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백서

2008. 9. 8. 오후 4:09:09

글자
 
+ 찬미예수님!
 
우선은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외람된 행동에 대한 용서를 청합니다.
 
저는 이제 한국어 미사에 대한 미련도, 한국인 사제에 대한 기대도 버렸습니다.
호주교구 안에서 한국인천주교회가 앞으로 잘해 나가리라는 희망도 제 안에는 없습니다.
이 공동체를 위해 내놓을 그 어떤 것도 제 자신 안에 남아 있지 않음도 
뼈저리게 깨닿습니다.
 
지금까지 공동체를 위해 남들의 기대에 미치는 최선은 다 하지 못 했지만, 
한 사제를 병들게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건 속의 공범으로
저 자신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강박적인 믿음과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공동체를 위해 제가 바치는 시간적 체력적 봉헌들이 그 죄에 대한
보속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하여 가족들을 뒷전에 둔채 뒤돌아 보지 않고
주일 아침과 낮시간 바치며 만 3년이 가까운 오늘날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게 절망일 줄을 몰랐습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혹은 사람이든 단체든, '오늘을 보면 어제를 알 수 있고,
미래를 알려면 오늘을 보면 된다'는 말은 정말 진리라고 이젠 믿을 것 같습니다.
 
이상희요셉신부님의 2년 사목기간 동안 제가 사목회 임원으로써 신부님을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하고, 신부님과 교우들께 아픔을 안겨드려 참으로 죄송합니다.
 
신부님 떠나신 후 제가 원해서든 아니든 평신도협의회 임원으로 3년간 봉사하며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신자들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내지 못한 채
결국은 이렇게 저만의 길을 찾아 공동체를 떠남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 청합니다.
 
일상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저는 미사를 좋아하고 기도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홀리패밀리 내의 다민족공동체 안에서  한민족 공동체로 남아
나름대로 정체성을 찾아가실 교우분들을 위해 기도 중에 꼭 기억하겠습니다. 
 
비록 이 공동체만의 한인사제를 모시는 것도 실패했고, 
타공동체의 사제를 모시고 한국어미사만이라도 드리려 했던 염원도 변수가 자꾸 나오니
그 또한 불발로 끝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제가 믿기에 성당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홀리패밀리 속의 한민족으로서 자리 잡으시면 두각을 드러내며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특히 성가대가 그러하리라고 믿어집니다.
유럽의 어느 성당에 불이 나서 모든 것이 다 타도 성체를 모신 감실만은 온전히
남아있더라는 어느 신부님의 강론 속에 나오는 그 감실처럼 이 공동체 성가대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온전한 그대로 남으리라 믿어집니다.
이 공동체로 인하여 겪고 계실 하느님의 아픈 마음을 이 성가대의 아름다운 성가가 꼭
위로해 드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성령의 모든 은사가 여러분 모두와 늘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두손 모으고 옷깃 여미며
죄인된 류시경스콜라스티카 배상
 
 

댓글 5

  • 2008년 9월 8일 오후 7:08

    누가 죄인인지는 저 위에서 보고 계시는 분은 아시겠지요!

  • 2008년 9월 8일 오후 10:00

    사목회가 우산을 씌워 줄 수도 더더욱 우산이 될 수는 없어요...우리 같이 비를 맞아요...늘 그랬던 것처럼요.

  • 2008년 9월 8일 오후 10:23

    지금의 허탈한 심정 이해합니다, 모든 정성과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절벽같은 허망함,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인데. 하지만 우린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주면서 그 분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어요. i'll call you tomorrow.

  • 2008년 9월 9일 오후 8:52

    늘 이상희 신부님의 미소가 우리 모두를 감싸 안고 있으니..항상 따뜻해요..자매님의 기도를 들으시고는..또 웃으시네요..아파하지 마세요..자매님..우리 모두가 있잖아요..화이팅!!

  • 2008년 9월 9일 오후 10:26

    황건훈 (2008/09/09) : 하느님이 항상 우리 안에 계심을 믿기에 오랜 공동체의 고통과 함께 할수 있었고 앞으로도 희망 속에서 부활의 기뿜을 느낄것이라고 믿습니다.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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