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간 토요일 (루가6,43-49)

2011. 9. 10. 오전 6:23:40

글자

 

 

2011 9 10일연중 제23주간 토요일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 주겠다.

그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루가 6,43-49)

 

 Listens to my words, and acts on them.
That one  is like a man building a house,
who dug deeply and laid the foundation on rock;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주님의 ‘첫째가는 죄인’임을 겸손하게 고백한다. 이것은 단순히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가 얼마나 크신지를 전하고, 주님에 대한 믿음과 겸손한 자세를 모범으로 보여 주려는 것이다(1독서). 말씀이 행동으로 드러날 때 삶의 열매가 된다.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한 나무처럼 실천이 없는 삶은 기초가 없는 집과 같다.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삶은 튼튼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이런 집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다(복음).

☆☆☆

오늘의 묵상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 ……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이사 5,1-4)
『성경』에서 말하는 포도는 사랑의 상징입니다. 이사야 예언서는 주님께서 당신 포도밭 이스라엘에 사랑의 열매를 맺을 포도나무를 심으셨지만 들포도가 맺히자 한탄하시는 모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포도나무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제때에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서 들포도가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좋은 나무가 되어 탐스러운 포도송이 같은 사랑의 열매를 맺는 게 아니라 들포도 같은 형편없는 열매를 맺을까 걱정하고 계십니다.
농부가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 정성을 다하면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농부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 주님!” 하고 ‘입’으로만 부르는 ‘잎’만 무성한 나무가 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가지는 잘라 내고 제때에 영적인 양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주님 정원에서 사랑의 열매를 맺는 좋은 나무 한 그루는 자신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연풍성지

마음에 담아야 할 것

  -반영억 라파엘 신부-

풍성한 가을입니다. 복숭아농사를 지은 신자들이 첫 수확을 성당으로 가져 옵니다.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가져옵니다. 주님을 대신해서 복숭아를 먹는 저는 기쁨과 미안함이 함께합니다. 정성과 사랑에 걸 맞는 삶으로 주님께 드려야 하는데 먹기에 급급해합니다. 첫 열매를 주님께 먼저 바쳐드리는 믿음에 기뻐합니다. 아울러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수고와 땀을 쏟은 신자 분들에게 주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말에서 마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이 말이 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행동하게 됩니다. 마음에 담아둔 것은 언젠가 밖으로 나오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조심하고 마음을 닫아걸고 있어도 마음이 한번 흔들리면 속에 있는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니 일상 안에서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마음 안에 좋은 것을 담아야 좋은 것이 나오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거를 건 거르고, 삭힐 건 삭히고 담아야 하겠습니다.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따르는 행동이 선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속마음보다 형식과 겉모양을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내적 태도가 선할 때 선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 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6,45)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사기, 방탕, 중상, 교만, 어리석음…같은 여러 가지 악한 생각들인데 이런 악한 것들이 사람들을 더럽힌다.(마르7,21이하)

그야말로 가시나무에서는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법입니다(루가6,44). 그러므로 닦고 가꾸어야 할 것은 말보다 먼저 마음입니다. 마음을 깨끗이 닦아야 고운 말도 나오고 바른 행동도 나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개소리만 합니다. 자기 집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지 강아지 얘기만 합니다. 그 강아지에게 마음 쓰는 만큼 사람에게 정성과 사랑을 쏟으면 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터인데…. 동물 애호가 한 테는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먼저입니다. 마음속에 강아지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보이겠습니까?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자체가 사랑 받아야 할 이유입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어떤 이는 남 얘기만 합니다. 자기 속을 보지 않고 남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콩 나라 팥 나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을 보고 도움을 주기는커녕 온통 남의 흉, 허물로 자기 마음을 가득 채워 놓은 이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지으라 하시는 데 남의 흉, 허물 위에 집을 짓고 있으니 그 집이 어찌 온전하겠습니까? 그 사람은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습니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습니다.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습니다.’(루가6,49).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 안에 성경말씀과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 예수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 항상 주님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기쁘거나 위기가 닥칠 때나 어느 때이든 그분 것이 우리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눈을 깨끗하게, 귀를 조용하게, 그리고 마음을 평온하게 지키십시오.”(토마스 머튼). 잠언에서는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거기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잠언4,23)라고 말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신뢰하고 너의 예지에는 의지하지 마라. 어떠한 길을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그분께서 네 앞길을 곧게 해 주시리라.”(잠언3,5-6). 주님을 마음에 담는 하루를 축복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좋은 나무로 서기 위해>

