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18장> 송영진 모세 신부
바빌론(로마)의 타락과 그리스도교 박해는 하느님의 분노를 초래했고, 결국 그 도시는 하느님의 벌을 받고 멸망하게 됩니다. 바빌론의 멸망은 앞의 14장 8절, 16장 19절, 17장 1절에서도 예고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AD 70년의 예루살렘 멸망의 원인은 그리스도교 박해와 타락이라고 생각 했는데, 로마도 그런 이유로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8장의 내용은 에제키엘서 26장-27장과 많이 비슷합니다.
<1절-24절 : 바빌론의 패망>
1절..<그 뒤에 나는 큰 권한을 가진 다른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광채로 땅이 환해졌습니다.>--이제까지 나왔던 천사들과는 '다른' 천사가 새로 등장하는데, 그 천사는 '큰 권한', 즉 '하느님의 '권한'을 위임받은 천사입니다. 그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었음을 뜻합니다.
<그의 광채로 땅이 환해졌습니다.>--그 천사가 나타나자 그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으로 세상이 환해집니다. 비슷한 표현이 루카복음 2장 9절에 있습니다. 죄의 어둠 속에 있는 땅을 환하게 밝히는 이 '광채'는 하느님의 영광과 권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즉 천사는 하느님의 빛을 받아서 거울처럼 세상에 반사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광채'를 성경 본문 그대로 해석해서 천사 자신의 광채로 생각하고, 천사의 뛰어난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2절..<그가 힘찬 소리로 외쳤습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바빌론이 마귀들의 거처가 되고 온갖 더러운 영들의 소굴, 온갖 더러운 새들의 소굴, 더럽고 미움 받는 온갖 짐승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다.>--천사가 큰 소리로 바빌론의 멸망을 예고하는데, 이 표현들은 이사야서 13장 19절-22절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힘찬 소리'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음성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음성을 대신 전하고 있습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이 말은 14장 8절에 나왔던 말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처럼 과거형으로 서술된 것은 이 예언이 틀림없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무너졌다는 말을 반복한 것은 예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바빌론이 마귀들의 거처가 되자, 그곳은 온갖 악령들, 더러운 새들, 더럽고 미움 받는 온갖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소굴로 변합니다. 이 말은 그곳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더러운 새들과 짐승들'은 레위기에서 부정한 동물로 분류한 짐승들을 가리킵니다. (공동번역 성서에는 '짐승들'이 빠져 있는데, 어떤 필사본에는 '짐승들'이 있고, 어떤 필사본에는 없습니다.)
3절..<그 여자의 난잡한 불륜의 술을 모든 민족들이 마시고 땅의 임금들이 그 여자와 불륜을 저질렀으며 땅의 상인들이 그 여자의 사치 덕분에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이 구절은 이사야서 23장 17절에서 온 것입니다. 바빌론이 멸망하게 된 것은 '불륜', 즉 우상숭배와 황제숭배죄 때문입니다. 모든 민족들이 그 여자의 난잡한 불륜의 술을 마시고 땅의 임금들이 그 여자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말은, 그 도시가 온 세상을 우상숭배와 황제숭배죄에 빠뜨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륜'이라는 말에는 우상숭배와 황제숭배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타락과 부패 등의 뜻도 들어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지만, 불륜이라는 말 속에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것은 신자들이 황제숭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땅의 상인들이 그 여자의 사치 덕분에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그 도시의 또 다른 죄는 '사치와 향락'입니다. 상인들이 그 도시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말은 그 도시 사람들이 사치품을 많이 사들였다는 뜻입니다. 즉 상인들이 부자가 될 정도로 그 도시가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4절..<나는 또 하늘에서 울려오는 다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백성아, 그 여자에게서 나와라. 그리하여 그 여자의 죄악에 동참하지 말고 그 여자가 당하는 재앙을 입지 마라.>--'하늘에서 울려오는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직접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는 뜻으로 생각됩니다.(겉으로는 천사를 시켜서 명령을 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 즉 신자들에게 그 도시의 사악한 풍조에 물들지 말고, 죄에 휩쓸리지도 말고, 빨리 그 도시를 떠나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그 도시에 내리는 재앙을 함께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소돔이 멸망하기 직전에 롯을 도망치게 한 것과 비슷합니다. 이 내용은 예레미야서 51장 45절에서 온 것입니다. 예수님도 마태오복음 24장에서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5절..<그 여자의 죄악들이 하늘까지 닿아 하느님께서 그 여자의 불의한 짓들을 기억하셨다.>--하느님께서 그 도시를 멸망시키는 이유는 그 도시의 죄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죄악들이 하늘까지 닿아' 라는 말은 그 도시의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여자의 불의한 짓들을 기억하셨다.' 라는 말은,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사람의 죄는 잊어버리시지만, 회개하지 않는 사람의 죄는 세세하게 기억하시고 그대로 처벌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6절..<그 여자가 남에게 한 것처럼 되갚아 주어라. 그 여자의 행실을 갑절로 갚아 주고 그 여자가 남에게 부어 준 잔에 갑절로 독한 술을 부어 주어라.>--이 구절은 예레미야서50장 29절에서 온 것입니다. 원래 구약성경의 율법 정신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동태복수법입니다. 즉 죄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갑절로' 벌을 내립니다. '갑절로' 라는 말은 단순히 두 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내리는 하느님의 벌이 무섭고 엄하다는 뜻입니다.
