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9장> 송영진 모세 신부
<1절-12절 : 다섯째 나팔>
다섯째 나팔의 재앙은 지옥에서 나온 악의 세력에 의한 재앙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심판과 벌을 집행하실 때 때로는 악의 세력의 힘을 사용하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1절..<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때에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별 하나를 보았는데, 그 별에게 지하로 내려가는 구렁의 열쇠가 주어졌습니다.>--<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별 하나>--'별'을 '악마'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고, '천사'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습 니다.
1) 악마로 해석하는 경우--'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이라는 말을 천사의 타락으로 해석해서, '땅으로 떨어진 별'을 타락한 천사, 즉 악마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루카복음 10장 18절,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또 요한 묵시록 12장 9절,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라는 구절을 들고 있습니다.
2) 천사로 해석하는 경우--요한 묵시록 20장 1절, "나는 또 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지하의 열쇠와 큰 사슬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라는 구절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악마로 보는 해석도 그런대로 근거가 있지만 앞뒤 문맥과 내용을 볼 때,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별'은 다섯째 재난을 준비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지하 세계로 파견하신 천사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구렁>--이 말을 공동번역 성서는 '끝없이 깊은 지옥 구덩이'로 번역했고, 200주년 성서는 '나락의 구렁'으로 번역했습니다. 원문대로 직역하면 '끝없는 심연' 정도가 될 것입니다. 새번역 성경의 '지하로 내려가는 구렁'은 잘못된 번역입니다. 마치 '지하'와 '구렁'이라는 구분되는 두 장소가 있는 것처럼, 또 '구렁'을 거쳐서 '지하'로 내려가는 것처럼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장소는 지하 깊은 곳(깊은 구덩이, 심연, 악마가 벌을 받는 장소), 즉 지옥입니다. 이사야서 24장 22절, 베드로2서 2장 4절에 이 장소에 대한 구절이 있습니다.
<열쇠>--'열쇠'는 열고 닫는(매고 푸는) 권한을 뜻합니다.
2절..<그 별이 지하로 내려가는 구렁을 열자, 그 구렁에서 연기가 올라오는데 큰 용광로의 연기 같았습니다. 해와 대기가 그 구렁에서 나온 연기로 어두워졌습니다.>--천사가 지옥문을 열었습니다. '구렁에서 용광로의 연기 같은 것이 올라와서 해와 대기가 어두워졌다.' 라는 표현은 창세기 19장 28절, 탈출기 19장 18절에서 온 표현으로서 이제 지옥의 어둠 이 인류를 덮게 되었다는 것, 즉 악의 세력이 인류를 덮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옥에서 솟아나는 검은 연기가 하늘나라의 모습과 하느님의 빛을 차단하고, 지옥의 공포가 사람들을 덮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3절-4절..(3)<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메뚜기들이 나와 땅에 퍼졌습니다. 그 메뚜기들에게 권한이 주어졌는데, 땅의 전갈들이 가진 권한과 같았습니다.> (4)<그것들은 땅의 풀과 푸성귀나 나무는 하나도 해치지 말고, 이마에 하느님의 인장이 찍히지 않은 사람들만 해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지옥의 문이 열리자 연기와 함께 메뚜기 형상을 한 악의 세력이 나와서 땅에 퍼집니다. 여기서 '메뚜기'는 악마적인 무리를 상징하는데, 어떤 전염병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메뚜기의 재앙은 탈출기 10장, 요엘서 2장에서 온 표현인데, 특히 요엘서와 비슷합니다.
구약성경과 달리 여기서 묘사하는 메뚜기는 본래의 먹이인 식물이 아니라 사람만 공격하도록 공격 권한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전갈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같습니다. 메뚜기들의 권한이 전갈들이 가진 권한과 같았다는 말은 그것들이 전갈들처럼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뜻입니다.
