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16장> 하느님의 진노가 담긴 일곱 대접

2015. 2. 13. 오전 1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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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묵시록 16장>      송영진 모세 신부

재앙의 목적은 사람들을 회개시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회개하기는커녕 더욱 고집을 부립니다. 16장에 나오는 재앙은 앞에 나온 나팔의 재앙과 비슷하지만 반복하는 것은 아니고, 더 크고 더 완전한 재앙으로 나타납니다. 나팔의 재앙은 각각 삼분의 일씩 부분적으로 멸망을 가져오지만, 대접의 재앙은 전체적인 재앙입니다.


<1절-21절 : 하느님의 진노가 담긴 일곱 대접>

1절..<나는 또 성전에서 울려오는 큰 목소리를 들었는데, "가서 하느님 분노의 일곱 대접을 땅에 쏟아라." 하고 일곱 천사에게 말하는 소리였습니다.>--'성전에서 울려오는 큰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성전에서 울려온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친히 명령을 내리신다는 뜻입니다.

<"가서 하느님 분노의 일곱 대접을 땅에 쏟아라." 하고 일곱 천사에게 말하는 소리였습니다.>--'땅'은 피조물의 세계, 즉 이 세상입니다. '하느님 분노의 일곱 대접'은 하느님께서 세상에 내리시는 일곱 재앙이 들어 있는 대접이고, 그 대접을 땅에 쏟는 것은 세상에 재앙을 내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일곱 천사들에게 직무를 수행하라고, 즉 이 세상에 내리는 당신의 재앙을 집행하라고 친히 명령하십니다.

2절..<첫째 천사가 나가서 자기 대접을 땅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짐승의 표를 지닌 사람들과 그 상에 경배한 사람들에게 고약하고 지독한 종기가 생겼습니다.>--첫째 재앙은 '종기'입니다. 이것은 탈출기 9장에 나오는 여섯째 재앙과 비슷합니다. 고약하고 지독한 종기는 짐승을 경배하고 짐승의 낙인으로 스스로 몸을 더럽혔기 때문에 몸에 내리는 벌입니다.

3절-6절..(3)<둘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바다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바다가 죽은 사람의 피처럼 되어 바다에 있는 모든 생물이 죽었습니다.> (4)<셋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강과 샘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물이 피가 되었습니다.> (5)<그때에 나는 물을 주관하는 천사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시던 분, 거룩하신 분 이렇게 심판하시니 주님께서는 의로우십니다.> (6)<저들이 성도들과 예언자들의 피를 쏟았으므로 주님께서 저들에게 피를 마시게 하셨습니다. 저들은 이렇게 되어 마땅합니다.">--둘째 재앙과 셋째 재앙은 '바다와 강과 샘이 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탈출기 7장에 나오는 첫째 재앙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는 나일 강물만 피로 변했는데, 여기서는 강물, 샘,  바다까지 피로 변하고, 바다 속의 모든 생명체가 죽게 됩니다. 이 재앙이 탈출기에서는 하나의 재앙이었는데, 여기서는 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일곱이라는 수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죽은 사람의 피처럼'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사실상 모든 물이 '썩은 시체의 피'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물을 주관하는 천사>--유대인들은 자연요소를 담당하는 천사들, 즉 세상의 천사, 바다의 천사, 물의 천사, 비의 천사, 불의 천사 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절-6절의 천사의 찬양의 말에 이 재앙의 이유가 나오는데, 그리스도인들의 피를 흘리게 한 자들은 그 피의 양만큼 '피로 변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과응보입니다. 천사는 이것이 하느님의 심판은 절대적으로 정의롭다는 뜻이라고, 또 정당한 처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7절..<이어서 제단이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주님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십니다.">--여기서 '제단'은 앞의 6장 9절-10절의 제단입니다. 제단이 말한다는 것은 제단에서 말소리가 들렸다는 뜻입니다. 지금 제단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6장에서 나왔던 순교자들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큰 소리로 피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하느님께 탄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박해자들에게 정의의 심판이 내려지자 '주님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십니다.' 라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8절-9절..(8)<넷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해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을 불로 태우는 권한이 해에게 주어졌습니다.> (9)<사람들은 뜨거운 열에 타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러한 재앙들에 대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할 뿐, 회개하여 그분께 영광을 드리지 않았습니다.>--넷째 재앙은 '태양의 열기'입니다. 이것은 이집트에 내린 재앙들 중에는 없었던 재앙입니다. 마치 불에다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해가 뜨겁게 타오르는데, 해를 의인화시켜서 해에게 권한을 주고, 해가 사람들을 태우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해는 하느님의 도구일 뿐이고, 이 재앙이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느님께 욕설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앙들에 대한 권능을 지니신 하느님'이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이런 재앙들을 내리신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회개하여 그분께 영광을 드리지 않았다.' 라는 말에서 '회개'와 '그분께 영광을 드리다.' 라는 말은 사실상 같은 뜻입니다. 즉 회개하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은 회개했다는 표시가 됩니다.(공동번역 성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저주'했다고 번역했는데, 원문에는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주나 모독이나 이 상황에서는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앙이 너무 괴로워서 하느님께 욕설을 한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재앙은 사람들을 회개시키는 것이 첫째 목적인데, 사람들은 회개하기는커녕 더욱 더 죄를 짓고 있습니다.

