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하면서 믿음 깊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제게 기쁨이자 격려입니다.
어떤 계기로 세례를 받게 되었는지,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고
공감합니다. 마음에 꽂히는 말은 수첩에 메모를 하기도 합니다.
그 중의 한사람은 도종환(아우구스티노) 시인입니다.
그는 어느 공부모임의 같은 멤버이므로 때때로 보아왔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우연히 평화방송에 출연한 그를 본 후 모임을 마친 어느 날, 그에게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돌연한 저의 질문에 그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1985년, 아내가 생후 4개월짜리 아이를 두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린 두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아내, 슬픔과 극한 고통의 시기에 그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교사였던 그는 학교 출근길에 시골집 담 밑에 핀 접시꽃을 보고 '접시꽃 당신'이란 시를,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이제 이 어둠이 다하고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라고 시를 써서 투병중인 젊은 아내에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를 성당으로 부른 이들은 아내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은 낯모르는 할머니, 아주머니신자들이었습니다. 아내 병상 옆 차가운 병실 맨바닥에서 무릎꿇고 기도해주시는 그 분들을 보며 '나는 저런 분들처럼 이웃의 힘없는 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보았는가. 언제 나는 그렇게 아프고 힘든 사람을 위해 시를 써본 적이 있는가'라고 간절히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분들은 자신의 오만함과 삶의 유한함, 그리고 겸손과 낮은 자세의 삶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예비자 시절 매번 울면서 미사를 드렸고, 펑펑 울면서 시를 썼다고 합니다. 어린 두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아내, 슬픔과 극한 고통의 시기에 그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그는 '의미없는 고통은 없다'고 합니다.
그의 삶에 많은 시련이 있었고, 그 시련 끝에 하느님은 시인의 이름을 얻게 해주시고 화려한 빛을 내려주셨고, 또다시 여러 시련과 고난도 있었지만, 하느님은 날 버리시지 않을 것이다. 주시는 분도 거두어가는 분도 그분이라면 나는 이것을 받아들이겠다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는 예수님은 내가 어디로 갈 건지 미리 알고 계시는 분, 내게 기쁨도 고난도 주시면서 늘 함께 해주시는 분, 내 삶의 전체를 주재해주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시를 쓸 때 그는 내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내게 시 한편을 주신 것이라고, 시는 자신의 삶의 길을 일러주는 것이며, 사람과 세상과 생명가진 것들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길이라고 합니다.
몇 년전 투병 중에 쓴 글을 묶은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산문집에서 그는 '하느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가진 어떤 능력도 하느님께서 주신 것임을 잊지 않으며, 하느님의 뜻에 맞게 쓰지 않아서 다시 거두어 가려 하시면 기꺼이 드리겠노라고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며 하느님께서 잠시 맡기신 것일 뿐임을 잊지 않으려 했다. 하느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주셨다"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또한 그의 책을 통해 하느님께 맡기고 감사하는 삶이 얼마나 자신을 평화롭고도 담대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군요. 살면서 누구나 겪게되는 시련과 고통을 어떻게 넘어서야하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