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가을
걸풍/김형풍
밤 잠 설치던 한 여름 밤
애 꿎게 혹사 당하던 선풍기
열 받은 모타는 미지근한 바람만
뿜어 댔었지,
이제는 기다리던
선선한 가을이 다가 왔으니
고마웠던 서민의 선풍기
내년 여름을 기약期約하고
잘 닦아 모셔야겠다
땀기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느낌으로
밤 잠을 편히 잘 수가 있어
너무 너무 기분이 상쾌 하다
영양가 쏟아지는 가을 햇 살을
흠뻑 빨아 들이며 고개 숙인 벼 이삭들이
황금 들판으로 영글어 가기 위해
사각 사각 속삭이며 즐기고 있다
늦 가을 풍요로운 결실과
황홀한 단풍도 좋지만
겨울로 넘어 가는 이별이 있어
더위에 지친 피로를 시원하게 풀어 주는,
막 찾아 온 초 가을이
나는 더 좋으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