'전갈'은 가재와 비슷한 모양의 절지동물로서 꼬리에 독침을 지니고 있고, 육식성, 야행성인데, 원래 유대인들에게는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덤벼드는 악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메뚜기들은 풀과 푸성귀와 나무, 그리고 이마에 하느님의 인장을 찍은 사람들은 해치지 말고, 인장이 찍히지 않은 사람들, 즉 죄인들만 해치라는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이 명령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이것은 악의 세력도 하느님에 의해 통제되고 제한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메뚜기들이 하느님의 인장이 찍히지 않은 사람들,
즉 죄인들만 공격한다는 것이 불합리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인장이 찍히지 않은 사람들은 지옥과 가까운 사람들이고, 악마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의 명령에 의한 것입니다. 자기편이라고 해도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악의 세력이 자기편을 공격한다는 것은 이 재앙이 '악의 세력의 자기 파멸'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5절-6절..(5)<그러나 그 사람들을 죽이지는 말고 다섯 달 동안 괴롭히기만 하도록 허락되었습니다. 그 괴로움은 사람이 전갈에게 쏘였을 때와 같은 괴로움이었습니다.> (6)<그 기간에 사람들은 죽음을 찾지만 찾아내지 못하고, 죽기를 바라지만 죽음이 그들을 피해 달아날 것입니다.>--메뚜기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간은 '다섯 달' 동안입니다. '다섯 달'은 일반적으로 메뚜기의 수명을 나타냅니다. 즉 자기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뜻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섯 달'은 상당히 긴 기간을 상징합니다. 메뚜기들의 공격은 전갈에게 쏘였을 때와 같은 고통이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전갈의 독침은 상당히 고통스럽긴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고통만 주고 죽이지는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6절의 '죽음을 찾지만 찾아내지 못하고, 죽기를 바라지만 죽음이 그들을 피해 달아날 것이다.' 라는 말은, 사람들이 죽고 싶어 할 정도로 괴로워하지만 죽을 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즉 죽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는 표현이 욥기 3장 21절에 있습니다. 이 고통은 하느님을 믿지 않고 죄와 악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 혼란, 절망, 허무감 등의 정신적인 고통과 방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메뚜기의 재난에는 삼중의 제한이 있습니다. 시간(다섯 달), 규모(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만), 방법(죽이지는 말고)의 세 가지 제한인데, 어떤 악의 세력도 하느님의 허락 없이 독자적으로 힘을 쓸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제한을 하신 이유는 사람들의 회개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7절-10절..(7)<그 메뚜기들의 모습은 전투 준비를 갖춘 말들과 같았는데, 머리에는 금관 같은 것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의 얼굴은 사람 얼굴 같았고,> (8)<머리털은 여자의 머리털 같았으며 이빨은 사자 이빨 같았습니다.> (9)<갑옷도 입었는데 쇠 갑옷 같았고, 날갯소리는 싸움터로 내닫는 수많은 전투 마차들의 소리 같았습니다.> (10)<또 전갈 같은 꼬리에다 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꼬리에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칠 권한이 있었습니다.>--악마적인 모습의 메뚜기 묘사는 대부분 요엘서 2장의 표현에서 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투 준비를 갖춘 말>--당시에는 전투용 말들에게 사람처럼 갑옷과 투구 비슷한 것을 씌워서 전투 준비를 했습니다.
<금관>--사람을 해칠 수 있는 권한을 상징합니다.
<사람 얼굴>--악마적인 지혜를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여자의 머리털>--점성술에서는 전갈자리 옆에 처녀자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점성술에서 온 표현으로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긴 머리털은 당시의 미개인들의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잔인한 야만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사자 이빨>--무시무시한 탐욕을 상징합니다.
<쇠 갑옷>--무자비한 격렬함을 뜻합니다.
<날갯소리는 전투 마차들의 소리>--그 소리가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가를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10절은 앞의 5절과 같은 내용입니다. 메뚜기의 전체 모습은 말처럼 생겼는데 날개가 달렸고, 사람 얼굴에 사자 이빨, 전갈처럼 독침을 품은 꼬리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잡종의 괴물 같은 모습인데 이것은 그것들의 악마적인 성격과 사악한 성격을 나타내는 묘사입니다
11절..<그것들은 지하의 사자를 임금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히브리 말로는 아바똔이고 그리스 말로는 아폴리온입니다.>--그것들의 두목은 '지하의 사자'입니다. 여기서 '지하의 사자'는 성경 원문대로 번역하면 '지옥의 천사'입니다. (공동번역 성서는 '지옥의 악신'으로, 200주년 성서는 '나락의 천사'로 번역했습니다.) '지옥의 천사'는 원래는 천사였다가 타락해서 악마가 된, 사탄의 두목을 가리킵니다. '아바똔'은 멸망, 파괴, 저승의 뜻을 가진 히브리말입니다. '아폴리온'은 파괴자라는 뜻의 그리스말입니다. 아바똔을 그리스말로 바꾸면 아폴레이아(파괴)가 되는데, 여기서 아폴리온(파괴자)이라고 한 것은 지옥을 의인화한 것입니다.
