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하는 삶을 산 이광재 헬리코
여기 2010.5.16 평화신문에 소개된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44년 약사로서, 학산 공소와 본당 회장으로서!
이광재 헨리코(1937.6.8.-2011.12.16.) 회장의 삶은 신앙인에게나 주민에게나 아름다운 삶이었다. 곧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애주애인(愛主愛人)의 삶이었다.
주민 3000여 명인 학산면에는 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 주민 수가 많을 때는 1만 명에 달한 적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픈 사람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천호당 약국밖에 없었다. 천호당(天護堂)은 '하느님께서 보호해주시는 집'이란 뜻이다. 약국 한 쪽에 긴 의자가 서너 개 놓여 있는 것만 봐도 산골 주민들 사랑방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 이씨 부부는 1967년 이후 44년 간 이 약국을 지키고 있었다.
"옛날에는 다들 돈이 없으니까 외상약을 많이 갖다 먹었어요. 사정 뻔히 아는데 약값 달라고 재촉할 수도 없고…. 몇 년에 한 번씩 외상장부 찢어버리는 게 일이었어요.”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부부의 말마디에서 넉넉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베풀며 사는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넉넉함이다. 그런데 이씨는 약사보다 '회장님'이라는 칭호가 더 자연스럽다. 실제로 43년 전 학산에 들어오기 전부터 공소회장으로 살았다.
이 회장은 충북대 약학과 재학 시절, 메리놀 외방전교회 주은로(M.Zunno) 신부를 만나 인생행로를 바꿨다. 당시 오송본당에서 사목하던 주 신부는 약혼녀를 데리고 인사온 그에게 "충북대 근처 강서지역에 공소를 낼 생각인데, 결혼하면 그 공소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세례를 받은 후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성실한 약학도를 눈여겨 봐둔 모양이었다. 그는 "한 영혼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가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강서에 집을 얻어 이불보따리 신접살림을 풀고, 공소 현판을 내걸었다.
"강서에 천주교 신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자전거 타고 산골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사람들을 찾아다녔지요. 새신랑이 학교 공부하랴, 예비신자 교리공부시키랴, 주일이면 공소예절 인도하랴 정말 바빴어요."
이 회장은 1967년 학산으로 이사왔다. 영동본당에 부임한 주 신부가 천주교 불모지 학산에 '신앙의 모퉁잇돌'을 놓아달라 다시 한 번 부탁한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약국을 열어 형편이 좀 나았어요.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타고 전교하러 다녔으니까. 저 너머 양산면 주민들도 이 약국을 이용하니까, 사람들 만나기가 참 좋아요. 손님의 사돈팔촌이 종교를 갖고 싶다는 얘기만 들려도 달려갔어요. 한 영혼을 하느님께 데려가는 일인데 얼마나 신났겠어요." 이 회장은 "인근에 의사가 없어 예전에는 임종을 지키며 대세(代洗)를 숱하게 줬다"며 "이 또한 산골 신자 약사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람 좋다보니 30여 년 전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어느 교우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법원에서 재산압류 통보가 날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법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그 교우를 (감옥에) 잡아넣어야 돈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순간 큰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이 회장은 "감옥에 갇힌 사람을 꺼내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내 손으로 잡아넣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 엄습한 통증이 심장병 징후였다. 심장병은 당시 서울의 대학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래도 이 회장은 위기 때마다 기적처럼 일어나 전교회장, 교리교사, 공소회장으로 여태껏 살아왔다.
1990년대 중반,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현 추기경)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학산공소에 감동해 전격적으로 본당 승격을 허가했다.
"우리 부부는 오뚝이 인생이에요. 그리고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입니다. 여기서 자식 5명 대학공부 시켰지, 주위에 정든 형제자매들 많지…. 뭐 부러울 게 있겠어요."(평화신문, 2010.5.16. 참조).
이 글을 읽고 저는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회장님의 삶은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애주애인(愛主愛人)하는 삶이셨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증거하는 삶을 사신 분이셨습니다.
미사가 끝날 때마다 사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고 주문을 하시면 우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아멘!”이라고 응답을 합니다. ‘아멘!’이라는 응답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맞습니다.’라는 긍정입니다. 우리 본당은 이번 주부터 2017년도 예비신자 교리반을 개강합니다. 우리 다같이 1년에 단 한 사람만이라도 교리반에 인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