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가 되려면 나 자신이 내 이웃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몇 차례 대표 후보에 올랐다가 번번이 탈락한 한 임원이 자신의 실적과 능력을 근거로 미국 본사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미국 본사의 답변은 아주 뜻밖이었지요.
실적과 능력은 탁월하지만 리더가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본사에서는 이렇게 조목조목 부족한 것을 짚어 주었습니다.
“당신은 유머가 전혀 없고,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경비 아저씨나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먼저 인사한 적이 없을뿐더러 그들의 인사도 받아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매번 탈락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실적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할 것 같은 외국계 금융사의 사례입니다. 그런데 리더의 덕망은 실적과 효율을 뛰어넘어서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통계 보고서를 정확하게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지 구성원의 한 명이 되는 것보다는 리더의 삶을 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자신은 그러한 리더가 될 것 같습니까?
솔직히 특별한 사람만이 리더가 되는 것 같지만, 모두가 함께 할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힘만 있다면 모두가 가능한 길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리더의 모습보다는 실적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을 배척하면서 함께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봉사자로 불리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복음 말씀을 선포하는 사도로 불리움도 받았습니다.
오늘은 엊그제 있었던 제 경험담을 하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주일(7월 2일) 오전 9시 40분경 예비신자 교리가 막 시작된 후 지각한 예비신자가 저에게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1층 회의실에서 그의 사연을 들었는데, 친정아버지께서 위독하셔 강남성심병원에 입원해 계신데 기도를 해드리고 싶다며 방법을 좀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은 ‘요셉’이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받으셨고, 가족 중 언니네만 가톨릭 신자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엔 미사를 봉헌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그러나 얘기를 나누던 중 여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였습니다. 마침 그날이 주일이라서 본당 신부님이 병원까지 찾아가 병자성사를 드리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감남성심병원 원목실을 찾아가 신부님께 병자성자를 요청하라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정오 무렵 연락이 왔는데, 강남성심병원엔 토, 일, 월요일은 신부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비신자는 ‘아버님께서 오늘을 넘기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원목실에 수차례 전화를 해보았으나 역시 받지 않았습니다. 아버님의 교적이 있는 곳을 물었더니 구로2동 성당이라고 하여 월요일은 성당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서둘러 구로2동 성당 신부님을 찾아뵙도록 안내해드렸습니다.
그 후 초조한 시간이 흘렀고, 14시 12분 예비신자로부터 “덕분에 방금 전 구로2동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오셔서 기도해 주시고 가셨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문자를 받은 저는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고, “잘되셨네요. 기도 받으셨으니 편안한 시간 되실 것입니다. 저도 기도중에 요셉아버님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답을 보내고 요셉형제님을 위하여 묵주기도 20단을 봉헌하였습니다.
당일 20시 10분 예비신자로부터 “덕분에 기도 잘 받으시고 조금 전 운명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월) 수녀님과 주일 교리반 봉사자들과 함께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 203호실을 찾아가 요셉형제님을 위해 연도를 바쳐드리고 입관예절, 장례미사를 함께 봉헌하였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 다시 말씀드려 봉사자가 된다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사는 것입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