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22장>"마라나타!" 송영진 모세 신부

2015. 2. 13. 오전 10:26:57

글자


 

<요한 묵시록 22장>


여기서는 낙원의 행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인류는 동산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낙원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1절..<그 천사는 또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나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여기서 '물'은 '생명'을 상징하고,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또는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수정처럼 빛나는'이라는 말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명수의 강에 대한 묘사는 에제키엘서 47장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그 강의 원천은, 즉 영원한 생명의 원천은 하느님과 어린양입니다. 에제키엘은 강물이 성전에서 흘러나온다고 묘사했지만, 여기서는 하느님과 어린양이 곧 성전이기 때문에 어좌에서 강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2절..<도성의 거리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저쪽에는 열두 번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다달이 열매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에 쓰입니다.>--그 강이 도성의 거리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다는 말은 그 강물을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물이 모자라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는 한 그루 밖에 없었고, 아담과 하와가 쫓겨난 후 천사들과 불 칼이 나무를 지키고 있어서(창세 3,24)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강 양쪽으로 생명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어서 누구나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새번역 성경은 '열두 번' 열매를 맺는다고 번역했고, 공동번역 성서는 '열두 가지' 열매를 맺는다고 번역 했는데, 원문은 그냥 '열둘'로 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번역이 다 가능합니다. '다달이' 열매를 내놓는다는 말은 부족함도 없고, 중단되는 일도 없이 주민들에게 공급된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생명의 양식'으로서 주민들의 식량으로 공급될 것입니다. 나뭇잎이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에 쓰인다는 말은 그 나뭇잎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새 예루살렘에는 죽음도, 질병도, 고통도 없기 때문에 의사도, 약사도 필요 없고, 병원도, 약국도 필요 없는데, 약은 왜 필요할까? 이것은 그곳에 질병이 있고, 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로 만병통치약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는 더 이상 질병이 없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3절-4절..(3)<그곳에는 더 이상 하느님의 저주를 받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4)<그분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그곳에 더 이상 하느님의 저주를 받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창세기 3장의 저주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 후, 하느님께서는 뱀을 저주하셨고, 여자와 남자와 땅을 저주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저주가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경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이 균형을 이루면서, 잃었던 낙원과 되찾은 낙원이, 잃어버린 행복과 되찾은 영원한 행복이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4장 2절에서 보았던 하느님의 어좌는 하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도성 안에, 사람들 가운데에 있습니다. 사실상 도성 자체가 하느님의 어좌입니다. 그 동안에는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과 인류가 사는 세상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그 둘이 이제 하나가 된 것입니다.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이제 사람들은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고, 모두가 다 사제가 되어서 하느님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직접 본다는 것, 또 하느님과의 직접적이고 영원한 친교가 지극히 높고, 참된 행복입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2)."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탈출기 28장 36절-38절을 보면, 대사제는 이마에 '야훼께 몸 바친 성직자' 라는 패를 붙였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사람들의 이마에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말은 모두 다 하느님의 사제가 된다는 뜻입니다.

앞의 3장 12절과 14장 1절에서 구원받은 사람들의 이마에 하느님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은 짐승의 낙인과 대조적인 것으로서 하느님에게 속한 사람임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뜻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탈출기 3장 14절에는 '야훼(나는 있는 나다.)'로, 탈출기 6장 3절에는 '전능하신 하느님'으로 되어 있습니다.

5절..<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5절은 21장 23절을 반복한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축복으로 요한 묵시록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 라는 말은 하느님의 영원한 통치권에 참여한다는 뜻입니다. 21장 24절에서 '땅의 임금들'을 언급했는데, 새 예루살렘에서는 사실상 임금들이 필요 없고,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별도 없을 것입니다.


<6절-21절 : 맺음말>

무서운 박해 속에서 요한 묵시록 저자는 예수님께서 빨리 이 지상에 내려오시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오시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영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빨리 임하도록 우리 마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요한 묵시록 저자는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님의 은총을 모든 사람에게 축원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박해를 견디어내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6절..<그 천사가 또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확실하고 참된 말씀이다. 주님, 곧 예언자들에게 영을 내려 주시는 하느님께서 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들을 당신 종들에게 보여 주시려고 당신 천사를 보내신 것이다.">--6절은 1장 1절의 내용을 반복한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요한 묵시록의 내용 전체를 뜻합니다. 이 말씀이 '확실하고 참된 말씀'이라는 것은 요한 묵시록의 내용 전부를 하느님께서 직접 계시하셨고, 그 진실성을 하느님께서 보증하신다는 뜻입니다.

'주님, 곧 예언자들에게 영을 내려 주시는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려고 당신 천사를 보내신 것이다.' 라는 말은, 요한 묵시록 저자가 자신의 예언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즉 하느님께서 당신 천사를 시켜서 알려 주시고 보여 주신 것임을 강조하는 말입니다.'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들'은 요한 묵시록에 기록된 내용들입니다. '당신 종들'은 충실한 신자들입니다.

