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10장> 송영진 모세 신부
10장과 11장은 여섯째 나팔과 일곱째 나팔 사이의 중간 대목으로서 여섯째 나팔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이것은 7장에서 여섯째 봉인을 뜯은 후에 잠시 멈춘 것처럼 신자들에게는 앞으로 더 큰 재난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하고, 죄인들에게는 회개를 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1절-11절 : 천사와 작은 두루마리>
1절..<나는 또 큰 능력을 지닌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고 얼굴은 해와 같고 발은 불기둥 같았습니다.>--<큰 능력을 지닌 천사>--이 말을 원문대로 번역하면 "큰 능력을 지닌 '다른' 천사"입니다. 큰 능력을 지녔다는 말은 지위가 높다는 뜻입니다. 이 천사는 천사 중에서 지위가높은 천사이지만 앞의 5장 2절에 나왔던 '큰 능력을 지닌' 천사와는 '다른' 천사입니다.
<구름에 휩싸여>--구름은 하느님의 나타나심을 상징하는데, 구름에 싸여 있다는 것은 자세히 볼 수 없다는 뜻도 됩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요한 묵시록 저자는 다시 지상에 내려와서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상황입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1장 9절에서 언급한 파트모스 섬입니다.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고>--'무지개'는 하느님의 옥좌, 또는 하느님의 자비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천사의 머리에 무지개가 둘려 있다는 것은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천사라는 뜻입니다. 사실 최후의 심판, 또는 여러 재앙들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구원이 목적입니다. 즉 회개하는 이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기 위한 것입니다.
<얼굴은 해와 같고>--해는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그 천사가 하느님 곁에 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이 하느님의 빛을 받아서 반사하고 있습니다.
<발은 불기둥 같았습니다.>--'불기둥'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인도하신다는 상징입니다(탈출 14,22). 그래서 그 천사의 발이 불기둥 같았다는 말은 그 천사는 인간을 구원으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천사라는 뜻입니다.천사의 모습을 묘사하는 구름, 무지개, 해, 불기둥은 1장의 그리스도, 4장의 하느님 모습을 묘사하는 표현과 비슷합니다. 이 상징들은 여기서도 하느님께서 나타나셨음을 뜻하는 상징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시는 분이 아니라, 천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나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이 상징들은 그 천사가 하느님과 어린양으로부터 직접 파견된 천사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2절..<그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를 펴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서,>--<작은 두루마리>--일곱 봉인의 두루마리는 8장 1절에서 모두 개봉되었습니다. 여기서 '작은' 두루마리는 이미 개봉된 일곱 봉인의 두루마리 중 일부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이 작은 두루마리도 봉인되어 있지 않고 펼쳐져 있습니다.
<오른 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서>--이 말은 온 인간 세계에 두 발을 디디고 서 있다는 뜻인데, 온 세계에 그의 막강한 힘이 미친다는 뜻도 됩니다.
3절..<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가 외치자 일곱 천둥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말하였습니다.>--<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이 말은 호세아서 11장 10절, 아모스서 3장 8절에서 온 표현인데, 사자 소리는 하느님의 음성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는 말은 그 천사가 하느님의 말씀을전한다는 뜻입니다.또 천사의 막강한 힘, 널리 잘 들리는 큰 소리라는 것도 뜻하고 있습니다.
<그가 외치자 일곱 천둥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말하였습니다.>--마치 메아리처럼 천사의 고함소리에 천둥이 응답을 하는 상황입니다. 성경에서 '천둥'은 하느님의 음성을 상징합니다. 여기서도 '일곱'은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따라서 일곱 천둥소리는 천사의 고함소리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인데, 요한 묵시록 저자가 그 뜻과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선명한 '말'입니다.
4절..<그렇게 일곱 천둥이 말하자 나는 그것을 기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울려오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일곱 천둥이 말한 것을 기록하지 말고 봉인해 두어라.">--요한 묵시록 저자는 '일곱 천둥의 말'을, 즉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그것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미 1장 11절에서 계시를 기록하라는 명령을 받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하늘에서 울려오는 어떤 목소리', 즉 하느님의 음성이 기록을 못하게 합니다. '일곱 천둥이 말한 것을 기록하지 말고 봉인해 두어라.' 라는 말은 혼자서만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왜 비밀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 내용은 마지막 날 그 때가 되면 깨닫게 될 '어떤' 일일 것입니다.
