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마음 문 열기
아무런 특기도 자격증도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며, 쉰 살 생일을 맞은 M씨는 중대 결심을 했습니다. ‘등하굣길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모임(초록 어머니들의 모임)에 자원했는데 뽑힌 것입니다. M씨는 “날마다 어린이들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횡단보도에 서서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며, “얘들아, 안녕! 잘 다녀오너라.”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 부끄러운 듯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저만치서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M씨의 인사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 후로도 그 아이는 계속 M씨를 본체만체 했습니다.
아이는 온 존재로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 수 없게 하는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M씨는 마음이 무거워져서 인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에는 마음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을 거야, 나만이라도 미소를 보내주자.’
다음 날 아침, 다른 아이들에게 그 남자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자, 더욱 환하게 웃으며 “K야, 잘 잤니?”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흐르자 노력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M씨의 인사에 그 아이가 얼굴을 들고 시선을 맞추었던 것입니다. 하굣길에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M씨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K야, 잘 가라.”라는 변함없는 인사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치 눈이 녹는 것처럼 그 아이에게 변화가 나타났고, 어느 날 드디어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요즘은 때때로 깃발을 들고 있는 M씨의 손을 잡을 때도 있습니다.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려면 희망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성경 말씀에도 ‘문을 두들겨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닫힌 문 앞에서 지극 정성으로 기다린 보람이 오늘에서야 나타나는 것 같네요. 관심을 갖는다는 것, 정말 좋은 이웃입니다. 소외되고 버림 받고, 성폭행에 나래마저 펴지 못하는 우리아이들, 소년 소녀 가장들, 부모로부터 일상적인 폭행을 당하고도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아이들, 이를 해결할 책임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입니다. 아이들은 우리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