7절..<"보라, 내가 곧 간다.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이 구절은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보라' 라는 말은 장엄하게 선언할 때 사용하는 관용어입니다.

<내가 곧 간다.>--이 말은 뒤의 17절과 20절의 '오십시오, 주 예수님!(1코린 16,22의 '마라나타!')에 대한 응답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곧 가겠다고 하신 말씀은 요한 묵시록 2장 16절, 3장 11절, 22장 7절, 12절, 20절에 거듭 나오고 있는데, 이 말씀이 곧 요한 묵시록의 핵심입니다. 이 말씀은 2장과 3장에서는 경고와 위협이었지만, 22장에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입니다.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이 말씀은 1장 3절을 반복한 것인데, 박해에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인내하라고 격려하시는 말씀입니다. 요한 묵시록의 주제, 또는 요한 묵시록이 전하는 메시지는 끝까지 박해를 참고 견디면서 믿음을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구원과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이란, 바로 그 주제(또는 메시지)를 가리키고, '말씀을 지키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말은, 그렇게 참고 견디는 사람은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8절..<이 일들을 듣고 본 사람은 나 요한입니다. 나는 이 일들을 듣고 또 보고 나서, 나에게 이것들을 보여 준 천사에게 경배하려고 그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요한 묵시록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밝히면서 자신을 예언자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일들을 듣고 보았다는 말은 예언자로서 환시를 보고 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19장 10절에서처럼 천사를 경배하려고 엎드리는 실수를 합니다.

9절..<그러자 천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러지 마라. 나도 너와 너의 형제 예언자들과 이 책에 기록된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과 같은 종일 따름이다.">--천사는 요한 묵시록 저자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동시에 그의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확인해 주고, 또 그와 그의 동료 예언자들과 요한 묵시록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과 천사가 모두 하느님의 봉사자들로서 같은 반열에 있음을 선언합니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천사의 말 끝부분에 "경배는 하느님께 드려라." 라는 말이 더 있는데, 새번역 성경에는 이 말이 빠져 있습니다. 왜 이 말이 누락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번역입니다.

10절..<천사가 또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예언 말씀을 봉인하지 마라. 그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구약성경의 다니엘은 그가 받은 계시들이 이루어지게 되는 때가 아직 멀었으니까 비밀에 붙여두라는 명령을 받았었습니다(다니 8,26; 12,4). 그러나 여기서는 곧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비밀로 하지 말라는(봉인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다니엘서의 예언들도 '마지막 때'에 관한 것입니다. 다니엘서에서는 '봉인된 하느님 계시의 말씀'이었는데 이제 요한 묵시록에서는 '개봉된 계시의 말씀'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종말이 그만큼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라는 말은 종말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입니다.

11절..<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계속 불의를 저지르고, 더러운 자는 계속 더러운 채로 있어라. 의로운 이는 계속 의로운 일을 하고 거룩한 이는 계속 거룩한 채로 있어라.">--11절은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회개시킬 만한 시간 여유가 없음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자신의 자유 의지로 스스로 선택한 삶은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 자신을 위해서 회개할 기회는 있지만 남을 회개시킬 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은 6절의 '머지않아' 라는 말, 7절의 '내가 곧 간다.' 라는 말, 10절의 '그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라는 말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여기서 '... 채로 있어라.' 라는 말은 공동번역 성서처럼 '... 채로 내버려 두어라.' 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죄를 짓는 자입니다. 더러운 자는 사탄과 우상을 숭배하는 자입니다. 의로운 이와 거룩한 이는 충실하게 하느님만을 섬기면서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12절..<"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앞의 10절-11절은 천사가 한 말이고, 12절-16절은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공동번역 성서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는 말은 원문에 없는 말입니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라는 말은 앞의 7절에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또 다시 당신의 재림이 임박했다는 선포를 되풀이하면서 심판을 예고하십니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 라는 말은 앞의 11절에서 말한 '의로운 이'와 '거룩한 이'도 심판의 대상이긴 하지만 그들은 각자 자기 행실대로 상(賞)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라는 말은 심판관으로 오시는 예수님은 벌만 가져오시는 것이 아니라 상도 가져오신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 라는 말은 악인들이 자기 행실대로 벌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인들도 자기 행실대로 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13절..<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1장 8절의 하느님 말씀을(또 앞의 21장 6절의 말씀을) 예수님께서 반복하십니다. 하느님과 그리스도께서 동등하게 알파이며 오메가이시라는 것은 두 분이 동등한 심판관이시라는 것을 확인하는 말씀입니다.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마침은 모두 같은 뜻입니다. 이렇게 세 번씩이나 반복한 것은 그 뜻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14절..<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빠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 권한을 받고, 성문을 지나 그 도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빠는 이들은 행복하다.' 라는 말은 앞의 7장 14절에 나왔던 말인데,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으로 자신을 정화시킨 사람은 구원과 생명과 행복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또 이 말은 인간은 자기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고, 그리스도의 피로(십자가로)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인간이 깨끗하게 되고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 권한을 받는다는 말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성문을 지나 그 도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은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기 때문에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15절..<개들과 마술쟁이들,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과 살인자들과 우상 숭배자들, 그리고 거짓을 좋아하여 일삼는 자들은 밖에 남아 있어야 한다.>--그 도성에 들어갈 수 없는 자들, 즉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될 자들의 목록은 이미 앞의 21장 8절에서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21장 8절의 '비겁한 자들, 불충한 자들, 역겨운 것으로 자신을 더럽히는 자들'을 여기서는 한 마디로 '개들'로 총칭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심한 모욕을 할 때 '개'를 사용하는데, 성경에서도 개는 가장 멸시받는 짐승이고, '배교자들, 이단자들, 이교도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나머지 목록은 앞의 21장 8절과 같습니다. '밖에 남아 있어야 한다.' 라는 말은 그 도성 근처까지 가서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21장 8절처럼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못에 던져진다는 것', 즉 영원한 형벌에 처해진다는 뜻입니다.

