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침 바람이 제법 시원합니다. 성모 상 앞에 있는 모과나무에는 모과가 열렸고 향기가 바람에 전해집니다. 성당 입구의 감나무에는 감이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자연은 이렇게 열매를 맺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의 신앙과 나의 삶도 잠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에서 7연속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번에 여자 개인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배들이 지켜온 금메달의 전통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물론 이해가 가는 이야기이지만, 경기는 경기일 뿐인데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이키’는 아주 유명한 스포츠 용품 회사입니다. 승리의 여신 나이키를 회사의 이름으로 정했는데, 회사의 사장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승리는 없습니다. 다만 새로운 게임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이기고, 때로 지는 것이 스포츠입니다. 이긴 자에게는 축하를, 진 사람에게는 격려를 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도 이렇게 말을 합니다. ‘보아라, 모든 목숨은 나의 것이다. 아버지의 목숨도 자식의 목숨도 나의 것이다. 죄지은 자만 죽는다. ‘사람을 학대하지 않고 빚 담보로 받은 것을 돌려주며, 강도짓을 하지 않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주며, 헐벗은 이에게 옷을 입혀 주고, 변리를 받으려고 돈을 내놓지 않으며, 이자를 받지 않고 불의에서 손을 떼며,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한 판결을 내리면서 나의 규정을 따르고 나의 법규를 준수하며 진실을 지키면,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 살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니, 내가 누구의 탓을 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면 하느님께서는 그것만으로도 우리를 살려 주신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나라를 선택할 수 없었고,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고, 외모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주어진 나의 삶을 받아들이고, 여름 지난 들판이 결실을 맺어가듯이 우리 삶의 결실을 맺어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청년 성가대가 안면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어제 전화를 해서 내일 저녁미사에는 성가대가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알았다고 이야기하고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청년들이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모여서 함께 기도를 하는데, 성가단장이 다시 말을 합니다. ‘저희가 일정을 앞당겨서 내일 청년미사 때 성가대에 함께 하겠습니다.’ 청년들의 계획이 바뀐 것은 저의 강제적인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제가 무조건 오라고 했으면 더 반발 했을지도 모릅니다.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아마도 저의 그 말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면도에 가서도, 해미 성지도 들리겠다는 청년들의 순수한 마음, 깨끗한 마음이 좋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와 같은 수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결실을 맺어가는 들판의 곡식들처럼 충실하게, 순수하게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연중 19주간 토요일
2008. 8. 16. 오후 4:25:56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