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안에서 주님과 일치를- /손희송 총대리주교
3지구 구. 반장 신년미사(2017년 중서울)
1. 서울대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는 2017년 사목교서에서 우리 교구가 ‘미사로 하나가 되는 신앙’을 실현시켜 가자고 당부하십니다. 미사는 하느님 백성의 공적인 모임으로서, 우리는 미사에 참여하여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고 필요한 은총을 청합니다.
미사 때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는 예수님 주위에 모인 제자들 공동체와 비슷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아 당신 곁에 두시고 당신 말씀을 듣고 당신 행동을 보게 하시면서 제자교육을 시키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 사명인 세상 구원의 사명에 협조자가 되고, 나중에 당신이 아버지 곁으로 가신 다음에는 그 사명을 이어받도록 교육을 시키신 것입니다.
2천 년 전에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그 예수님은 지금도 교회 안에서, 특별히 미사 중에 우리에게 성령을 통해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가르침과 도움을 주십니다. 이를테면 늙고 병드는 것이 두려워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이렇게 위로를 주십니다. “너희가 늙어 가도 나는 한결같다. 너희가 백발이 되어도 나는 너희를 지고 간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안고 간다. 내가 지고 가고 내가 구해 낸다.”(이사 46,3-4)
성경 말씀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은 성찬 전례에서 영성체를 통해서 힘든 인생을 견뎌갈 힘을 주십니다. 2000년 전에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바치신 예수님은 성체를 통해서 거듭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리고 ‘내가 너를 위하여 내 자신을 바쳤고, 계속 너를 위해 곁에 있을 것이다’고 약속하시면서 힘을 주십니다. 인간끼리도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온전히 헌신한다는 것을 알면 큰 힘이 됩니다. 인간이 아닌 주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오셔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주님은 미사 중에 말씀과 성체를 통해 우리 가까이 오시면서 가르침과 도움을 주십니다. 우리는 이런 주님과 친밀해지고 그분과 하나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미사 준비에 15분 정도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시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5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갖고 나머지 10분 동안 그 주일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찬찬히 읽으면서 마음에 새겨 보세요. 이렇게 준비하고 미사에 들어가면 말씀 전례 때 봉독되는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고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말씀으로 준비가 되면 성체를 영할 때 주님의 현존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한두 번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한 달, 두 달, 반년 동안 해보시기 바랍니다.
2. 예수님은 제자들을 3년 동안 당신 곁에 두시고 제자 교육을 시키시면서 그들이 주님 안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은 미사 중에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성령을 통해 우리 서로가 주님 안에서 한 마음 한 뜻을 이루도록 인도하십니다.
그런데 십인십색이란 말이 있듯이 교회 안에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한 마음 한 뜻이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교회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열두 사도들은 서로 배경과 기질이 달라서 하나가 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자들 중에는 세리와 열혈 당원이 속해 있었습니다. 세리는 당시 이스라엘의 점령 세력인 로마인들의 하청을 받아 세금을 징수하면서 불의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열혈당원은 점령세력인 로마에 저항하여 무력투쟁도 불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둘은 마치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에 친일파와 독립군과 비슷한 관계였습니다. 이렇게 함께 하기 어려운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가운데 예수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간간히 서로 질시하며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속적인 생각으로 누가 더 높으냐고 자리다툼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계셨기에 최후만찬에서 그들의 일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아버지와 아들, 곧 성부와 성자가 하나인 것처럼 제자들도 서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성령의 도움으로 서서히 서로의 차이를 극복해가면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교회도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서,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서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의 중심 전례인 미사는 우리가 주님과의 일치 그리고 신자들과의 일치를 굳건하게 다지는 자리입니다. 미사 중에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함께 경청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나의 신앙을 함께 고백하며, 가진 바를 서로 나누고, 함께 성체를 영합니다. 그럼으로써 주님과 일치, 주님을 믿는 신자들이 일치를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2천 년 전에 제자들을 일치로 이끌어주셨던 예수님은 오늘날 성령을 통해 미사 안에 현존하시면서 당신과의 일치, 그리고 신자들 간의 일치가 깊어지도록 인도해주십니다. 우리는 그런 주님께 응답해서 일치를 도모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3. 때로는 교회 내의 안 좋은 모습 때문에 교회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중년 가장은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 강한 회의를 느끼고 교회를 떠날 생각까지 했지만, 미사 중에 깨달음을 얻어 그 유혹을 극복했다는 체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2년쯤이었는데 세례를 받을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교회에 대한 불만들이 신앙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 공동체의 불합리한 행태, 성경 말씀과는 너무 다른 교회 현실 등을 보면서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나의 인내심이 무너진 것은 어떤 신부님에게서 보이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 때문이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천주교를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 어디로 갈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가 막막했다. 그 순간 이럴 때일수록 하느님께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참으로 성령의 인도였다. 교회의 모습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하느님만은 완전하신 분이니 이 문제를 놓고 하느님과 의논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떠난다는 결정을 잠시 보류해 두고 주일 미사에 참여하던 어느 날, 영성체를 하고 돌아오는데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네가 이제 내 교회의 단점을 이야기하느냐? 너를 여기까지 성장시켜 준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내 교회의 단점을 너에게 보여 준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모두 내가 한 일이다. 너에게 그것을 보여 준 이유는 내 교회를 욕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성령께서 들려주신 그 말씀에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교회를 새롭게 하려고 나를 부르고 계셨구나. 그런 순간에 오히려 욕하면서 떠나간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뜻하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날부터 교회의 비판이나, 떠난다는 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내가 그런 교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생각했다. 교회의 단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특별한 은혜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우쳐 주신 성령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전문석,「깨우쳐 주고, 이끌어 주고」,『생활성서』 2012년 8월호, 82-83쪽)
악의 세력은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면서 우리를 주님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교회 안에서 잘못된 점이 눈에 띠면 악한 세력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런 교회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느냐? 시간과 노력, 낭비하지 말고 떠나가서 편하게 살아라.’ 반면에 교회의 어둔 모습이 보이더라도 ‘나도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다. 나를 통해서도 교회가 새롭고 거룩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성령을 통해 전해지는 주님의 목소리입니다.
4.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하느님은 당신 교회가 일치와 화합을 이루기를 원하시면서 은총으로 도와주십니다. 신앙인은 그 은총에 의탁하여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유혹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일치와 화합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인간의 죄와 잘못으로 말미암아 세상에는 갈등과 분열이 점점 더 깊어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교회 안에도 갈등과 분열의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교회가 먼저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사랑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화합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갈등과 분열로 어두워진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미사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좀 더 귀담아 들읍시다. 또한 좀 더 정성껏 잘 준비해서 성체를 모시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서 주님과 일치, 서로 간의 일치를 키워 나갑시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우리 교회가 주님과의 깊은 일치, 신자들 간의 돈독한 일치 안에서 기쁘고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일치되고 화합하는 공동체로서 갈등과 분열로 어두워진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 주님께 은총을 청하면서 힘을 합치도록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