-양승국신부-

 

당도가 아주 높고 품질 좋은 과일 생산해내기로 유명한 한 과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일나무에는 보기만 해도 탐스런 알찬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요.  

오다가다 들른 우리 같은 사람은 그저 보기 좋다, 잘도 가꿨다, 하고 말지만, 좋은 과실수로 만들기 위한 주인내외의 노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정신없이 바쁘답니다. 쓸모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잘라내야 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답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마다 퇴비며 비료를 주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튼실한 과일이 주렁주렁 달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에 앞서 일조량이 뒷받침 되야 하는데, 긴 장마라도 오게 되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1등급을 만들기 위해서는 흠이 하나도 없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일이 싸주어야 합니다. 새들의 공격도 막아야지, 병충해의 공격도 막아야지... 

우리 역시 좋은 결실을 수도 없이 맺는 좋은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좋은 나무로 선다는 것,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좋은 나무가 된다는 것,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알찬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냥 내버려둬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좋은 나무로 서기 위해 다른 무엇에 앞서 ‘말씀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행일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복음의 생활화, 말씀의 내면화, 일과 기도의 조화, 생각과 삶의 동일화... 

예수님께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시며 그들의 부족함을 신랄하게 고발한 대상들이 있었는데, 바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치명적인 결점 하나가 바로 언행의 불일치, 일과 기도의 부조화, 말씀과 생활의 이원화였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그들은 말은 얼마나 번지르르 잘 했는지 모릅니다. 좋은 생각,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삶이 뒤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복음이 지닌 본질적인 측면 한 가지는 움직이는 것입니다.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활활 불타올라야 하는 것입니다. 점점 동심원을 그리며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김정미 수녀-

 

일본에 갔을 때 오래된 절의 진입로에 즐비한 상가 사이를 지났다. 좁은 길 양쪽에 작고 고만고만한 상가가 늘어섰는데 그중 작은 공간 하나가 투명한 비닐을 친 채 공사 중이었다. 일본의 공사현장은 어떤가 궁금증이 생겨, 나는 일행에서 빠져 그 작은 공사현장 출입구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위생장비를 갖춘 두 명의 인부가 양 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작은 솔과 쓰레받기를 들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시멘트 바닥의 먼지를 쓸어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연로하신 부모님의 방을 정돈하는 모습, 또는 불공드리듯 예를 올리는 것처럼 경건하고 철저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작업을 넋을 놓고 지켜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공사는공기를 얼마만큼 단축하여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이루어 내는 것이 자랑이다. 그러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이 허술하거나 생략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러니 그 집들은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지은 집과 같다. 큰물이 들면 곧 무너져 버린다.

바오로 사도는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했다. 그리스도 신앙을 따르는 우리에게성전의 기초는 바로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하느님의 성전인 우리 자신의 사정은 어떠한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든든한 기초 위에 그에 걸맞은 충성스러운 집이 들어섰는가? 한번 지어진 집을 정성스레 쓸고 닦으며,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꼼꼼하게 원인을 살피며 그에 필요한 보수공사를주님과 함께했는가? “주님께서 집을 지어주시지 않으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 … 일찍 일어남도, 늦게 자리에 듦도, 고난의 빵을 먹음도 너희에게 헛되리라.”(시편 127,
1-2) 하신 말씀이 내 삶의 좌표가 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오늘,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사람이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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