12절..<첫째 불행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두 가지 불행이 더 닥칠 것입니다.>--재난의 분기점입니다. '첫째 불행이 지나갔습니다.' 라는 구절을 공동번역 성서는 '재난이 또 하나 지나갔습니다.' 라고 번역했는데, '첫째 불행이 지나갔습니다.'가 옳은 번역입니다.지옥문이 열리고 악령이 직접 등장한 후의 첫째 불행이라는 뜻입니다. 악령은 아직도 남아 있는 두 가지 재난(불행)에서도 직접 나서서 더욱 잔인한 만행을 저지를 것입니다.
<13절-21절 : 여섯째 나팔>
13절..<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때에 나는 하느님 앞에 있는 금 제단의 네 모퉁이 뿔에서 나오는 한 목소리를 들었는데,>--첫째부터 다섯째 나팔 때까지는 나팔소리와 함께 재앙이 직접 세상에 떨어졌지만, 여섯째 나팔소리에서는 금 제단에서 한 목소리가 나오고 그 목소리가 재앙을 불러 옵니다. '금 제단'은 8장 3절에서 성도들의 기도를 하느님께 바쳤던 바로 그 금 제단입니다.
<제단의 네 모퉁이 뿔>--구약시대 성전의 제단에는 네 모퉁이에 뿔이 있었습니다. 제물을 바칠 때 제물의 피를 그 뿔에 발랐습니다(레위 9,9). 또 죄인이 성전을 도피처로 삼아서 제단의 뿔을 잡고 있으면(1열왕 2,28) 죽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단의 뿔은 죄인의 도피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별다른 뜻 없이 그냥 제단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생각됩니다. '금 제단의 네 모퉁이 뿔에서 나오는 한 목소리'는 8장 3절에서 하느님께 바쳤던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의 소리입니다.
14절..<나팔을 가진 여섯째 천사에게 "큰 강 유프라테스에 묶여 있는 네 천사를 풀어 주어라."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하느님께서 '유프라테스 강에 묶여 있는 네 천사를 풀어 주어라.' 라고 명령하십니다. 이 네 천사는 7장 1절-2절에 나온 '땅의 네 모퉁이의 네 천사'와는 다른 천사들입니다. 유프라테스 강은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등이 있던 지역을 뜻하고,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을 짓밟고, 그들을 노예로 삼고, 많은 고통을 주었던 땅을 뜻합니다. 로마제국 시대의 유프라테스 강은 당시 그 지역에 있던 파르티아 왕국과 로마제국 사이의 경계선으로서 로마제국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파르티아 기병대에 대한 공포심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묶여 있는>--자기 멋대로 행동할 수 없고, 하느님의 명령대로만 행동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네 천사>--막강한 기병대를 거느린 복수의 천사들입니다. 천사들의 수가 넷이라는 것은 온 땅이 그들의 지배 아래 놓여 있음을 상징합니다. 네 천사들을 풀어 놓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심판의 때가 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15절..<그리하여 사람들의 삼분의 일을 죽이려고 이 해, 이 달, 이 날, 이 시간을 위하여 준비를 갖추고 있던 그 네 천사가 풀려났습니다.>--네 천사가 할 일은 정해진 시각에 사람들의 삼분의 일을 죽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탈출기 12장의 이집트에 내린 열째 재앙과 비슷합니다. '삼분의 일'은 재앙이 인류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만 덮친다는 뜻인데, 8장에서처럼 아직은 회개할 기회가 있음을 뜻합니다. '이 해, 이 달, 이 날, 이 시간'은 하느님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16절..<그 기병대의 수는 이억이었습니다. 나는 그 수를 들었습니다.>--기병대의 수가 '이억'이라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이고, 사람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초인간적 능력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17절..<이러한 환시 중에 나는 말들과 그 위에 탄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붉은색과 파란색과 노란색 갑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았으며, 그 입에서는 불과 연기와 유황이 나왔습니다.>--이 구절에서 묘사하는 기병대의 모습은 그 군대가 무시무시한 군대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 군대는 악인들을 벌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보내신 군대입니다.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은 '불, 연기, 유황'의 색깔인데, 공포감을 주기 위한 표현입니다. ('불, 연기, 유황'은 원래는 지옥의 요소들입니다.)
