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비의 램프
외길 걸으신 한아비는
램프 하나 사들고 오셨습니다
얼마 뒤 두 이웃집도
호롱불을 치우고
램프로 집안 밝혔습니다
울타리 밖 전주가 세워지자
이웃은 램프를 남겨둔 채
도회로 줄행랑치고
상들리에 불빛
천 리 밖 손자 녀석들
애비 따라 방학 때 내려와 보니
이방 저방 쥐들만 신명난 숨바꼭질
지붕 빗물이 안방찾이
어허달고, 달고지 노래
멎은 지 삼 년
한아비 노자 떨어져
아직 저승 닿지 못했다네
꿈길에서나 옛집 돌아와
그 램프로 우리 마음 구석구석
밝혀주지 않으시렵니까.
-추보 박영만 시집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