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봉헌
어제는 아는 스님이 미카엘 생일이라며 떡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 주셧습니다.
여러가지 콩을 얹은 콩떡과 검정깨 찹살떡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침마다 녹여
먹으라시며 두 식구 먹기엔 많은 양을 보내주셨습니다.
떡 상자를 열고 맨 먼저 손이 가는 떡을 집어 예쁜 접시에 담아 예수님 앞에 올려
두었습니다. 저는 제게 무엇 이던 '정'을 보내오면 그 정이 너무 감사해서, 보내온
물건들 중 좋은 것을 골라 예수님 앞에 먼저 드립니다. 그리고 이 물건이 누구네게서
어떤 연유로 왔는지 예수님께 소상히 보고하고, 감사의 기도와 더불어 보내 주신 분의
가정을 위하여 기도를 드립니다.
이것이 가톨릭 신자로서 잘못된 미신행위 같지 않을까 하겠지만 감사히 받은 '정'이
너무 좋아서 예수님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기에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지만 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햇차를 만들면 햇차 한잔을 예수님께 맛보시라 올리고, 마당에 예쁜 들꽃을
발견하면 들꽃을 꽃병에 담아 예수님께 드리고 ,별이 반짝이는 밤이면 별빛을 눈에 담았다가
예수님 눈과 마주치며 그분께 보여 드립니다.
어찌 물건뿐이겠습니까? 감사한 마음이 전헤오면 감사한 마음을 보여드리고, 아픈 사연
들으면 아픈 사연을 또 들려 드리고, TV 에서 본 얘기, 오다가다 지나가면서 보고 느낀 얘기,
불쌍한 사람은 불쌍한 대로, 부러운 사람은 부러운 마음으로, 부부싸움 뒤에 미카엘 욕도
실컷 하고 , 싱숭생숭 봄바람에 흔들리는 제 마음도 전해드립니다.
가끔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노래도 한곡씩 불러 드리고, 오가며 예수님께 엄지손가락 치겨
올리며 당신이 최고라고 아부성 발언도 종종합니다. 그러다가 화가 나면 입술을 삐쭉이
내밀며 흫! 고개를 돌리기도하고,때로는 혓바닥을 쏙 내밀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제가 예수님께 드리는 봉헌입니다. 당신께서 그러한 저를 보고 웃으시건,
화를 내시건 상관치 않고 그냥 제게 일어난 모든 일들과 제 마음을 그분께 봉헌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예수님께서는 저의 삐쭉거림에도 늘 웃으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예수님이 너무 편안해서, 너무 따뜻해서, 바라보시는 그 눈길이 눈물이 나도록 너무 부드러워서
예수님 앞에서 철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맙니다.
어제 스님께서 보내 준 떡을 봉헌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스님이시니 가정이 없는 탓에
스님 계시는 절이 부흥하도록 또 건강히시도록 기도드렸습니다.
어제는 우리 예수님 맛있는 떡 드셨습니다.
김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