16절..<나 예수가 나의 천사를 보내어 교회들에 관한 이 일들을 너희에게 증언하게 하였다. 나는 다윗의 뿌리이며 그의 자손이고 빛나는 샛별이다.">--16절의 내용은 1장 1절-2절의 내용과 같습니다.

<나 예수가>--1장 1절, 맨 앞에 나온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라는 말을 반복한 것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곧 예수님의 계시라는 것입니다. <나의 천사를 보내어>--앞의 22장 6절에서 천사는 자기를 파견하신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천사를 보내셨다고 하십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예수님은 동등한 분이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교회들에 관한 이 일들을>--이 말은 요한 묵시록에 기록된 내용 전부를 가리킵니다.<너희에게 증언하게 하였다.>--여기서 천사가 예수님의 계시를 '증언'했다는 말은 이 계시가 틀림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나는 다윗의 뿌리이며 그의 자손이고>--이 말은 5장 5절에 나왔던 표현인데, '예수님은 곧 메시아' 라는 뜻입니다.

<빛나는 샛별이다.>--이 말은 2장 28절에 나왔던 표현인데, 역시 '예수님은 메시아' 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메시아' 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요한 묵시록이라는 책은 메시아(구세주)이시며 심판관이신 예수님의 계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17절..<성령과 신부가 "오십시오." 하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도 "오십시오." 하고 말하여라. 목마른 사람은 오너라. 원하는 사람은 생명수를 거저 받아라.>--17절부터는 요한 묵시록 저자가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17절은 "성령과 신부가 '오십시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도 '오십시오.' 하고 말하십시오. 목마른 사람은 오십시오. 원하는 사람은 생명수를 거저 받으십시오." 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성령'은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영입니다(14,13). '신부'는 21장에서는 새 예루살렘을 뜻했지만 여기서는 이 세상에서 고통을 겪으면서 주님을 기다리고 있는 교회를 뜻합니다.

 "성령과 신부가 '오십시오.' 하고 말씀하십니다." 라는 말은 성령의 인도를 받고 있는 교회가 주님이 오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청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요한 묵시록입니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은 요한 묵시록이 낭독될 때 그것을 듣는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1장 3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들은 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이 말씀을 듣는 사람도 '오십시오.' 하고 말하십시오." 라는 말은 요한 묵시록을 듣고, 또 읽는 사람들도 이 말씀을 실천하면서 예수님이 오시기를 간절하게 청하라는 뜻입니다.

 '목마른 사람'과 '원하는 사람'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신자나 외교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목마른 사람은 오십시오. 원하는 사람은 생명수를 거저 받으십시오.' 라는 말은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원한다면 와서 구원을 받으라고 초대하는 말입니다. 누구나 원한다면 생명수를 '거저'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의 11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초청은 마지막 기회이고, 이 마지막 기회를 고의로 묵살하거나 거부하는 자들은 하느님의 영원한 처벌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 된다는 암시도 들어 있습니다.

18절-19절..(18)<나는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이에게 증언합니다. 누구든지 여기에 무엇을 보태면, 하느님께서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보태실 것입니다.> (19)<또 누구든지 이 예언의 책에 기록된 말씀 가운데에서 무엇을 빼면, 하느님께서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거룩한 도성에서 얻을 그의 몫을 빼어 버리실 것입니다.>--18절과 19절은 신명기 4장 2절과 13장 1절에서 온 것인데, 요한 묵시록은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손상시키는 자는 누구나 하느님의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이 경고는 성경을 베껴 쓰는 필사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향한 것입니다.