'남에게 부어 준 잔'은 '남을 죄짓게 한 일'을 뜻합니다. '갑절로 독한 술'은 하느님의 무서운 처벌입니다.
7절..<그 여자가 영화와 사치를 누린 그만큼 고통과 슬픔을 그 여자에게 안겨 주어라. 그 여자가 마음속으로 '나는 여왕 자리에 앉아 있는 몸, 과부가 아니니 슬픔도 결코 맛보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기 때문이다.>--그 여자가 '영화와 사치'를 누리면서 죄를 지은 대가는 '고통과 슬픔'입니다. '나는 여왕 자리에 앉아 있는 몸, 과부가 아니니 슬픔도 결코 맛보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은 이사야서 47장 7절-8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자신이 여왕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입니다. 과부가 아니라는 말은 자신이 섬기는 우상을 남편으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슬픔을 결코 맛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세와 부귀영화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자만심입니다.
8절..<그러므로 하루 사이에 여러 재앙이, 흑사병과 슬픔과 굶주림이 그 여자에게 닥칠 것이며 마침내 그 여자는 불에 타 버릴 것이다. 그 여자를 심판하시는 주 하느님은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자만심과 오만함에 대한 벌은 '비참한 처지'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하루 사이에 여러 재앙이>--그 도시의 자만심은 갑자기 찾아오는 여러 재앙들 때문에 멸망하게 됨으로써 끝나게 될 것입니다. 오래 걸리지도 않고 하루에 끝나는 일입니다. 이런 갑작스럽고 신속함은 그 재앙들의 무서운 모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여자는 우상을 숭배하고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고 신자들을 죽였기 때문에 흑사병의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우상숭배와 그리스도교 박해는 나쁜 병균으로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여자는 향락과 사치를 누렸기 때문에 슬픔과 굶주림을 겪을 것입니다. 그 도시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불에 타버릴 것입니다. 그 도시는 '큰 능력을 지니신 분', 즉 '전능하신 하느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 것입니다. 이 구절은 이사야서 47장에서 온 것입니다.
9절-10절..(9)<"그 여자와 함께 불륜을 저지르며 사치를 부린 땅의 임금들은 그 여자를 태우는 불의 연기를 보고 울며 가슴을 칠 것이다.> (10)<그들은 그 여자가 받는 고통이 두려워 멀찍이 서서 말할 것이다. '불행하여라, 불행하여라, 저 큰 도성! 강한 도성 바빌론아 삽시간에 너에게 심판이 닥쳤구나.'>--'그 여자와 함께 불륜을 저지르며 사치를 부린 땅의 임금들'은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거나 동맹관계에 있으면서 함께 죄를 지은 나라들, 또는 왕들입니다. 이들은 17장 2절과 18장 3절에 나온 그 임금들입니다. (17장 12절과 16절의 열 임금은 아닙니다.)
