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힘이 되어준 사람, 토머스 머튼

2009. 11. 14. 오전 12: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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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세례 받은지 일년이 되어갑니다. 아직 제 발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 아기신자, 이제 시작에 불과한 저의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그 중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는 제 신앙에 물을 주고, 아낌없이 따뜻한 빛을 쪼여주는 토머스 머튼입니다.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 수사이자 작가였던 그는 뉴욕의 한 대학 영문학교수이자 촉망받는 작가였는데,

26세 되던 1941년 수도원에 들어가 1968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십권의 책을 펴낸 20세기 최고의 카톨릭 영성작가로 손꼽힙니다.     

    

몇달전 우연히, 처음 만난 그의 책은 『묵상의 능력』과 『칠층산』입니다.

봄날 주일 미사를 마치고, 뒷 산 작은 정자에 앉아 그의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푹 파묻혀 '묵상과 기도'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책 속에는 내 안에 쉼없이 고물고물 솟아나는 영적 질문들과 갈증에 하나둘씩 답과 의미를 채워주는 아름다고 힘찬 글들이 가득했습니다. 

 

그의 영적이고 문학적인 서사는 살면서 반복되는 기쁨과 위로, 슬픔과 시련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맡기고, 지혜롭게 대면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깊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새내기 신자인 제게는 그를 알게 된 것은 큰 행복이었고, 절대적 사랑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부스러지기 쉽고 유한한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최선 최고의 유일한 길인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나의 환상적 쾌락과 꿈은 모조리 미친 짓이었고, 내가 손댄 모든 것은 재로 변했으며..나는 쓰레기였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마저 보기 싫었다"는 처절한 자기고백을 하며 세상에서 보장된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서, 몇 년후 루이신부로 다시 태어난 그는 "내가 원하는 삶은 식물이 햇빛 속에 잎사귀를  펴듯이, 넓고 깊은 고독에 잠겨 하느님 눈길 아래 파묻히는 삶이었다"(칠층산)는 신앙고백을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안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그 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십니다. 그 때 우리의 무는 그분의 전부가 됩니다. 이는 소통과 겸손에 의해 해방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다시말해 재능이나 통찰력이 아닌 사랑과 신뢰로 자신을 쏟아내며 슬픔을 경험해야 가능합니다"(묵상의 능력)

    

오늘 읽은 그의 책, '영적 일기'(The sign of Jonas)는 너무도 깊은 하느님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고백이며, 자기 내면의 중심에 또한 밑바닥에 머무르면서 토해내는 아름다운 기도이자 일기입니다.


"성경을 읽으면 도처에 같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과 창문이 열려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미사 중에 매우 깊은 고독에 잠기며, 우주의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고독은 자신을 두렵게 하고 자신으로부터 유배되었다고 할 만큼 자기를 비우며 혼자 있는 것이다"


그는 믿음, 기도, 미사, 묵상, 영혼, 관상, 고독, 은총, 평화등 우리가 늘 사용하는 그 말들에  새로운 영적 정의와 의미를 부여해줍니다. 나의 얕은 신앙이 알아내기에는 너무 깊고 치열하고, 가슴에 담기조차 벅차기만 했습니다. 그런 저를 알기나 한 듯이 그는 제 부박한 신앙을 격려하며 힘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의 책을 덮으면서 '어떠한 눈도 본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는 성경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댓글 2

  • 2009년 11월 14일 오전 10:4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09년 11월 14일 오후 9:03

    인생의 멘토를 독서를 통해 만난다는 것도 큰 축복 입니다.가슴 따뜻한 글 긴 여운으로 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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