'나는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이에게 증언합니다.' 라는 말은 요한 묵시록 저자가 독자들에게 경고한다는 뜻인데, '증언합니다.' 라는 새번역 성경의 번역보다는 공동번역 성서의 '분명히 말해 둡니다.'가 더 적절한 번역입니다.

요한 묵시록에 무엇을 보태거나 빼는 것은 해석을 잘못하거나 내용을 왜곡하고 변경함으로써 요한 묵시록을 손상시키는 일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보태면 재앙을 보태고, 무엇을 빼면 생명나무와 거룩한 도성에서 얻을 몫을 빼어 버린다는 말은 구약시대의 동태복수법에 의해서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표현 자체에 특별한 뜻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즉 잘못을 범한 것과 동등한 정도의(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어떻든 18절과 19절은, 요한 묵시록은 '하느님의 참된 말씀'이기 때문에 내용을 손상시키거나 변형하거나 왜곡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구절입니다.

20절..<이 일들을 증언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렇다, 내가 곧 간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이 일들을 증언하시는 분'은 '이 책의 보증인'이라는 뜻으로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공동번역 성서의 '이 모든 계시를 보증해 주시는 분'이 더 좋은 번역입니다.)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내가 곧 간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요한 묵시록의 전체 메시지는 '내가 곧 간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요한 묵시록은 곧 오시는 예수님에 대한 믿음, 희망, 예수님을 맞아들이기 위한 준비 자세, 인내 등을 가르치는 책입니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예수님의 말씀에 교회는 '아멘'으로 응답하고, 한 번 더 외침 기도로 간청을 합니다. 이것은 전례 때에 예수님 말씀에 응답을 하는 것과 같은 표현입니다. '오십시오, 주 예수님!'의 그리스어 원문은 원래는 아람어 '마라나타(1코린 16,22)'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인데, 예수님의 재림을 희망하는 초대 교회의 전례 용어였습니다. 마라나타, 즉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이라는 말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어서 오시기를 청하기만 하는 말이 아니라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을(성경의 모든 내용을) 믿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면서 예수님이 빨리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신앙인들의 믿음과 희망의 표현입니다.

21절..<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이 구절은 요한 묵시록 저자가 책의 기록을 마치면서 모든 사람을 위해서 예수님의 은총을 기원하는 말입니다. '주 예수님의 은총'은 주님이신 예수님 덕분에 얻게 되는 속죄와 구원의 은혜를 뜻합니다. 여기서 '모든 사람'은 '모든 교회'와 '전 인류'를 동시에 뜻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라는 말은 모든 교회에 보내는 축복의 인사이면서 동시에 전 인류가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되기를 소망하는 기원도 됩니다.

-------------

초대 교회 때부터 요한 묵시록은 전례 때에 공적으로 낭독되었습니다. 즉 항상 현재 상황에서 하느님 말씀을 들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요한 묵시록은 최후의 심판을 예언하면서 겁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신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책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단순히 미래의 일만 기록한 책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의 일을 기록한, 오늘의 우리를 위한 하느님 말씀입니다.

---------------------


<묵상> "마라나타!"


'기다림'이 고통일 때가 많습니다.

기다리라고 하니까 기다리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면,

기다림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면,

기다리는 일은 답답하고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처지가 그런대로 편안하고 만족스럽다면

기다림이 덜 힘들고 덜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불행과 고통 중에 있다면

막연한 기다림은 더욱 지루하고 더욱 고통스럽게 됩니다.

때로는 기다림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입니다.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기다리는 그분에 대한 사랑...


믿을 수 없다면 기다릴 수 없습니다.

기다림의 결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처음부터 기다림은 의미가 없습니다.


주님께서 "내가 곧 간다." 라고 말씀하신 뒤로 2천 년이 지났습니다.

천 년도 하루 같다는 것은 하느님 쪽에서의 이야기이고

인간들에게는 길고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또 앞으로 몇 천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오늘 밤에 종말이 오고, 예수님께서 재림하신다면,

과연 우리는 기뻐하게 될까?

아니면 너무 일찍 오셨다고 불평하게 될까?


인생이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많은 일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투자 결과를 기다리고,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더 나은 삶을 기다리고...

그리고 많은 이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하느님과 예수님도 기다리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의 회개를...

아니, 바로 나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것은 아닐까...


마라나타!

종말을 맞을 준비가 다 되어 있어서 주님을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의 세상 보다는

예수님의 새 세상이 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루지 못한 희망과 사랑이

거기에서는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 이상 슬픔도 눈물도 아픔도 없다고 하니까......


아직 주님을 맞이하기엔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주님께서 반드시 오실 것이라고 믿고,

오시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주님을 사랑하면서 외칩니다.

마라나타!!!



송영진 모세 신부

 

---------------------------------------------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