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즈드

2008. 1. 12. 오후 5:20:00

글자
정확히 열 시간을 시체처럼 밤차에 실려 아주 오래 전 진흙으로 건설된 황색도시 야즈드에 발을 디뎠다. 온 도시 고유의 색깔이 흙빛이다. 하지만 지금은 황색이 그 점유율을 반 정도 흰색에 양보하였다. 왜냐하면 한파가 이곳 남부에 접어드는 곳까지 그 전선을 확장했던 것이다. 손이 시려워 손을 옷밖으로 내밀기가 두렵다. 이슬비처럼 가는 잔눈이 소리없이 대지의 색채를 지우려 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싼 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싱글룸은 가득 찼고 2인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돈 7500원 정도를 요구한다. 1인실이 비워지면 방을 바꾸기로 제안하였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비교적 난방이 잘 되어 있는 방에서 선잠이 들었다. 일어나 데스크에서 주인장과 정식 인사를 나누고 차 한 잔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사위를 살피며 골목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한 골목이 끝나고 원형 광장 옆으로 커피넷이라는 인터넷숍이 보였다. ISDN초기 수준에 버금가는 속도이다.
  지난주 수십 만 명의 시어파 추종자이 모스끄 광장에 운집하여 정신적 지도자로부터 일장연설이 있던 야즈드. 이란 시어파 최고의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숨결과 눈빛이 집집마다 포스터나 큰 휘장으로 남아 그 흔적을 발산하고 있고 흰눈에 덮인 모스크 둥근 광장에는 검정색 차도르를 입은 여인네들이 총총 지나간다.

  강원도 지방에 대설과 추위가 몰아닥쳤다는 소식을 접한다. 추위에 잘 대비하기 바라고 주위의 기력없는 노인네들이 계시면 나서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에도 길을 지나다 보면 검정 차도르를 걸치고 추위에도 불구하고 길바닥에 앉아서 동냥을 구하는 노인들이 더러 보인다. 이곳에 오기 전 테헤란 대학 주변을 둘러본 적 있는데 우리 대학가에서 흔희 보았던 reading, vocaburary, TOEFL 등의 플래카드나 광고지가 눈길을 끌었다. 심정적으로는 반미 정신에 일치된 모습을 보이나 학문에는 외국어의 경계가 없는 것 같다. 장기간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볼 때 다른 이슬람 국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루 다섯 번 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성실한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도 보기가 드물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동안 거쳐갔던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더 신심이 투철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던 듯 하다. 가끔 이곳에도 미모의 여성들이 눈길을 끈다. 남녀를 떠나 아리안족의 특성이겠지만 콧날이 높고 얼굴의 입체감이 뚜렷하다. 지나치게 매부리코인 사람은 종종 수술을 하여 반듯하게 정리하는 시술도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여러 명 보았다. 시외 버스를 타니 사탕과 과자 그리고 빈 컵이 든 비닐봉지를 승객들에게 배급한다. 어떤 버스든지 다 그런 것 같다. 가장 서비스가 황홀한 나라는 파키스탄과 터키였다. 아리따운 여성 차장이 자주 과자와 음료를 대접한다. 가끔 쇼맨쉽도 보이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고속버스에는 차장이 사라졌다. 운전기사가 출발 전 성실히 목적지까지 모시겠다는 인사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 뿐이 아닌가. 테헤란에서 야즈드까지 10시간 걸렸고 차비가 우리 돈으로 7천원 정도이다. 우리 버스 회사에게도 이슬람권 버스 회사처럼 작은 서비스를 권고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댓글 2

  • 2008년 1월 15일 오후 3:19

    업무상 한번 가보고 싶네요 대중교통확산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사탕과 과자제공)...

  • 2008년 1월 16일 오후 6:17

    10시간 가는데도 7천원이면 차비는 되게 싸네. 그런데 정샘, 언제 그렇게 정황을 잘 알아내나 놀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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