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서문동 성당의 사순특강을 마치고

2010. 3. 12. 오후 8: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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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제 상주 서문동성당에 사순특강을 했습니다.

'나눔과 섬기며 사는 기쁨'을 사목방침으로 정한 그 성당의 초청강연이었는데, 저는 '나눔과 사랑, 삶을 바꾸는 기쁨' 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먼 곳이었지만, 강의를 통해 성당 신자들을 만나는 자리이어서 더욱 설레고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성당신자들과  공소 수녀님들도 오셔서 함께 했습니다.

70년이 넘은 오랜 서문동 성당, 높은 천장에 마루바닥인 작은 성당에 들어서면서 그 긴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위로와 사랑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신부님과 수녀님의 소박하고 따뜻하게 환대해주셨고, 신부님은 강의안을 컴퓨터로 넘겨주는 '보조'역할을 자청해주셨는데, 제 사인에 따라 강의안을 하나씩 넘겨주시는 소탈하고 편안한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저는 본당은 서울 시흥 5동 성당, 세례받은지 갓 일년이 넘은 새내기 신자라고 소개했고, 신앙을 가진 후 일과 일상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서두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혀 예상치 않게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순간 제 삶의 태도를 바꾸어준, 자유롭고 담대한 마음으로 일과 삶을 새롭게 만들게 해준 그 은혜로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지요. 그 어떤 많은 책도 나를 바꾸지 못했지만, 미사와 기도중에 만난 감사, 기쁨과 치유의 체험이 돌이켜졌기 때문이었지요. 많은 신자분들은 제가 마음을 수습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셨고, 잠시 후 저는 다시 강의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강의중에 이런 일을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내게 해준 것이다"라는 마태복음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도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 이유입니다"라는 김수환추기경의 말씀으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우리 성당 복도에 전시된 추기경님의 활동사진 아래 씌여진 글, 지난 주일 미사를 마치고 전시물을 둘러보다 메모를 했두었던 글이었지요.

 

한 사람의 존재는 우주보다 크고 소중하다는 말씀, 그 누구도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배려되어야한다는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였지요. 그리고 이어 추기경님을 키운 어머님의 "추울 때 해 같고, 더울 때 바람 같고 어두울 때 밥 같은 사람이 되어라' 라는 말씀도 전했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 아닌가요. 사람은 누구든 그가 하느님의 피조물이 이상 존중받고 사랑받아야할 존재라는 것을 추기경님도 그의 어머님도 이미 알고 알고 실천하신 것이지요.

 

강의가 아니라 제게는 마치 신앙고백 같았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나누며 타인의 가난과 아픔을 기억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통해, 아름다운 나눔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나눔은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여는 것'이라는 것을, 그건 신자이든 아니든 나누는 순간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란 것이라 했지요. 

 

열시가 되어 강의를 마친 후,  신부님, 수녀님들과 차마시고 사진 찍고 서로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떠나는 길에, 신부님은 특별 주문한 '영덕게'를 선물로 주셨어요. 강의를 통해 제가 느끼고 받은 것이 더 많은데, 먼 길 와주어 고맙다고 다시 오라고요.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로 강의를 마쳤습니다.

그 중에서도 "당신 뜻에 순종할 때 당신께서 모든 것을 바로 세울 것을 믿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간절한 미음으로  읽으며 강의를 끋냈습니다. 세례후 모든 순간 제게 자유로움과 담대함 을 주셨던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 기억하면서 그리고, 제게 이런 역할을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말이지요. 한 밤중,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채워준 그 시간을 기억하며 행복했습니다.


댓글 3

  • 2010년 3월 13일 오후 5:05

    엘리사벳 자매님, 글 잘 앍었습니다. 항상 주님 안에 은총 충만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 2010년 3월 18일 오후 5:22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충만하시길 기도드림니다.

  • 2010년 3월 20일 오전 9:19

    봄날의 다양한 변화처럼 신앙 안에서 저도 많이 성장 중 입니다. 조심스럽게 일상을 성찰하는 훈련도 주님께서 주심에 감사하며... 마음을 찡하게 메우는 글은 제가 좋아하던 지인을 떠올려 줍니다. 항상 주님 안에 하나 되어 축복 받는 시간이길 빌어 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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