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것이 행복한가?

2009. 9. 11. 오후 12:48:16

글자
 

   꿈을 꾸는 것이 달콤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몽에 시달려 비명을 지르다가 깨어나기도 한다. 꿈이라는 것은 그저 현실이 아닌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니, 꿈을 좋아하다보면 대낮에 멀쩡한 생각 속에서도 꿈을 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었다. 잠잘 때 꾸는 꿈만이 아니라 대낮에도 꾸는 꿈은 무엇인지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일 것이니, 정확히 현실을 살아내기 싫어서 하는 일이거나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 허상을 그려내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터넷을 뒤져 꿈풀이 사전을 찾아보면 그 꿈이 길몽이거나 흉몽이라고 풀이를 해주기도 하고, 그것의 의미를 따져주기도 하지만, 제정신으로 앉아서 현실에서 멀어져가는 백일몽들은 참으로 달착지근한 몽상들이 아닐 수 없다. 20세기 현대 희곡들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주인공들은 고통을 못이겨서 자신의 몽상을 현실이라 여기는 정신병자들이기도 했던 모습들을 이미 많이 읽어대었던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꿈마저 꾸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로 재미없는 사람들이다. 희망도, 상상력도, 창조력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없이 꾸역꾸역 현실을 살아내는 것이 그리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니, 거기에 양념삼아 꿈들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그 꿈들은 풍성한 삶의 감칠 맛들이 되어주는 희망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을 갖는다는 증거이다. 그렇지만 꿈이 살아내는 현실의 분량보다 더 많아서 현실에서 발을 떼게 될 때에는 문제가 생겨나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이상이 생길 정도라면 그때는 심각한 지경이 되고 만다.

   종종 만나곤 하는 문제 학생들의 양상은 꿈이 현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지는 경우지 이상한 사람들은 전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서 상황을 바꾸기 보다는 자신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꾸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전문적인 상담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까지 생기니 사람의 속은 참으로 깊고도 오묘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결코 그 사람이 악한 것도 아니고, 그 꿈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의 방향을 잡아주고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그 손길들이 부족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한 채 꿈과 현실 속에서 뭔가를 버벅대면서 현실을 망가뜨려가고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면 의외로 그 꿈은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참으로 의아한 경우들이었다.

   학교의 총 학점의 최고점은 4.5학점인데, 한 학기를 시험도 안보고 출석도 안하여 .39의 성적을 받아서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이 있었다. 내가 지도교수라서 만나보니 해맑은 얼굴에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 것 같지도 않았다. 왜 학교를 나오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피아노를 너무 치고 싶어서라고 했다. 워낙에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피아노 학원에서 어울리는 인간적인 학생들이 좋아서 그곳에서 머물고 싶어서 마냥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얼마나 부모를 실망시켰고 무책임한 짓을 한 것을 알았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졸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학교에 음악과가 있고 거기에 피아노가 있으니 말만 잘하면 얼마든지 거기 가서 칠 수도 있는데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야단을 치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수긍이 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곁에 머물고 싶게 마련이다. 아무리 강해도 그런 부분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두 분이 일을 하시고 혼자서 스스로 자기를 털어놓을 데가 없이 자라온 성격은 여기서 꿈과 현실을 혼동하여 고장을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이 학생을 이번 학기 내 연구실의 근로학생으로 일단 붙들어두려고 했지만 성적이 워낙 모자라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는 원고의 초고들을 주면서 부탁을 했다. 네가 읽고 느낀 점을 말해주면 내게 도움이 될테니 나를 도와달라고.. 학기말에 성적이 4.0이 넘으면 네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연구실에 있는 오디오 세트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교수로부터 부탁을 받아 일을 하는 이 학생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하는 듯 마음을 붙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사실.. 그랬다. 이 세상에 마음 붙일 곳이 없을 때 아무데나 그런 곳을 찾아 헤매고, 그것도 불가능하면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여기서 얼른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정말로 한 학기 내내 글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고 내게도 귀한 오디오지만 학점을 해낼 태세이니 4.0이 넘으면 줄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곁에 함께 가준다는 것.. 좋아하면서, 싫어하면서, 다정하면서 그런 것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 냄새를 풍기면서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예정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비슷한 일인지 아닌지 난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면서 남은 시간을 살아내고 싶다. 거창한 다른 이들의 진실하지 못한 격조있는 사랑들에게 고마워하기 보다는 절실한 그 몇몇 진실들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 나의 진심이니까..

   이 작은 학교의 이 작은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주 작은 교감을 널리 선전할 의도는 없다. 그래서 유명해지지 않고, 그래서 대접받지 못하고, 그래서 별 볼일 없이 무시당하고 살더라도 다시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겉모습을 채우느라 나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면서 견디는 그런 삶은 살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댓글 4

  • 2009년 9월 11일 오후 9:08

    마음으로 전해지는 훌륭한 교수법 이네요.

  • 2009년 9월 12일 오후 3:21

    맘은 쉬워도 사랑을 실천하기란 참 힘듭니다..제가 다 감사합니다. 미카엘라 언니.

  • 2009년 9월 13일 오전 8:38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누님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 2009년 9월 13일 오후 8:34

    자기가 아끼는 오디오세트를 주기는 쉽지 않은데,, 송교수는 지식전달만이 아닌 제자사랑을 실천하고 있네요..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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