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연속, 남쪽으로

2008. 1. 11. 오전 2:58:37

글자
  이란에 오기 전 가을 날씨가 지배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했다. 영하권에 폭설이 내려 한곳에 며칠 갇혀지내야만 했다. 2차 행선지인 북부 이란의 산악 전통마을 마술레는 목전에 두고 내린 폭설의 장벽에 막혀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한 것이다. 3일을 인접한 도시 푸만과 라쉬트에서 숨고르기를 한 끝에 또다시 오늘 테헤란으로 돌아왔다. 인접한 카스피해와 이란 북부에 강력한 한랭전선이 형성되어 밀도가 조밀하게 큰 눈이 내려 지상의 대기를 꽉 채울 정도였다. 파김치가 된 채, 테헤란 서부 터미널에 기착하여 전에 머물던 숙소까지 한 시간 동안 헤맨 끝에 극심한 교통체증의 벽을 넘어 찾아 들어왔다. 일단 오늘밤은 이곳에서 마음의 갈증을 풀도록 해야겠다. 역시 북서부의 하우라만 탐방도 접기로 하고, 남부 사막지역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그럭저럭 여행다운 여행을 맛보지 못하고 벌써 한 달 간의 예정된 일정 중에 절반이 뜬구름처럼 사라졌다. 아무리 한 달 동안의 기행이라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가혹하다. 그동안의 이슬람 여행 가운데 최악이라면 최악이다. 여전히 불운의 먹구름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이것도 하나의 길들이기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의 여유를 찾기로 했다. 내일 남부의 사막도시 야즈드나 케즈만으로 항로의 가닥을 잡을 것이다. 내일 늦오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열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이제 필름 두 롤을 겨우 찍었다. 오랫동안 필름카메라를 손놓아서인지 감이 잘 오지 않기도 하다.  
 
  마샤드 호스텔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창밖으로 살기돋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닭뼈를 발견하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신다. 아마도 조금 전 포식을 한 모양이다. 왼발을 바닥에 딛으려다 말고 나와 시선이 마추쳐서 시간이 정지한 듯 그대로 한동안 멈춰서 나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듯 하다. 카메라를 들고 잠시 멈칫하니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후다닥 환풍기 배출구 밑으로 미끄러지듯 몸을 숨긴다.
 
  5일 만에 다시 찾아든 마샤드호스텔. 일본 젊은이 셋이 진을 치고 있다. 여기에 아직 국적을 모르는 서양인.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출연한 제레미 아이언즈를 닮았다. 잠시 후 세 명의 여성이 제 몸집과 크기가 비슷한 배낭을 짊어매고 들이닥친다. 동태를 살펴보니 한국인 여행자이다. 혹시 선생님이 아니냐고 넘겨 짚으니 그렇다고 한다. 부산스럽게 관리자에게 이모저모 이용가능한 편의시설에 관해 질문하고 샤워를 마치고 저녁 식사 준비에 부산을 떤다. 이곳에 부엌이 갖춰져 있길래 재료를 준비하여 간단히 만들어 먹을 작정인 것 같다. 나도 주변의 식당에 가서 시장기를 달래고 맛있게 담배 한 개비를 물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호르무즈 해협에 미국 구축함이 순시중인 화면이 뜬다. 이란어로 방송이 나오는지라 내용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유감이다. 별 문제가 있으랴.
  

댓글 1

  • 2008년 1월 11일 오후 3:42

    정선생! 그렇게 춥고 낯선 곳에서 엄청 힘들텐데도 참 대단하네. 역시 한국남아의 인내와 도전정신이 존경스러워. 돌아오는 날까지 건강하게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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