10절-11절..(10)<다섯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짐승의 왕좌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나라가 어둠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괴로움을 못 이겨 자기 혀를 깨물었습니다.> (11)<그러면서도 자기들이 겪는 괴로움과 종기 때문에 하늘의 하느님을 모독할 뿐, 자기들의 행실을 회개하지 않았습니다.>--다섯째 재앙은 '암흑'입니다. 이것은 탈출기 10장에 나오는 아홉째 재앙과 같습니다. '짐승의 왕좌'는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시를 가리킵니다. 11절은 9절을 반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혀를 깨물 정도로 괴로워하는 원인이 어둠인지, 종기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12절..<여섯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큰 강 유프라테스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강물이 말라 해 돋는 쪽의 임금들을 위한 길이 마련되었습니다.>--여섯째 재앙은 '유프라테스 강물이 말라서 길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탈출기 14장에서 바닷물이 마른 사건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탈출기에서는 그 사건이 재앙이 아니라 구원사건이었는데, 여기서는 재앙입니다.

 '해 돋는 쪽의 임금들'은 유프라테스 강 동쪽의 이방민족들을 뜻합니다. 그래서 유프라테스 강물이 말라 길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동쪽의 이방민족들이 로마로 쳐들어오는 길이 마련되었다는 뜻이고, 그들의 침입으로 인한 전쟁이 곧 여섯째 재앙입니다.

13절-14절..(13)<그때에 나는 용의 입과 짐승의 입과 거짓 예언자의 입에서 개구리같이 생긴 더러운 영 셋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14)<그들은 마귀들의 영으로서 표징을 일으키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온 세계 임금들을 찾아 나섰는데, 전능하신 하느님의 저 중대한 날에 일어날 전투에 대비하여 임금들을 불러 모으려는 것이었습니다.>--13절-16절의  전쟁은 12절의 전쟁과는 다른 전쟁입니다.

 '개구리'는 탈출기 7장 26절-8장 11절에 나오는 둘째 재앙인데 당시 개구리는 더러운 짐승으로 여겨졌고, 개구리의 소리는 무익하고 무의미함을 상징했습니다. 그래서 악령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용'은 사탄이고, '짐승'은 로마제국, 또는 로마 황제이며, '거짓 예언자'는 둘째 짐승으로서 황제 숭배를 유도하는 자들입니다. 이 셋은 여기서 마치 하느님의 삼위일체를 모방한 것 같은 '악의 삼위일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더러운 영'은 14절에 '마귀들의 영(악령)'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온 세계 임금들'은 12절의 '해 돋는 쪽의 임금들'과는 구분되는 다른 임금들입니다. 12절의 '해 돋는 쪽의 임금들'은 로마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지만, 14절의 '온 세계 임금들'은 하느님을 상대로 전쟁을 하기 때문입니다. 악령들이 '표징을 일으키는 자들'이라는 것은 악령도 기적을 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기적은 우리를 구원하는 은총이지만, 악령들의 기적은 우리를 현혹시키고 멸망으로 인도하는 '이상하고 신기한 속임수'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저 중대한 날'은 하느님께서 적대세력을 전멸시키는 날입니다. 따라서 12절의  '해 돋는 쪽의 임금들과 로마'의 전쟁은 14절의 '온 세계 임금들과 하느님'의 전쟁의 전초전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15절..<"보라, 내가 도둑처럼 간다. 깨어 있으면서 제 옷을 갖추어 놓아, 알몸으로 돌아다니며 부끄러운 곳을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보라' 라는 말은 엄숙하게 선언할 때의 관용어입니다. 15절은 앞의 3장 3절, 또는 마태오복음 24장 42절-44절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는데, 앞뒤 문맥과 연결되지 않는 구절로서 후대에 누군가가 잘못 삽입한 것으로 생각되는 구절입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성경을 읽다가 책의 여백에 자기 생각을 적어 넣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잘못 삽입된 구절들도 필사자들이 성경 본문인 줄 알고 계속 필사를 거듭하면서 그냥 본문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의 15절 머리의 '그때에' 라는 말과 끝의 '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라

    는 말은 원문에 없는 말입니다.)

