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사랑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운 습관

2010. 10. 19. 오후 8:46:59

글자

 

 

 

 

요즘 수녀님 한분이 제 습관을 고쳐주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는 습관들, 그리고 알고는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이 있다는 것을 덕분에 알게 됩니다.
수녀님이 말해주었을 때만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댔었는데
가만히 저를 살펴보니, 저도 모르게 제 안에 숨어든 습관이었습니다.

수녀원에 들어와서 선배 수녀님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씀 중에 하나는
좋은 습관을 잘 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바깥에서 30여년을 살고 이미 많은 습관이 배어있는 나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라는 말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그 말씀이 무슨 의미였는지,
얼마나 중요한 말씀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수녀원에서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걸음마부터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덕을 실천하는 기본을 배우는 시간,
무엇보다 기도는 정말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바오로딸로서 바오로적인 기도를 배우고
하느님과 만나는 법을 하나하나 익혀나갔습니다.
기도가 아름다운 습관, 좋은 습관이 되게 하라는 선배 수녀님의 말씀은
아직도 제 마음 깊숙이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수녀원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자주 소성당에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감실 앞에 지친 몸을 이끌며 주님과 마주하고
기도하는 수녀님들을 참 많이도 봐왔습니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과 혹은 마음 상한 일들을
그 누구도 아닌 주님께 하소연하고, 그분께 맡겨드리는
늦은 시간까지의 만남은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 수녀님은 온몸을 사랑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운 습관을 몸에 새기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또 하나의 좋은 습관을 몸에,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불평이 나올 때, 화가 나려할 때
간밤에 써내려간 말씀을 떠올려 보려고요.
영어 성경 필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지만,
단어든 문장이든 제 감정 하나가 떠오를 때마다
말씀을 함께 기억해보렵니다.
주님께서 사랑으로, 말씀으로 저를 물들여주시기를 청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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