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부르카'와 호르무즈섬

2008. 1. 20. 오후 11:49:24

글자
이곳 반데르압바스에서 본 이란 여성의 의상에서 색다른 풍속을 체험한 것은 바로 이상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다. 눈과 코 그리고 입만 노출하고 나머지는 검정색이나 붉은색 등의 실올이 굵어보이는 헝겊으로 얼굴을 가려 양쪽 귓바퀴에 고정시킨 '부르카'이다. 이 부르카는 극심한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착용하게 한 여성복장의 이름과 같다. 머리부터 발목근처까지 내려오는 주름진 엷은 파란색의 천을 뒤집어 쓴 의상인데 밖의 세상을 구별할 수 있도록 눈부분에는 약간 넓은 망사로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반데르압바스의 부르카는 별도로 가면을 착용하여 여성의 얼굴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한 형태라 굉장한 눈길을 끌었고 꼭 사진에 담고 싶었다.  이슬람여성에 대한 사진촬영은 관습상 터부시하는 경향이어서 처음에 우려를 했으나 다음날 과감하게 여러컷을 촬영하는데 성공하였고 아무런 뒷탈이 없어서 다행스럽다. 사실 카메라에 눈을 대지않고 감각적으로 촬영하는 노파인더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반데르압바스에서 이튿날 해상에 납작하게 업드려있는 호르무즈섬에 이르는 과정은 흥분과 드라마틱함 그 자체이다. 쾌속보트로 찰랑거리는 수면을 칼처럼 질주하는데 칼은 예리하게 물을 가르고 고물에서 거친 물거품을 토한다. 수면과 보트의 바닥면이 맞장구치는 순간에 허리에 통증이 올 정도여서 경마장의 기수와 같이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진동이 온몸을 울린다. 섬의 세세한 표정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바다도 저항을 거둬들이고 방문객을 품안으로 맞이한다. 선착장에서 보트에 실려있던 거주민과 상인들의 물품을 부려놓고 길게 늘어진 섬의 끝자락을 보니 포르투갈 요새인 듯한 시커먼 구조물이 바다와 맞선 채 버티고 있다. 주민들은 가식이 없고 맑은 가슴을 가진 투명한 이슬과 같은 사람들이다. 좁은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청년들이 공놀이와 자치기를 즐긴다. 고양이는 가던 길에 기둥이 버티고 서 있자 킁킁거리며 오른다리를 번쩍 쳐올리더니 방사를 한다. 닭들과 양들과 고양이들이 서로 공생하는 모습이 마치 에덴동산을 닮은 모습이다.
 
  한줄기 길을 오래 걷는 동안 다리가 노곤해져서 한 과일가게에 들러 바나나 한 쪽과 시큼한 귤을 맛보고 차 한 잔 부탁하니 옆집에서 물을 끓여 가져온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쾌활한 표정과 함께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곳 섬주민들은 시간을 굉장히 많이 가진 사람들임을 알게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그밖에 자기 발전과 대내외적인 일에 묻히다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기 마련이다. 현대인의 속성중의 하나가 바로 '시간이 없다' 로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섬은 주변의 낮은 산들이 검붉은 색깔을 띤다. 날카로운 검붉은 창날이 길게 섬의 한쪽에서 시작하여 다른쪽 끝은 바다 속으로 그 꼬리를 담그고 있다.

댓글 1

  • 2008년 1월 22일 오후 10:59

    이제는 형도 마을 사람들과 많이 닮았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유유자적...차한잔의여유가 느껴집니다..

이야기 나눠요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