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줄이 끊어지면 연이 아닙니다

2017. 3. 20. 오후 4:29:59

글자

연줄이 끊어지면 연이 아닙니다. 

정호승 시인은 밥알은 밥그릇에 있으면 먹기 좋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밥알이 옷에 붙어 있거나, 입가에 붙어 있으면 지저분하게 보일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연과 연줄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연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야 아름답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연줄을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줄이 끊어진 연은 곧 땅으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연줄은 연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연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연줄을 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 15, 5-6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버린다.”고 말씀 하십니다.

연줄이 끊어진 연은 연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땅에 떨어지고 말듯이 포도나무에서 잘린 가지는 말라 결국 불소시게로 전락하고 맙니다.

세례를 받은 지 오래된 교우들 중에는 한두 번쯤 냉담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냉담을 하면 처음에는 자유의 몸이 된 듯 속박에서 해방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불안, 초조 등 영과 육이 평화롭지 못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가 죄를 짓고 하느님을 멀리하면 줄 떨어진 연이요, 포도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가 됩니다. 줄 떨어진 연이 연으로서의 구실을 하려면 끊어진 연줄을 다시 이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연이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려나간 포도나무 가지를 살리는 길은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그 가지를 접합하여 붕대로 잘 싸매주고 보살펴주어야 다시 생명을 얻어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속죄와 보속의 시기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에 자신이 살아온 생활을 잘 성찰하고 하느님의 계명에 불충실하여 하느님과 소통이 단절되었거나 멀어져 있었다면 통회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끊어진 연줄을 다시 이어야 하겠습니다. 끊어진 연줄을 이어주는 것, 잘려진 포도나무 가지를 접합해주는 것이 바로 화해성사요 고해성사입니다.

사람은 항상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니고 병에 걸려서 고통당할 때도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약을 먹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써 모든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악으로 이끌리는 경향은 그대로 계속 남아서 또다시 죄를 짓게 되어 영혼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영혼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를 용서받아야 하는데 바로 이를 위해서 고해성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루가 15,11-32)가 감동적으로 표현해 주듯이 하느님은 인간의 죄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는 분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은 집을 떠나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와 같은 분이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는 당신에게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다"(마르 2,10)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 루가 7,48 )고 선언하시면서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예수님께서는 이와 똑같은 용서의 선언을 고해성사 중에 사제를 통해서 우리 각자에게 전해주십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살피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참으로 허물이 많고 자주 잘못을 범하며 산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만일 용서가 없다면 누적된 허물과 잘못의 짐을 지고 허덕이면서 힘겹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용서는 이런 무거운 짐을 벗겨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간음한 여인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새 출발의 기회를 주셨듯이 말입니다(요한 8,11 참조). 우리는 이번 사순시기에 고해성사를 통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예수님 부활에 알렐루야를 노래하며 축배를 들도록 합시다. 알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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