<그 여자를 태우는 불의 연기를 보고 울며 가슴을 칠 것이다.>--임금들은 로마가 파괴되고 멸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면서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울며 가슴을 치는' 것은 슬픔 때문도 아니고 회개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충격 때문입니다. 아무도 멸망시킬 수 없을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허망하게 멸망해버린 것에 대한 충격입니다.
<그들은 그 여자가 받는 고통이 두려워 멀찍이 서서 말할 것이다.>--그들은 로마의 멸망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멀리 떨어져 서 있습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여자가 받는 고통을 두려워합니다.
<불행하여라>--이 말의 원문 단어는 고통과 두려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입니다. 공동번역 성서는 '무서운 일이다.' 라고 번역했는데, 뜻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강한 도성 바빌론아>--이 말은 바빌론이 멸망하지 않을 강한 도성이라고 생각했음을 나타냅니다.
<삽시간에 너에게 심판이 닥쳤구나.>--임금들은 두려움과 충격으로 탄식하면서도 그 도시의 멸망이 하느님의 심판과 처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회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9절-10절은 에제키엘서 26장 16절-18절에서 온 것입니다.
11절..<땅의 상인들도 그 여자 때문에 슬피 울 것이다. 더 이상 자기들의 상품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상인들은 중요한 고객을 잃게 되어서 슬피 울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것이 슬픈 것입니다. 이 구절은 에제키엘서 27장에서 온 것입니다.
12절-13절..(12)<그 상품은 금, 은, 보석, 진주, 고운 아마포, 자주색 옷감, 비단, 진홍색 옷감, 온갖 향나무, 온갖 상아 공예품, 그리고 매우 값진 나무와 구리와 쇠와 대리석으로 만든 물품,> (13)<또 계피, 향료, 향, 몰약, 유향, 포도주, 올리브 기름, 고운 밀가루, 밀, 소, 양, 말, 마차, 노예, 포로 따위다.>--여기에 나열된 물품들은 거의 대부분 당시 부자들의 사치품입니다.
이 목록을 분류하면, 1. 금, 은, 보석, 진주 2. 고운 아마포, 자주색 옷감, 비단, 진홍색 옷감 3. 향나무, 상아 공예품, (값진 나무, 구리, 쇠, 대리석으로 만든) 물품 4. 계피, 향료, 향, 몰약, 유향 5. 포도주, 올리브 기름, 밀가루, 밀 6. 소, 양, 말, 마차 7. 노예, 사람의 목숨 이렇게 종류대로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의 가격 순서입니다. 즉 가장 비싼 것에서 가장 싼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포로'로 번역되어 있는 말의 원문 단어는 '사람의 목숨'입니다. 이 말은 원문 그대로 '사람의 목숨'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전쟁 포로는 노예로 매매되었기 때문에 이 목록의 '노예'에는 포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의 목숨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은 노예나 포로가 아닌 사람을 매매했음을 나타냅니다. '포로'는 잘못된 번역입니다.)
금, 은, 보석이 맨 앞에 있는 것은 황금만능주의를 나타냅니다. 사람의 목숨이 맨 마지막에 있다는 것은 사람의 목숨이 가장 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에 노예가 아닌 사람들도 인신매매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인명경시 풍조를 나타냅니다. 노예가 따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사람의 목숨'은 노예가 아닌 자유인입니다. 아마도 당시의 귀족들은 향락을 즐기기 위해서 서민들도 인신매매 대상으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이 상품 목록은 에제키엘서 27장에서 온 것입니다.
14절..<네 마음이 탐내던 열매가 너에게서 사라지고 온갖 화려하고 찬란한 것들이 너에게서 없어져 다시는 그것들을 찾아보지 못할 것이다.>--공동번역 성서는 14절을 상인들이 말한 것으로 번역했는데, 상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14절은 이제 더 이상 사치와 향락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네 마음이 탐내던 열매, 온갖 화려하고 찬란한 것들'은 그 여자의 사치품들을 뜻합니다. 즉 앞의 12절-13절의 물품들입니다.
15절..<이러한 물품을 팔아 그 여자 덕분에 부자가 된 상인들은 그 여자가 받는 고통이 두려워 멀찍이 서서 슬피 울며>--그 여자에게 사치품들을 팔아서 부자가 된 상인들은 앞의 10절의 임금들처럼 그 도시의 멸망에 함께 휩쓸리는 것이 두려워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를 상대로 더 이상 장사를 못하게 된 것이 슬퍼서 울고 있습니다.
