죄한 것은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2마카12,44-45)


 만일 천국과 지옥밖에 없었다면 유다인들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의인이 아니면 악인, 천국이 아니면 지옥으로 판별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은 전사들은 안타깝게도 말하자면 반쪽 의인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반쪽의인인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거치는 정화의 단계를 '연옥'이라고 보았습니다.


집회서를 보면 “살아있는 모든 이에게 호의를 베풀고 죽은 이에 대한 호의를 거두지 마라.”(집회7,33)고 적고 있습니다. 죽은 이에게까지 선행을 베풀라는 것은 곧 연옥의 존재를 암묵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 3장 18절을 보면 주님께서는 “육으로는 살해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습니다. 그리하여 감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시어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바로 감옥에 있는 영들이 천국도 지옥도 아닌 처지에 있는 연옥에 있는 영입니다.


 교회는“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하늘나라의 기쁨으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거룩함을 얻기 위해 죽은 후에 정화를 거쳐야 한다.”라고 가르칩니다. 교회는 초기부터 죽은 이들을 존중하고 기념하였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특히 미사성제를 드렸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정화되어 하느님께 다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또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한 자선과 대사와 보속도 권고합니다. 욥은 아들들의 죄를 벗기 위한 번제물을 바쳤습니다.


 연옥은 부족한 인간에게 보속과 정화의 기회를 준 자비의 선물입니다. 죄스런 인간이 거룩하고 무한한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에서 거치는 ‘정화 자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옥은 천국의 일부입니다. 천국이나 지옥 그리고 연옥에 대한 가르침은 미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현세 신앙생활이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일깨우는 현재를 위한 가르침입니다. 현재의 연장이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삶의 질, 곧 사랑, 거룩함, 믿음의 정도가 천국과 연옥, 지옥을 결정짓게 됩니다. 똑같은 처지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사랑이 만발한 곳이 천국이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삶이 지옥입니다. 그리고 정화가 필요한 상태가 연옥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지상에서 천국과 지옥, 연옥을 살고 있습니다. “사랑이 있으면 천국, 사랑이 없으면 지옥입니다.” 천국을 희망합니다. 사랑합니다.


 


도미니코 디 미첼리노의 <‘신곡’을 손에 든 단테>, 1465, 패널 템페라,피렌체대성당

 

단테가 왼손에 <신곡>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지옥의 문을 가리킨다. 지옥에서는 마왕들이 죄인에게 영원의 형벌을 가하고 있다. 뒤에 있는 일곱 개의 원으로 된 언덕은 연옥을, 머리 위에 별은 천국을 나타낸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