'도둑처럼 간다.' 라는 말은 종말의 그 날과 그 시간은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깨어 있으면서 제 옷을 갖추어' 입은 사람은 항상 깨어 있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알몸으로 돌아다니며 부끄러운 곳을 보이는' 사람은 하느님 앞에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 회개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16절..<그 세 영은 히브리 말로 하르마게돈이라고 하는 곳으로 임금들을 불러 모았습니다.>-악령들이 임금들을 '하르마게돈'이라는 곳으로 모아서 하느님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합니다.

<하르마게돈>--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아마겟돈'이라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르'는 '산'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이고, '하르마게돈'은 '므기또의 산'이라는 뜻입니다. '므기또'는 과거에 격렬한 전투가 많았던 곳이었고, 많은 왕들이 죽었던 곳입니다(판관 4-5장, 2열왕 23장).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뼈에 사무친 비극의 장소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하르마게돈 - 므기또의 산'은 종말의 마지막 전쟁터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악령들과 세상 임금들이 하느님께 도전하는 전쟁을 일으켰다가 전멸 당하게 되는 곳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17절..<일곱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공중에 쏟았습니다. 그러자 "다 이루어졌다." 하는 큰 목소리가 성전 안에 있는 어좌에서 울려 나왔습니다.>--일곱째 재앙은 '자연 재앙'입니다. 즉 번개, 천둥, 지진, 우박입니다. 일곱째 천사가 대접을 쏟자 하느님께서 직접 '다 이루어졌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전 안에 있는 어좌'에서 큰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는 뜻입니다. 다 이루어졌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 인간들을 회개시키기 위한 시도는 이제 다 끝났다는 뜻입니다.

18절-20절..(18)<이어서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이 울리고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지진은 땅 위에 사람이 생겨난 이래 일찍이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19)<그리하여 큰 도성이 세 조각나고 모든 민족들의 고을이 무너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대바빌론을 잊지 않으시고, 당신의 격렬한 진노의 술잔을 마시게 하셨습니다.> (20)<그러자 모든 섬들이 달아나고 산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번개, 요란한 소리, 천둥과 함께 큰 지진이 일어나는데 그 지진은 '사람이 생겨난 이래 일찍이 일어난 적이 없는', 즉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입니다. 지진으로 '큰 도성', 즉 로마가 파괴되고 모든 도시들도 파괴됩니다.

'세 조각' 났다는 것은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뜻합니다. '대바빌론'도 로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신의 격렬한 진노의 술잔을 마시게 했다.' 라는 말은 하느님의 진노로 인한 심판과 재앙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6장 14절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산과 섬은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서는 '모든 섬들이 달아나고 산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6장 14절보다 더 강렬한 표현으로서 그만큼 크고 무서운 지진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21절..<하늘에서는 무게가 한 탈렌트나 되는 엄청난 우박들이 사람들에게 떨어졌습니다. 그 우박 재앙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탈렌트'는 화폐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무게의 단위이기도 합니다. '한 탈렌트'는 약 40kg 정도입니다. 40kg 무게의 우박이 떨어진다면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는 엄청난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박의 재앙은 탈출기 9장에 나오는 이집트의 일곱째 재앙입니다.사람들은 지진과 우박의 재앙을 연속으로 겪게 되자 하느님께 욕설을 퍼붓고 저주를 하고 모독을 합니다. 더 이상 회개를 기대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악한 모습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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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고집"

 

창세기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기 직전에 아브라함은 끈질기게 하느님을 설득하고, 하느님께서는 계속 양보하면서 뒤로 물러서십니다.

요나서를 보면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는 모습을 보시고하느님께서는 니느웨에 대한 심판 계획을 취소하십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하느님의 모습에는 '고집'이란 없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재앙을 겪으면서도 회개를 거부하고 고집만 부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잘못한 일 없다고 끝까지 반항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고,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을 기준으로 삼고 남들에게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어른들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고집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만을 위한 욕심과 이기심뿐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향해 고집을 부리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고, 하느님을 향해 고집을 부리면 죄만 남습니다.

 

가장이 고집을 부리니 가족이 눈물을 흘립니다. 본당신부가 고집을 부리니 본당의 신자들이 고통을 겪습니다.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니 온 나라가 피곤해집니다. 한 국가가 고집을 부리니 전쟁이 일어납니다.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것인지,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죄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고집인 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린 때가 많았습니다.

양보하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고,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한 번 고집 부리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이 자꾸 그쪽으로만 갑니다.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상처와 후회뿐입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고집을 꺾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고집이 고집을 부릅니다. 때로는 신념이라고 착각하고 때로는 '너를 위한 일'이라고 변명하면서,

자신은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으쓱대기도 하고, 자신은 성격이 대쪽 같다고 자만하기도 하면서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고집 속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신앙을 위해서, 회개를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때로는 자존심을 버리고 싶습니다. 욕심도 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집을 꺾어야 할 때는 꺾어버리고 싶습니다.

성격이 무르고 줏대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 바보 같다는 말을 듣는 것이, 쓸 데 없는 고집으로 죄 짓고 상처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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