16절-19절..(16)<이렇게 말할 것이다. '불행하여라, 불행하여라, 저 큰 도성! 고운 아마포 옷, 자주색과 진홍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치장했었는데> (17)<그토록 많던 재물이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구나.' 모든 선장과 선객과 선원과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 멀찍이 서서,> (18)<그 도성을 태우는 불의 연기를 보며 '저 큰 도성 같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하고 외쳤다.> (19)<또 머리에 먼지를 뿌리고 슬피 울며 부르짖었다. '불행하여라, 불행하여라, 저 큰 도성! 바다에 배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그 재화 덕분에 부자가 되었건만 삽시간에 폐허로 변해 버렸구나.'>--10절에서는 임금들이 그 도시의 강한 권세가 사라진 것을 두려워하며 탄식했는데, 16절에서는 상인들이 그 도시의 온갖 사치품들, 재물들이 사라진 것을 아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도시와 함께 물질적인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가 무산되자 몹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상인들 역시 두려움, 슬픔, 아쉬움 등의 감정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이것은 회개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은 회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면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만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권세의 남용을 벌하신 것처럼 소유의 남용도 처벌하십니다. 내가 번 돈을 내가 쓰는 것이 무슨 죄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있지만, 과소비, 향락, 사치는 분명 죄입니다.
선장들과 선원들도 상인들과 같은 입장입니다. 여기서 '선객'은 아마도 배를 타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머리에 먼지를 뿌리는' 동작은 원래 회개의 표시인데, 여기서는 회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더 이상 이득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을 슬퍼하는 동작일 뿐입니다. 19절에서 선장들과 선원들이 부르짖는 말은 16절의 상인들이 했던 말과 같은 말입니다. 16절-19절도 역시 에제키엘서 27장에서 온 것입니다.
20절..<'하늘아, 성도들과 사도들과 예언자들아 저 도성을 보고 즐거워하여라. 하느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저 도성에 심판을 내리셨다.'">--20절은 땅 위의 사람들의 슬픔과는 대조적으로 하늘에 있는 사람들의 기쁨을 말하는 구절입니다. 20절의 말을 요한 묵시록 저자가 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하늘'은 바로 이어서 언급한 '성도들, 사도들, 예언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도들'은 신자들입니다. '사도들'은 로마에서 순교한 베드로와 바오로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또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입니다.(공동번역 성서에는 '사도들'이 없는데, 이것은 필사본의 차이입니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저 도성에 심판을 내리셨다.' 라는 말은 그 도시의 멸망이 6장에 나왔던 순교자들의 탄원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즉 하느님께서 순교자들의 탄원을 받아들여서 그 도시를 심판하시고 처벌하셨다는 것입니다. 20절의 '즐거워하여라.' 라는 초대에 대한 응답이 19장 1절-10절입니다.
21절..<또 큰 능력을 지닌 한 천사가 맷돌처럼 큰 돌을 들어 바다에 던지며 말하였습니다. "큰 도성 바빌론이 이처럼 세차게 던져질 터이니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큰 능력을 지닌 한 천사>--앞의 1절에서도 같은 표현이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1절의 천사와 같은 천사인지 다른 천사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맷돌처럼 큰 돌을 들어 바다에 던지며>--이것은 그 도시의 운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이것은 예레미야서 51장에서 온 표현입니다. 천사는 상징적인 행동을 하면서, 맷돌처럼 큰 바윗돌이 바다에 가라앉아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처럼 큰 도성 바빌론이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 정도로 멸망할 것이라고 직접 설명하고 있습니다.
22절-23절..(22)<수금 타는 이들과 노래 부르는 이들, 피리 부는 이들과 나팔 부는 이들의 소리가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고 어떠한 기술을 가진 장인도 다시는 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맷돌 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23)<등불의 빛도 다시는 네 안에서 비치지 않고 신랑과 신부의 목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너의 상인들이 땅의 세력가였기 때문이며 모든 민족들이 너의 마술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이 구절들은 그 도시가 멸망한 뒤에 폐허가 된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예레미야서 25장에서 온 표현들입니다.