기병대가 타고 있는 말들은 용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말들의 머리가 사자 머리 같았다는 것은 말 위에 탄 군인들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말들도 무섭다는 뜻입니다. 말들이 입으로 불과 연기와 유황을 뿜는다는 것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용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유대인들에게는 용이 악마적인, 무서운 동물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우리와는 달리 용을 악마적인 동물로 여기고 있습니다.
18절..<이렇게 그 입에서 나오는 불과 연기와 유황, 이 세 가지 재앙으로 사람들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하였습니다.>--말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한 기운, 즉 불, 연기, 유황으로 인류의 삼분의 일이 죽게 됩니다. 글자 그대로 살인적인 재앙입니다.
19절..<그 말들은 권한이 입에도 있었고 꼬리에도 있었습니다. 뱀과 같은 그 꼬리에 머리가 달려 그 머리로 사람을 해쳤습니다.>--'권한이 입과 꼬리에 있었다.' 라는 말은 불의 가장자리가 중심보다 더 뜨겁다는 경험에서 온 표현으로 생각됩니다. 어떻든 말들의 머리는 사자 머리 같고, 꼬리는 뱀과 같은데, 꼬리에도 머리가 달려 있고, 머리와 꼬리로 동시에 사람을 해친다는 것은 최대한 무섭게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즉 그 말들이 엄청나게 무섭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표현입니다.
20절-21절..(20)<이 재앙으로 죽임을 당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도 저희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귀들을 숭배하고, 또 보지도 듣지도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금이나 은이나 구리나 돌이나 나무로 만든 우상들을 숭배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21)<그들은 또한 자기들이 저지른 살인과 마술과 불륜과 도둑질을 회개하지도 않았습니다.>--재앙의 목적은 회개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삼분의 이는 회개 하기는커녕 죄를 더 짓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작품들'이라는 말은 문자적으로는 '자기들이 만든 우상들'이라는 뜻이고, 비유적으로는 공동번역 성서의 번역처럼 '자기들이 지은 죄'를 뜻합니다.
20절은 다니엘서 5장 23절에서 온 표현으로 우상숭배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상이란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 생명도 없고, 감각도 없는 것들입니다.다시 말해서 그냥 물건일 뿐입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벌을 받으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생명 없는 우상을 섬기고, 하느님이 아닌 마귀들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더욱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또 살인, 마술, 불륜, 도둑질 등 윤리적, 도덕적 무질서와 범죄를 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술'은 요즘 우리가 TV에서 보는 그런 마술이 아니라,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악마적인 마법을 뜻합니다.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되면 하느님을 찾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하느님에게서 더 멀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하느님의 재앙은 회개시키기 위한 재앙이었지만, 계속 고집을 부리면서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회개가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한 재앙이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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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천사, 악마"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 수없이 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힘들고 외롭고 지쳐서 주저앉아 있을 때
어디선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던 사람들,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울어주고, 기도해주던 사람들,
이 세상이란 결코 혼자 고립되어 있는 무인도가 아니라고,
항상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들...
자신이 천사라는 것도 모르고
자기가 하는 기도와 친절이 사랑이라는 것도 생각 안 했던 사람들,
그들이 있던 그곳에, 그들과 함께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악마도 많이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다가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음해와 비방과 중상을 하고,
미움과 분노와 좌절감 속에 고립시키려 하고,
그래서 세상을 무인도처럼 만들던 사람들...
자신이 하는 일이 악마의 일이라는 것도 모르던 그들,
그곳에 지옥이 있었고, 악마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어 다가간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준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걱정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누군가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다가간 적이 있었는지...
그 누군가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천사가 되어준 적이 있었는지...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악마가 되어 다가간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사람들에게 미움을 뿌리고 분노를 심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그 누군가를 더 죄 짓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만나는 천사들은
날개가 달리고 눈부신 모습의 천사가 아니라
그냥 늘 옆에 있었던 그 사람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악마들은
무시무시하고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아니고
그냥 늘 옆에 있었던 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