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강 훈 정
약속도 무엇도 아닌, 그러나
결코 허망하지 않은 기약 앞에 기대어 선
갈잎 무수히 떨어진 그 위에 나를 서게 하는 이것
작년 혹은 재작년 것 일지도 모르는
반쯤은 더 썩고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가시밤송이의 빈집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다
풀섶 다북쑥의 도도한 오기와는 달리
제 알몸을 구부려 텅빈 가시밤송이를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맨살 닿아 본 적 없는 안타까움을
혼자 더듬어 마시는 물 한모금에 비할 까
고개 돌려도 솟아오르는 이것
몸부림 까지는 아니더라도 쉽게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이것
그 곁에서 바람에 옷깃 여미게 하는 차가운 땅
가슴에 박힌 못만 같아서 .
뭐랄까,
편 손 내밀며 후회 없이 살걸 그랬지
정,情 !
2010.10.
