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사랑하올 형제 자매님, 지난 한 주간도 순교자들의 신앙을 닮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듬뿍 느끼며 많이 행복하셨나요?
요즘 많은 본당에서 성지 순례를 하고 있는데 날씨가 참으로 순례하기 좋습니다. 아마도 순교자들을 기리는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이쁘게 보신 모양입니다.
형제 자매님, 악인은 율법을 어기고 교육받은 대로 하지 않아 죄를 지은 사람이고, 의인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여기며 하느님께서 자기를 돌봐주신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성경에서 말합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의인이 되기를 원하지 악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람이면 누구나 높은 지위에 올라 다른 사람에게 대접을 받고 싶고, 다른 사람 위에 앉아 군림하고 싶어 합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도 그들이 후보일 때는 온전히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겠다고 철떡 같이 약속을 하지만 일단 당선되고 나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데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것을
우리는 늘 보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인간이니까 마찬가지였겠죠. 그래서 자기들 사이에서 누가 제일 큰 사람이냐 즉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이냐 하고 서로 다투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신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사람들과 제자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온통 뒤흔들어 놓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예수께서는 자기 자신을 인정받으려는 인간의 기본 욕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도록 지적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욕망을 가지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투쟁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첫째가 아니라 꼴찌가 되고자 노력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는 많은 경우 내가 어떤 일에서든 꼴찌가 된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니다. 특히 모든 사람이 일등이 되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경쟁사회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꼴찌는 우리가 생각하는 꼴찌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로 불린 사람들은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까지 섬김으로써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예수님께 가깝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시기에 예수님께 가깝다는 것은 예수님처럼 잘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은 세상 사람들의 그것과 너무나 다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어떤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를 보시지 않으시고 얼마나 잘 사랑하는지를 보십니다.
형제 자매님,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 나보다 사회적 지위도 낮고, 가진 것도 적고, 학력도 낮고, 능력도 부족하고, 힘도 적고, 나이도 어린 사람보다 나를 낮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낮추어야 합니다. 만일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낮출 수 없다면 같은 수준으로 나를 낮추어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서 하느님의 지위에서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의 지위로 당신을 낮추셨습니다. 나를 낮춘다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형제 자매님, 저도 신학생 때부터 어떻게 하면 이 말씀을 잘 실천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가 낮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을 높여 주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후배 신학생들이나 방학 때 본당에서 만나는 저보다 나이가 어린 교리교사나, 청년회 사람들 그리고 대학생들 등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들도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하니까 함께 행사를 준비할 때 내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할 수가 있었습니다. 행사 때는 제가 진행하기보다는 그들이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줄 수가 있었습니다. 차차 어색함도 사라졌습니다.
본당에서 보좌 신부나 본당 신부로 살 때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두류 본당에서 보좌신부 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게 생활했는데, 한 교리교사가 “신부님, 지금 그렇게 말씀하셔도 사흘만 지나면 야! 자! 할거 아닙니까. 그러니 편하게 지금부터 반말 하이소. 저희도 거리감을 느끼고 좋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본당을 떠나는 날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리감이 생길 거라고 염려하던 그 교사는 요즘도 자주 찾아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중의 하나가 됐죠.
본당에서 그렇게 생활하니까 신자들이 신앙상담을 해 올 때도, 나의 지식이나 신앙을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들이 가진 생각을 정리해 줄 수가 있었습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따르면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다른 사람을 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나를 가장 낮추어서 모든 사람을 잘 사랑할 때 예수님과 가까운 사람, 예수님을 닮은 사람, 즉 진정한 첫째가 될 수 있습니다.
형제 자매님, 제가 하고 있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제로서 사는 저의 방법일 뿐입니다. 형제 자매님은 형제 자매님 나름대로 모든 사람을 잘 섬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지 말고 자만이나 자부심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예수님처럼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늘 새롭게 다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시기와 이기적인 야심을 버려야 합니다. 대신 순결하고 평화롭고 점잖고 고분고분하고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 찬 참된 지혜를 주시기를 하느님께 구합시다.
형제 자매님, 오늘은 내 위에 세우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도우심을 청하면서 그리스도의 미사, 우리의 미사를 봉헌합시다.
아멘!
- 대구 신학교에서 안드레아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