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는 그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라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억울한 일들이 많았고, 그러려고 해봤자 짐하나 더 얹어주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때 깨달은 것은 내게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화나는 것이 많은데 이지경이 되기까지 참으면서 저들을 정당화해주어야 했을까?
그러나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상식선 상에서 약한 것은 내 탓이었고, 억울해하기 전에 부당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내 탓이었다. 죽도록 싫은 것을 어거지로 참은 것도 내 탓이었고, 내 살을 다 파먹도록 애쓰고나서 텅빈 자신도 내 탓이었다. 누구나 자신을 어느 만큼은 방어하면서 살아간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상식적으로 누가 보아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느끼는 이야기조차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늘어놓는 정치인들마저 있지만, 최소한의 자신을 자신이 지키는 것은 내가 했어야 하는 일이다. 내 탓이었다. 그들이 나를 추궁하고 책임을 전가할 때 사실 대답할 말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 느끼던 것은 사람들은 ‘~님’이라는 칭호를 자신에게 받으면 누려야할 책임이나 역할 뿐만 아니라 인성적으로 미성숙하고 고약한 성깔마저 자신의 지위에 포함되어져야 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지위 아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탱하는 거름이 되는 줄 착각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왜 내게는 그런 사람들만 보여졌을까? 자신의 권한을 극대화시켜 누리면서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 성질을 다 받아서 당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인 줄 착각하는 것이었다.
물론 가르치는 입장에서, 봉급을 주는 입장에서, 지도하는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줄은 알지만, 타인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아예 개념이 없는 카리스마들을 만났을 때 그것이 멀리서 보기에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뒷 맛이 개운하지 않은 불투명한 또 다른 의미의 구린 냄새들을 발하는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있었다. 자신은 해도 되는 일이 많지만 다른 사람은 하면 안 되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것을 존중해준 덕에 본 피해는 무지막지 했다. 그것도 무지한 내 탓으로..
어릴 때는 분한 마음에 이를 갈았다. ‘나도 지위에 오르면 누릴꺼야 누릴꺼야 누리고 누릴꺼야..’ 그런 시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다보니 아주 조그마한 자리를 사회 속에서 갖게 되었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타인들은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나도 ‘~님’이라는 칭호로 불리우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저 사회적인 역할의 칭호이지만 곁에서 또 그때 보던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세상이 끝나지 않는한 저런 종류의 속성은 영구히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로 해서 누리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까지 해내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아니 나도 조금치는 누릴 것이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행동에 매우 조심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양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상처를 되풀이 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마치 범죄에 당한 듯이 분하던 그런 모습들로 많은 사람들은 웃으면서 누리고 있었다. 누가 이상한가? 지난 나의 결벽증에서 조금은 벗어나면서도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흔히들 말하는 자신의 역할을 돈을 받으면서 누리는 것만이 아니라 거기에 합당하는 책임도 누리는 것일 것이다. 그 책임은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숭배받는 것을 당연해하는 일이 아니라 감당해주고, 인격적인 성숙함을 겸해서 더불어주는 일들이라고 생각해본다. 싸가지 없는 채로, 덜떨어진 채로, 상대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보복을 일삼으면서, 몸종부리듯이 주변 사람들을 부려대면서 지위를 당연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면 속으로 그만큼만 대접해주리라 나도 마음먹어본다. 정말로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공평한 상식일지도 모른다. 지위에 오르는 것이 몰상식을 휘두르는데 무감하게 만들어주는 일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그것들을 얻으려고 애쓰고 노력하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이 그렇게 비관적인 구석만 있으면 진작에 망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이채로 굴러가는 것은 그렇지 않은 상식 속의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구 부려대는 성깔들이 견제되면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함께 해본다. 그러나 사실 잘 모르겠다. 더 살아봐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