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셰르(Bushehr)

2008. 1. 20. 오후 11:51:49

글자
밤새 16시간을 달려 부셰르에 왔는데 이곳 또한 해안마을이며 이란에서도 드물게도 올드시티와 현대화된 지역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가이드북 이란편은 개장판이 아직 나오지 않아 지도와 설명에서 자주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숙소가 시내 중심부에 있으며 이란의 시내 중심부는 원형교차로이고 그 가운데에는 기념조각물과 화단 그리고 분수로 이루어져 있다. 취향대로 올드시티를 천천히 거닐며 자근자근 들여다본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폐허가 되어 세월의 풍파에 상처입은 건축물도 많이 보이지만 여전히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올드시티가 가진 진가는 바로 좁은 골목길로 대변된다. 그 좁은 골목 가운데 바닥에도 한뼘 정도의 물길을 만들어 놓은 섬세함을 보인다. 굽은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제법 넓은 공터가 나타나기도 전에 벌써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미리 예감케 한다. 처음으로 철부지 아이들과 3:3으로 축구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오랜 세월에 퇴색된 마을을 되살리려는 땀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다. 한편으로 원래의 옷을 버리고 투박한 상자형 콘크리트 건물로 변한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이란은 다른 이슬람권 국가와 달리 올드시티를 간직한 고장이 거의 없어서 그 부분에 궁금증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부셰르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올드시티를 간직한 면에 있으므로 이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드시티를 오랜 세월동안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전통적인 건축공법으로 계속적으로 보완하는 성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작년에 방문했던 터키와 시리아의 경우 건축물 자체를 우리의 수원성이나 남한산성처럼 돌을 정교하게 맞춰 쌓아올린 형태이기에 천년이 넘어도 잘 보전되어 온 이유도 있다. 

  서울의 명륜동은 지금의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과 나란히 위치한 곳인데 내가 어릴 때 방학 때마다 외할머니가 계신 그곳을 갔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당시에는 전통 한옥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좁은 국토에 과대 인구라는 문제와 더불어 이러저러한 개발과 경제적 논리 등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실존하는 과거와 우리의 옛 풍속과 문화를 어쩔 수 없이 지워가고 있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가진다. 이것도 일종의 난개발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영랑동 해안가의 모래는 다 어디로 가고 기이한 방파제만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해안은  침식되어 거주민들이 생활에 위협을 받는 모습들. 사라져 간 모래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들도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파도타기, 자맥질, 다이빙, 섭(홍합) 따기, 해변 축구 등 시간가는 줄 몰랐던 어린 시절의 놀이터. 난개발의 부작용이 생기기전의 우리 동네 해안의 생기있는 모습을 먼지쌓인 흑백 사진이 소리없이 이야기해 준다.

댓글 1

  • 2008년 1월 22일 오후 11:06

    먼 이국에서 느끼는 전통성의 목마름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잘 전달될수 있게 준비 많이 해 오세요... "찰깍"""사진으로 말해주세요".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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