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內面)과 외양( 外樣)
어느 날 해가 말했습니다. “나뭇잎은 초록색이야.”
그런데 달은 나무 잎은 은색이라고 우겼습니다.
다시 달이 “사람들은 늘 잠만 잔다.” 그러자 해가 “아니야. 그들은 언제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달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바람이 지나가다가 그들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둘 다 쓸데없는 논쟁들을 하고 있구나!” 하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낮에 해가 떠 있을 때도, 밤에 달이 떠있을 때도 불지. 해가 빛을 비추는 낮에는 해가 말한 대로 땅이 시끄럽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초록색이 된단다. 그러나 달이 빛을 비추는 밤이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지지. 사람들은 잠을 자고 온 땅이 고요해지며, 나뭇잎은 은빛이 된단다. 너희들은 모두 진실을 알고 있지 못한 거야.”
내면과 외양, 사물은 그 실제가 아니라 나타나는 모습으로 통용됩니다. 우리의 눈은 외양만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외양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저녁미사에 참례한 후, 회합 후 받은 장미꽃 다발을 가지고 성당을 나가다가 평소에 레지오 입단을 권유했던 K형제를 만났습니다. 그 형제는 제 손에 든 장미꽃을 바라보며, “단장님, 장미꽃이 참 예쁘네요. 오늘 레지오 회합 하셨나 봐요.” 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래요, 자! 선물입니다.”하며 K형제에게 주회합 꽃을 선물하고서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걸으며 다시 한 번 입단을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는 직장관계로, 바로 입단하기는 어렵다는 사정 얘기에 이어 저와의 인연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단장님과 저는 참 대단한 인연이지요.” 나는 크게 떠오르는 기억이 없어 그냥 K형제의 얘기를 들으며 발걸음의 속도를 조절하였습니다. K형제는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제가 성당에 나오게 된 것도 단장님 덕분입니다. 아시겠지만, 그 때 농협 앞에서 가두선교 할 때 단장님께서 저에게 성당에 나오라고 권유하여 세례를 받게 되었고, 오랫동안 냉담을 하고 있을 때, 구제 옷가게에서 단장님을 만났는데, 그 때도 단장님의 권유로 냉담을 풀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단장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단장님이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냉담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이 얘기를 듣고서 그때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K형제는 전에 다른 쁘레시디움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른 단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고 직장 관계로 퇴단을 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면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레지오는 도제제도(徒弟制度)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나갈 때, 2인 1조로 하여 선배 단원에게 배우는 것이지요.
도제제도란, 중세 유럽의 산업 기술에서 유래된 이야기입니다. 기술자가 집에서 직접 물건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중심에서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의 밑으로 들어가 배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자의 제자가 되어 숙식을 함께 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사람을 '도제'라고 합니다. 도제는 몇 년 동안 스승의 기술을 익혀 '장인'이 되고 이후 몇 년 간의 장인생활을 거치면서 길드의 심사에 합격하면 비로소 '도장인'이 되어 독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데 있다.’(교본 27쪽)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레지오에 새 단원을 입단을 시키는데, 내면을 살피지 않고 외양만 가지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본 6장(52쪽)에서는 ‘레지오 단원의 경우 자격 미달은 바로 겸손의 덕이 부족한 데에 있다.’ ‘겸손하지 않고서는 성화될 수 없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의 자격 요건은 바로 겸손 하느냐 겸손하지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특히 레지오는 단원이 훌륭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할 때, 단원이 수행한 결과의 만족도가 아니라 조직에 대한 확고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교본 110쪽, 이상적인 단원)
단원의 자격은,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는 사람으로서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려는 의욕이 있으면 됩니다.(교본 13장 단원의 자격) 그러나 아무리 단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입단을 권유하는 사람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새 단원 모집은 모든 단원들에게 주어진 의무입니다.(교본 298쪽 새 단원 모집) 또한 단원을 모집하는 것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축복 받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코 복음 16장 15절 말씀에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 말씀은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리스도 신자생활의 기본 방향이 어떤 것이지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교본 40장 주님의 마지막 유언(463쪽)에서 “주님을 믿는 신자라면 꺼지지 않는 열의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 본질적인 신앙의 요건이 때때로 저버림을 받고 있다.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않고 버려두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주님께서 승천하실 때 내리신 이 마지막 명령을 저버린다면,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레지오를 활성화시켜 신바람 나는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새 단원 모집에 함께 합시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