5절..<그러자 내가 본 천사 곧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던 천사가 오른손을 하늘로 쳐들고서는,>--이 구절은 다니엘서 12장 7절에서 온 것입니다. 천사가 오른손을 하늘로 쳐드는 것은 맹세의 동작입니다.
6절..<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분을 두고, 하늘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땅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바다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창조하신 분을 두고 맹세하였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6절은 탈출기 20장 11절에서 온 표현인데, '온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시고 영원히 살아 계신 하느님'을 두고 맹세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 말은 하느님의 계획이 완성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깨어서 준비해야 합니다.
7절..<일곱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이 구절은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약속은 일곱째 나팔 소리가 울리는 그 때 완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구원 약속은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에게 알려주셨던 기쁜 소식인데, 이제 곧 그 약속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라는 말은 하느님의 계획이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었지만 예언자들에게는 알려져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분의 신비'는 세상 구원에 대한 하느님의 숨은 계획을 뜻합니다. '선포하다.'의 원문 단어는 원래 '기쁜 소식을 선포하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8절..<하늘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가 다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가서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그 천사의 손에 펼쳐진 두루마리를 받아라.">--'하늘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요한 묵시록 저자에게 천사가 들고 있는 두루마리를 받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 명령은 예언의 임무를 주기 위한 부르심(성소)입니다.
9절-10절..(9)<그래서 내가 그 천사에게 가서 작은 두루마리를 달라고 하자,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것을 받아 삼켜라. 이것이 네 배를 쓰리게 하겠지만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10)<그래서 나는 그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과연 그것이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두루마리를 받아먹는다는 표현은 에제키엘서 2장 8절-3장 3절에서 온 것입니다. 두루마리를 먹는다는 것은 새로운 계시와 예언의 소명을 받고 그것을 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언자는 하느님의 계시를 모두 소화해서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두루마리가 입에서는 꿀같이 달았다는 말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그 은총을 전하는 일은 꿀같이 달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배가 쓰렸다는 것은 하느님의 심판과 재앙을 알려야 하는 일은 괴로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예언자로 간택되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는다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고 달콤한 일이지만, 예언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수난을 겪게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11절..<그때에,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 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습니다.>--요한 묵시록 저자에게 다시 명령이 내립니다. 그가 받은 명령은 온 세상 사람들의 운명에 관하여 예언하라는 명령입니다. '많은 백성, 민족, 언어, 임금들'은 온 세상 사람들을 뜻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의 운명에 관하여 '다시' 예언하라는 명령은 이제 새로운 계시를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하는 것이 그의 임무입니다.
그가 예언해야 할 내용은 '작은 두루마리'에 들어 있는데 무슨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작은 두루마리에 요한 묵시록 11장-22장의 내용이 전부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고, 11장의 내용만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루마리를 '작은' 두루마리라고 표현한 것을 생각한다면, 요한 묵시록 11장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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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배가 쓰렸다."
사제 서품식 날,
눈부시게 하얀 장백의와 제의를 입고,
새 사제 대표로 답사를 하고 강복을 하던 그 날, 그 때,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그 전에 가끔 불렀던, '님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걸으리라.' 라는
그 노래의 가사는 그 날엔 별로 실감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노래는 저의 애창곡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꿀처럼, 또 꿈처럼 달콤하고 황홀했지만,
그 말씀을 전하는 일은 고난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그 십자가의 길 자체를 막아버리는 일은 더 힘들다고.
십자가마저 빼앗아버리는 일은 훨씬 더 힘들다고...
그러니 끝까지 십자가를 보듬어 안고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례를 받는 날, 새 영세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행복해 합니다.
그러나 곧 점점 힘들어하는 표정이 보이고,
마치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 같은 모습이 됩니다.
그래도......
묵묵히 그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정말 힘들게 하는 일은
아예 그 십자가마저 질 수 없게 하는 일들,
예수님을 따르지 못하게 막는 일들입니다.
하느님 말씀이
속세의 보약들이 흔히 그런 것처럼
입에는 쓰더라도 몸에는 좋은 그런 것이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느님은 흔히 속세와는 반대로 하시니...
오늘도 '입에는 꿀같이 달콤하고 배와 온 몸은 아프게 하는'
그 하느님 말씀을 보약으로 삼아서
먹고, 먹고, 또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라는 보약의 힘으로 오늘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