<수금 타는 이들과 노래 부르는 이들, 피리 부는 이들과 나팔 부는 이들의 소리가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고>--더 이상 잔치가 열리지 않고 죽음의 침묵만 흐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떠한 기술을 가진 장인도 다시는 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생산 활동이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맷돌 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등불의 빛도 다시는 네 안에서 비치지 않고>--밤에 등불을 켜는 집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황량하고 암울한 모습입니다.
<신랑과 신부의 목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결혼이 없습니다. 결혼이 없으니 대를 이을 후손도 없습니다. 따라서 미래도 없고 죽음의 땅이 된 것입니다. <너의 상인들이 땅의 세력가였기 때문이며>--그 도시의 상인들이 사치와 향락을 온 세상에 퍼뜨린 것이 멸망의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들의 영향력은 마치 권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모든 민족들이 너의 마술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그 도시는 마치 마법을 건 것처럼 세상 모든 나라를 현혹시켜서 우상숭배, 타락, 부패를 퍼뜨렸습니다.
24절..<예언자들과 성도들과 땅에서 살해된 모든 사람의 피가 바로 그 도성에서 드러났다.">--(이 구절은 공동번역 성서처럼 앞의 23절과 문장을 연결해서 ' ... 드러났기 때문이다.'로 번역해야 합니다.)그 도시의 가장 큰 죄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죄입니다. 그 도시는 온 세상을 다스리던 도시였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의 그리스도교 박해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습니다.
'예언자들과 성도들과 땅에서 살해된 모든 사람의 피'는 한마디로 말해서 '순교자들의 피'입니다. ('예언자들, 성도들'과 '땅에서 살해된 모든 사람'이 따로 구분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는데, 뜻을 생각하면 '예언자들, 성도들을 비롯해서 땅에서 살해된 모든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이 말은 앞의 20절의 '성도들과 사도들과 예언자들'을 반복한 것인데, 여기서는 '사도들'이 빠져 있습니다. 사도들이 빠져 있다는 사실에 특별히 중요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피가 바로 그 도성에서 드러났다(드러났기 때문이다).' 라는 말은 순교자들의 죽음의 책임이 그 도성에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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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묵시록은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것과, 또 사치와 향락, 부패와 타락의 죄를 지은 것 때문에 하느님의 심판을 받고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보면 로마제국은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것 때문에 멸망한 것은 아닙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은 내부의 부패와 타락 때문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은 나중에 종교의 자유를 주었고,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를 심하게 박해한 황제들은 대부분 암살당하거나 자살하는 등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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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바빌론"
바빌론이라고 생각했던 로마제국은 멸망했지만,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그렇다면 종말에 멸망할 바빌론은 따로 있을 것입니다.
현재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미국이 바빌론일 수도 있고, 일본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있고 부패와 타락, 황금만능주의, 인명경시 풍조에 물들어 있고, 우상숭배가 만연한 곳이면 어디든 바빌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운명은 멸망뿐입니다.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에 바빌론이 하나씩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하느님이 있거나 말거나 아쉬울 것 없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려는 욕망은 모두 바빌론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멸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제국을 가장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습니다.
알렉산더의 제국도 그의 사후에 분열되면서 사라졌습니다. 로마제국도 내부의 부패와 타락으로 멸망했습니다. 나폴레옹, 히틀러도 욕심이 지나쳐 자멸했습니다.
한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박해도 고문도 아니고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욕망과 집착입니다.
끝없이 욕망을 채우려고 하고 쾌락에 집착하다가 허무함만 남을 때 그때, 그 동안의 삶이 타고남은 재처럼 사라져갈 때 그때, 그 때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바빌론이 멸망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하느님 나라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 깨끗하고, 더 착하고, 더 진실한 것을 추구할 때 우리 마음속의 하느님 나라는 점점 더 크게 자라날 것입니다.
신앙생활이란 마음속에 있는 바빌론과 하느님 나라의 투쟁입니다. 어떤 나라가 더 힘을 얻느냐, 우리가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지느냐, 마지막 날의 우리의 운명은 결국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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